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민주당? 국민의당?…'텃밭' 호남 민심 향방은?
입력: 2017.03.26 05:00 / 수정: 2017.03.26 08:31
5월 9일 장미 대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남 민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재명, 최성, 문재인, 안희정 예비후보(위 왼쪽부터)와 국민의당 대선주자 안철수, 박주선, 손학규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문병희 기자
5월 9일 '장미 대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남 민심의 향방이 주목된다.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이재명, 최성, 문재인, 안희정 예비후보(위 왼쪽부터)와 국민의당 대선주자 안철수, 박주선, 손학규 예비후보. /국회사진취재단·문병희 기자

[더팩트ㅣ광주=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냐, 국민의당이냐. 호남 민심은 어디로?'

5월 9일 치러지는 '장미 대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19대 대통령 선거의 최종 후보를 뽑기 위해 불꽃 튀는 경선을 치르고 있다. 이 가운데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첫 경선지를 '호남'으로 정했다.

두 당에게 호남은 절대적 표밭이기 때문이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 안철수 전 대표를 필두로 비노(非노무현)계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호남 민심은 둘로 쪼개졌다.

특히 당시 호남 의원들은 문재인 당 대표의 리더십과 특정 세력을 문제삼으며 연쇄 탈당했고, 여기에 참여정부 이후 '호남 홀대론'이 누적돼오면서 호남 민심은 급격히 국민의당으로 기울어졌다. 국민의당은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28곳 중 23곳을 석권해 사실상 '싹쓸이'했다.

약 1년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 듯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23일 발표한 3월 4주차 주간정례 여론조사(21~23일 조사·전국 성인 1007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호남(광주·전라)에서 54%의 지지율을 얻었다. 전체 지지율(42%)보다 12%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국민의당은 25%를 기록, 전체 지지율(13%)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민주당과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 구애하는 두 당을 향한 호남 민심은 과연 어떨까. 25일 '심장부' 격인 광주를 찾아 시민들의 속내를 살펴봤다.

◆ 민주당→국민의당→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최성, 문재인, 안희정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공명경선 선언식에 참석해 추미애 대표(가운데)로부터 받은 운동화를 신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최성, 문재인, 안희정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공명경선 선언식에 참석해 추미애 대표(가운데)로부터 받은 운동화를 신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날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만난 김병열(55) 씨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렬한 팬이었다고 한다. 호남의 설움을 해결해줄 유일한 인물이 김 전 대통령이었고, 그렇기에 계보를 이어온 민주당을 지지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친노-친문으로 이어지는 주류 세력이 싫어 국민의당으로 노선을 변경했으나 최근 다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김 씨는 "어찌보면 줏대가 없는 것 같지만, 결국 정치인들의 행태에 실망하고 회귀했다. 물고기로 치자면 연어랄까?"라며 "호남 중에서도 광주는 국민의당에 몰표를 주다시피 했는데, 국민의당은 호남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는 이어 "국민의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자세를 보였다"며 "그 때 당시에는 '뭐하는 사람들인가'라는 생각과 총선에서 표를 줬던 것을 후회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12일 1일 당시 박 대통령 탄핵안 발의를 찬성했던 국민의당이 이를 번복한 것을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금까지 야당으로서 여당을 잘 견제해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고 설명했다.

학동에 거주하는 배모(48·여) 씨는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을 보고 지지자로서 실망했다"며 "나라와 서민들을 위해서 뜻을 함께 모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보다는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태수(68) 씨는 "(국민의당은) 민주당이 싫어도 같은 뿌리였고 식구였는데, 호남이랑은 반대인 바른정당이랑 손을 자주 잡으려는 것은 호남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저도, 제 주변도 국민의당에 등을 돌린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 "문재인 때문에 국민의당"..."기회 줘야"

25일 광주 서구와 광산구 일대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반문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호남 홀대론 장본인 문 전 대표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남윤호 기자
25일 광주 서구와 광산구 일대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반문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호남 홀대론' 장본인 문 전 대표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은 그 이유에 대해 문 전 대표가 속한 정당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호남 홀대론'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호남의 '반문정서'는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실제 이날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제주권역 첫 경선 투표에서도 6만명이 넘게 참여해 '반문정서'를 확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송정역 인근에서 만난 이명재(53) 씨는 "문 전 대표는 광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허리를 숙여도 호남을 홀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호남 민심이 좋을 수가 없다"며 "오죽하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친문세력을 패권주의라고 얘기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대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을 운영한다는 박모(47) 씨는 "문재인 대세론에 호남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저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며 웃어 보이며 "지난 총선 전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정계를 은퇴한다고 말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직에만 집착하는 인물이라는 인상이 강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에게 한번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미용사라고 소개한 최미옥(43·여) 씨는 "문 전 대표가 호남을 차별했다더라도 그것은 옛날 일이고 스스로 광주를 많이 찾아와 반성하고 정권을 잡으면 호남을 많이 챙기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밉지만 국민 대다수가 문 전 대표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만큼 이번에 한 번 믿고 기회를 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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