[TF프리즘] '文 대항마' 안철수의 포효…"이제 나라 바꾼다"
입력: 2017.04.05 14:29 / 수정: 2017.04.05 16:09

이젠 안철수의 시간.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대구·충남·충북·세종 지역 선출대회가 4일 오후 대전 중구 대종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가 셔츠소매를 걷어붙인 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젠 안철수의 시간."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대구·충남·충북·세종 지역 선출대회가 4일 오후 대전 중구 대종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가 셔츠소매를 걷어붙인 채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 | 대전=서민지 기자] "제 목소리가 바뀌었다고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사실 자기 자신도 못 바꾸면 나라를 바꿀 수 없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4일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최종 확정된 후 '대세 문재인의 대항마' 자격에 대해 거듭해 묻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온라인에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된 안 후보의 "문재인을 이길 사람 누굽니까!", 이른바 '포효 화법'을 꺼내 '문재인 대항마'로 충분하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마지막 7회차 순회경선을 마무리하고, 최종 75.01% 득표율로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됐다. 동시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5년 만에 '리턴매치'가 확정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야권의 대표주자를 놓고 겨뤘던 두 사람은 또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했다. 하나뿐인 대통령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안 후보나, 문 후보 모두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정치인생에 치명타를 입는다. 때문에 이번 맞대결은 '끝장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취재진은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안 후보에게 '대세 문재인과 대결에서 이길 수 있느냐'고 거듭, 또 거듭 물었다.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대구·충남·충북·세종 지역 선출대회가 4일 오후 대전 중구 대종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덕인 기자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대구·충남·충북·세종 지역 선출대회가 4일 오후 대전 중구 대종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덕인 기자

안 후보는 이리저리 돌려가며 같은 질문을 하는 취재진에게 "저는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서 나선 게 아니다. 제가 더 나은 리더십이 있고, 비전이 있기 때문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시대정신과 역사의 흐름을 믿는다. 정권교체는 이미 확정됐다. 그래서 결국은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이미 구도는 정해졌다. 정권교체로 정해졌으니 이제 두 사람의 '인물과 정책 대결'이 될 것이다. 그럼 전 자신 있다. 남은 30일 동안 조선왕조 500년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이 다 일어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래도 취재진의 질문은 계속됐다. 안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그의 말대로 '안철수 대 문재인' 양강구도가 돼야 하는데, 이는 즉, '문재인 대 비문연대' 구도여서 안 후보가 연대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비문연대'는 문 후보의 대세를 꺾을 필승카드지만, 반대로 안 후보에게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다. 실제로 민주당과 문 후보 측에선 '적폐세력과 연대한다'는 프레임을 가지고 안 후보를 공격하면서 '비문연대'를 경계하고 있다.

안 후보는 민주당의 '적폐세력과 연대' 프레임을 '허깨비'로 평가하며, 이날도 지난 25일 호남 경선 때부터 꾸준히 주장해 온 '국민에 의한 연대'를 꺼내들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인위적' 연대에 대해선 '불가' 쐐기를 박으면서도, 문 후보를 '패권의 테두리'에 가둬놓고 '자체적'으로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극대화하겠단 전략이다.

안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자강론'을 강조하며 '비문연대' 논란을 차단, 문 후보를 '패권 프레임'에 가두며 본인과 차별화를 꾀했다. "저 안철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대통령 되겠다. 국민들의 간절한 요구에 정치가 응답할 때다. 계파주의, 패권주의, 극복해야 한다.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 탄핵 반대세력에게 면죄부 주는 연대,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 하지 않겠다. 오직 국민에 의한 연대만이 진정한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대구·충남·충북·세종 지역 선출대회가 4일 오후 대전 중구 대종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가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며 수락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국민의당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대구·충남·충북·세종 지역 선출대회가 4일 오후 대전 중구 대종로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가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며 수락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이어, 그는 "편가르기 끝장내야 미래로 갈 수 있다. 분열주의, 패권주의로는 나라 바꿀 수 없다. 계파 패권주의는 말 잘 듣고, 줄 잘 서는 사람 쓴다. 저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 널리 찾아 쓰겠다. 편가르기 정권이 아니라, 실력 위주 드림팀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단 안 후보의 '국민에 의한 연대' 전략은 성공적이다. 4일 쿠키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1~3일까지 조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가 문 후보와 양자대결에서 4.4%p차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또 한번 나왔다.(총 통화시도 2만1123명, 응답률 4.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대선까지 남은 3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지율이 계속해서 상승할지는 미지수다. 경선 컨벤션 효과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경선에서 하차하면서 그를 지지하던 지지하던 중도보수 성향 표심이 옮겨오면서 급상승세를 탔지만 다자대결 시 '문재인 대세론'을 뛰어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실제로 같은 '쿠키뉴스-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다자, 5자, 4자 대결에서 여전히 선두를 지켰다. '내일이 대통령 선거일이라면 다음의 인물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35.3%가 문 후보를 꼽았다. 안 후보는 21.6%에 그쳤다.

안 후보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대세라는 건 처음부터 없었다. 여론조사 지지율을 말하는데, 그 정도로 대세가 된 적이 없다. 정권교체 결정이 된 상황에서 안철수에 의한 정권교체가 좋은가, 문재인에 의한 정권교체가 좋은가에 대한 선택만 남았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인위적인 연대, 전략은 계획에 없다. 안 후보의 강점인 정책대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중도보수·충청권의 지지층을 끌어오기 위해 '자강안보' 등을 강화하며 꾸준히 노력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9월 19일 "제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한다"며 '대선출마'를 선언한 했던 그는 문 후보에게 양보하며 주저 앉았다. 이후 줄곧 '철수 정치'라는 비판을 듣던 그는 5년 동안 뚜벅뚜벅 한 걸음씩 자기 길을 갔다. 그리고 이젠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며, 단호한 표정으로 자신있게 말한다. "안철수의 시간이 시작됐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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