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범보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연일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범보수 후보 단일화'를 놓고 연일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또, 두 후보가 자강론을 주장해 '사실상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3일 유 후보 캠프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홍 후보의 '큰집' 발언과 관련 "홍 후보가 바른정당과 유 후보를 향해 큰집 운운하는데, 우선 자신부터 돌아보기 바란다"며 "큰집은 곧 무너질 집이란 걸 국민이 다 아는데 참으로 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후보는 무너지는 집을 고쳐보려고 안간힘을 쓰다 나와서 새로운 보수의 터전에 100년 갈 새집을 지었다. 그런데 홍 후보는 아직도 무슨 큰집 타령인지 모르겠다"며 "바른정당은 보수의 큰 물줄기가 될 것이다. 큰 물줄기는 되돌아 흐르지 않고 거침없이 바른길로 흐를 것이다. 홍 후보는 이제라도 맑은 물을 찾아 나서는 분들을 썩은 물에 가둬두려 하지나 말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또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받은 형사피고인 홍 후보는 물을 더 흐리지 말고 사퇴해서 새로운 길을 여는 우리 정치에 마지막 보탬이라도 되기 바란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 캠프 측에서 홍 후보를 향해 이처럼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까닭은 최근 '범보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불거진 설전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후보의 수위 높은 발언은 단일화를 위해 유 후보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앞서 홍 후보는 2일 열린 자유한국당 선거대책회의에서 유 후보를 겨냥해 "어린애도 아니고 응석 부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이제는 본당(자유한국당)으로 돌아올 때"라고 힐난했다. 더불어 유 후보의 가장 뼈아픈 부분인 '배신자'를 언급하며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 것이 TK(대구·경북) 정서"라는 말도 내뱉었다.
뿐만 아니라 홍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유 후보의 현재 지지율로는 본선 선거비용(1인당 상한 509억여 원)의 50%를 보전받을 수 있는 득표율 10%를 못 넘긴다"며 "합치는 게 낫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유 후보는 "출마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되받았다.
홍 후보의 발언 수위만 보면 비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그간 그의 언행을 고려하면 단일화를 위해 유 후보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두 후보 간 신경전이 감정싸움으로 번지자 일각에선 '범보수 후보 단일화는 어려울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두 사람은 후보가 되기 전 '보수는 힘을 합쳐야 한다', '범보수 대통합' 등을 얘기하다가 후보가 된 순간부터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홍 후보는 국민의당까지 포함한 '중도·보수 대연합'까지 말했던 사람이다. 물론 지지층을 끌어 모으기 위한 전략적 측면을 볼 수 있겠지만 나중에 힘을 합칠 때를 대비해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슬아슬하다"고 평가했다.
또 "혹시 대선 이후를 생각할 수도 있다"며 "이번에 (대선에서) 지더라도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지켜야만 대선 이후 보수 야당의 재정비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그리고 내년 6월 지방선거 통해 세력을 공고히 하고, 21대 총선을 준비하는 그런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범보수 후보 단일화가 실현될 경우 대표 후보자는 누가 될 것인가'란 질문엔 "노무현·정몽준 방식처럼 여론조사 기준으로 하는 게 맞지 않냐"며 "두 사람 모두 자아가 굉장히 강한 분들인데 쉽게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냐. 그리고 여론조사 기준이면 홍 후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당장 단일화를 할 경우 바른정당이 소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두 후보 간 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된다고 해도 바른정당의 전략(친박 등 적폐청산 전 자유한국당과 단일화 불가) 등을 고려하면 당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김 원장은 "두 후보 모두 사실상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나중에 어떤 조정을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어렵다고 본다"며 "자유한국당은 단일화를 하고 싶어 하지만 바른정당은 그 반대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단일화를 한다면 홍 후보가 되겠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바른정당은 소멸될 수도 있다"며 "당의 전략(자유한국당과 단일화 불가) 문제가 될 수 있고, 당장 12일 보궐선거가 있는데 이 때까지는 각자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해야 승산이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