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구속' 박근혜, 이젠 자각하고 반성할 때다
입력: 2017.03.31 03:20 / 수정: 2017.03.31 03:20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21일 만인 31일 새벽 구속됐다. 사진은 30일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지 21일 만인 31일 새벽 구속됐다. 사진은 30일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았을 이 문구의 뜻은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사람의 권력욕이나 명예욕 등을 경계하라는 뜻에서 나온 말인 듯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권력에 취해있다가 끝이 좋지 않은 지도자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국내만 하더라도 박정희 전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18년, 이 전 대통령은 12년을 장기 집권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알다시피 좋지 않았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도 권불십년을 깨달았다면 독재자라는 불명예를 얻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3월의 마지막 날 또다시 전직 대통령 구속을 보게 됐습니다. 헌정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 헌정 사상 처음 탄핵당한 대통령, 전직 대통령 사상 첫 구속 전 피의자심문 등은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꼬리표가 됐습니다. 여기에 최순실, 뇌물, 변기, 올림머리 등등 뭐 하나 긍정적인 표현이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새벽 구속되면서 앞으로 올림머리를 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30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실질 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은 31일 새벽 구속되면서 앞으로 올림머리를 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30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이 구속영장실질 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이 3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법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속' 가능성에 의문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알고 지내는 몇몇 변호사에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이미 구속된 공범과의 관계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으니 영장 발부하는 게 맞다. 제 생각으로는 법원에서 발부할 것 같다" "증거인멸 가능성은 물론 공범자들의 구속 형평성 등을 맞춰볼 때 구속사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등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누구도 영장 기각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도 본인이 왜 구속돼야 하는지 모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부모를 잃은 후 처음으로 겪는 상황일 테니 말입니다. 한편으론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육영재단 등 과거에는 권력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아 재단을 설립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이런 것들을 보고 자랐으니 왜 죄가 될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박 전 대통령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면 앞으로 구치소에서의 생활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창 수사가 진행되던 때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흔히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주처럼 옆에서 다 챙겨줬을 텐데" "옷이나 혼자 입어봤을까" "구치소 변기는" "그렇게 좁은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을 텐데" 등의 말들입니다. 대체로 박 전 대통령이 살아오면서 혼자서 무엇을 해보았을까 하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고생 좀 해야 한다는 비판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31일 새벽 구속 결정되면서 삼성동 자택으로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던 중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삼성동=임세준 기자
박 전 대통령은 31일 새벽 구속 결정되면서 삼성동 자택으로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사진은 3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던 중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삼성동=임세준 기자

박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보다는 일부 세력 혹은 최순실의 잘못으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는 변명하고 부정할 때는 지난 것 같습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전에 혹은 탄핵 후에라도 국민에게 이번 사태에 관해 마음을 다하는 사과와 용서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의 범죄 수뢰액이 수백억 원에 달해 최소 징역 1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합니다.

범죄 수뢰액이 3000만 원 이상일 경우 형법상 뇌물죄가 아닌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됩니다. 특가법에 따르면 수뢰액이 3000만 원~5000만 원 미만의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 5000만 원~1억 원 미만의 경우엔 7년 이상, 1억 원 이상인 경우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됩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유무죄와 형량을 다투는 정도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박 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내가 왜 이런 잘못을 했을까'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고 구속됐습니다. 이젠 구치소 작은 방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시련이라 생각하겠지만, 참고 반성해야 합니다. 신은 인간에게 이기지 못할 시련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을 시련이 아니라 반성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기를 당부합니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될 수도 있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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