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호남,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몰표' 준 이유…치열한 2위 싸움
입력: 2017.03.28 05:00 / 수정: 2017.03.28 08:25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호남경선에선 문재인(왼쪽) 후보가, 25~26일 국민의당 호남경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압승을 거두며 각당의 대세 후보로 인정을 받았다./광주=배정한·문병희 기자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호남경선에선 문재인(왼쪽) 후보가, 25~26일 국민의당 호남경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압승을 거두며 각당의 '대세 후보'로 인정을 받았다./광주=배정한·문병희 기자

[더팩트 | 광주=오경희 기자]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은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몰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호남경선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60% 이상 지지를 보내며 각 당의 '대세 후보'로 인정했다.

문재인 후보는 27일 광주 광주여대 시립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광주·전남·전북지역 경선에서 60.2%(14만2343표)의 압도적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후보가 25·26일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 경선과 전북 경선에서 얻은 64.4%(5만 9731표)에 근접하는 수치다.

두 후보의 압승은 역대 선거에서 드러났던 호남 특유의 '전략적 투표' 성향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다. '정권교체'를 앞세운 문 후보의 '대세론'을 인정하면서 '대항마'로 안 후보를 두겠다는 표심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호남의 선택은 야권의 역대 대선후보를 좌우해왔다. '이인제 대세론'이 공고하던 2002년 광주 국민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기를 잡으면서 결국 대선 승리까지 거머쥔 것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 측은 당초 과반인 '50%'만 넘겨도 '대세론 유지'에 지장이 없다고 봤으나, 호남 민심은 60%가 넘는 '대승'을 안겨줬다. 지난 총선 때 문 후보와 민주당에게 등돌렸던 호남 민심의 귀환을 확인하며 '대세론'에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반문(반문재인)정서'도 털어냈다.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가 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문재인 후보가 주먹을 쥐고 기뻐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호남권역 선출대회가 27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문재인 후보가 주먹을 쥐고 기뻐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그간 문 후보는 '호남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4·13 총선 이후 지속해서 호남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대탕평인사 공약 등 호남을 겨냥한 '읍소 전략'을 폈다. 호남 경선 당일에도 투표 전 정견발표에서 "호남의 좌절과 분노는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절대로 호남의 패배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준비된 저 문재인이 5월 9일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겠습니다"라며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대선을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로 규정해 온 안 후보 역시 호남에서 저력을 입증했다. '문재인 대항마'로서 안 후보는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지난 26일 전북 경선 개표 결과 발표 후 "저는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면서 "호남의 바람을 안고 국민의당과 안철수의 돌풍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두 후보 모두 당내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에서 각각 60%대 과반 이상 득표율로 완승하면서 '문재인 대 안철수'대결은 조기 가시화하고 있다. 두 사람의 양자 대결이 이뤄질 경우 2012년 대선 때 야권 단일 후보로 맞붙은 후 5년 만이다.

문 후보는 경선 승리 후 "기대 밖의 압승이다. 호남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남은 세 번의 경선에서 기세를 몰아 결선투표 없이 과반 득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충청권 ▲31일 영남권 ▲4월 3일 수도권·강원 순회투표를 실시한다. 후보자 확정은 4월 3일이며, 과반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4월 8일 결선 현장투표를 진행한다.

안철수 후보가 27일 전북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안철수 후보가 27일 전북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와 악수를 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안 후보는 호남 열풍에 이어 문 후보와 자신의 고향인 'PK'에서 두 번째 안풍(安風)을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은 28일 부산·울산·경남(PK) 경선을 치른다. 안 후보의 '독주'로 인해 한때 '경선 하차론'이 나돌던 박주선 후보가 완주를 선언한 만큼 당 지도부는 모든 경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안철수-손학규-박주선' 세 후보의 '아름다운 경쟁'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본선급 경선'으로 불리는 민주당 경선에서 문 후보가 2위 보다 최소 39.9% 포인트 이상 높은 지지율을 얻으면서, '2위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호남경선에서 안희정 후보(20%)와 이재명 후보(19.4%)는 0.6%포인트 차이의 접전을 벌였다.

일단 1위인 문 후보와 큰 격차로 뒤진 두 후보는 향후 경선에서 대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안 후보는 개표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제 첫 라운드가 끝났다. 의미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충청에서 만회하고 영남에서 버텨서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수도권에서 역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사람 마음이란 게 진심이 전달되면 바뀔 수도 있지 않겠나"라면서 "국민완전경선에서 사실상 결판이 나고 오늘 연설은 호남보다 다음 지역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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