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분석]'시대정신' 읽은 후보가 승리한다…선점한 후보는?
입력: 2017.03.24 05:00 / 수정: 2017.03.24 05:00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어내고 선거전략을 짜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사진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일 촛불집회./임세준 기자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어내고 선거전략을 짜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사진은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일 촛불집회./임세준 기자

[더팩트 | 최재필 기자]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어내고 선거전략을 짜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게 된 19대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은 뭘까. '적폐 청산''통합'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래서인지 대선주자들 간 프레임 다툼도 이 두가지 키워드로 압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측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이다. 반면, 같은 당 안희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은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19대 대선 시대정신은 '적폐 청산'

그렇다면 프레임 다툼에서 우위를 점한 대선주자는 누구일까. 현 시점에서 본다면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점한 듯하다. 박 전 대통령과 일부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의 '탄핵 불복' 움직임으로 정치권은 물론,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여론의 분노 게이지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은 자택으로 복귀한 지난 12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봤다. 문재인 후보는 13일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지 않은 것은 우리 국민과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대규모 조직범죄의 '수괴'"라며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는 만큼 신속하게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통합론'이 힘을 얻는 듯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할 조짐을 보이자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시대정신을 선점했다. 사진은 지난 6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2차 합동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이던 두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적폐청산'을 주장하며 시대정신을 선점했다. 사진은 지난 6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2차 합동토론회에서 토론을 벌이던 두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국민 10명 중 4명 '적폐 청산' 차기정부 최우선 과제

국민들도 '적폐 청산'을 시대정신으로 꼽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 기준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적폐 청산과 개혁''민생과 경제회복'이 각각 35.2%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외교와 안보(12.7%), 국민통합(9.5%), 기타(3.7%) 순이었다.

반면 안희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 유승민 후보 등은 '통합'을 강조한다. 통합론으로 중도·보수층 표심을 잡고, 인물론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안희정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줄곧 '대연정론'을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의 대연정론은 '대개혁·대연정·대통합'으로 이어진다. 안 후보는 "대연정을 통한 대개혁의 결과가 진정한 국민 대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연정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대연정은 정당의 연합이지, 개인의 연합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분을 모셨던 이들은 공론의 대상이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국정농단 세력은 대연정의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희정 "대연정으로 대통합"…안철수 "치유와 통합 통해 미래로"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도 줄곧 '치유와 통합'을 주장한다. 안 후보 측은 "적폐 청산이 통합의 전제가 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통합과 적폐 청산이 분리된 것이 아니다. 통합을 하면서 적폐 청산 등 과제를 해결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지난 13일 조계사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뒤 "이제는 치유와 통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앞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통합의 가장 기본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노력이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안희정(왼쪽)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통합론을 강조한다. 사진은 2015년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미래연구소 창립식에서 참석한 두 후보의 모습./ 문병희 기자
민주당 안희정(왼쪽)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통합론'을 강조한다. 사진은 2015년 3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미래연구소' 창립식에서 참석한 두 후보의 모습./ 문병희 기자

이밖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바른정당도 '통합론'에 목을 맨다. 하지만 이들의 '통합론'은 '반문(재인) 연대'와 연결된다. 문재인 후보를 패권세력으로 몰아세워 '문재인 대 비문재인' '패권세력 대 반패권세력'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치권 한 의원은 "탄핵 찬·반의 극심한 갈등을 겪은 유권자들이 갈등의 심화보다는 통합과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면서도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가 대선기간동안 이어지는 박 전 대통령의 수사 상황이 국민들의 감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적폐 청산이 우선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6296명을 대상(응답률 8.1%)으로 이뤄졌으며, 무선 전화면접과 유무선 자동응답 혼용, 유무선 전화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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