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세월호 참사 '7시간', 조서 검토 '7시간'의 의미
입력: 2017.03.24 05:00 / 수정: 2017.03.24 05:00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던 세월호가 23일 1072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공동취재단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던 세월호가 23일 1072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하루면 되는 걸 왜, 그런 거냐?'

한 누리꾼이 23일 1072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을 보고 SNS에 남긴 글이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과 승객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다. 미수습자 포함 304명의 생명은 그렇게 바다에 묻혔다.

이제나저제나 세월호 인양을 기다렸지만, 1년, 2년,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 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세월호는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불과 13일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세월호 인양이 이뤄지자 많은 국민은 '그동안 왜 못했느냐'고 정부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방송을 통해 세월호 인양을 본 많은 지인은 "이렇게 쉽게 되는 거였어? 그러면 그동안 무엇을 한 거야" "3년 동안 속은 거네" "황당하다. 이렇게 할 수 있었으면서 왜, 3년이나 걸린 걸까" "박근혜가 내려오니 일사천리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루면 됐을 일을 1072일이나 미룬 정부가 의도적으로 세월호 인양을 늦췄다는 의심의 눈초리다. 물론 세월호 인양 작업은 오랜 기간 준비 작업을 거쳐 이날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지부진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해수부는 참사 후 1년이 지난 2015년 8월 상하이 샐비지와 계약한 뒤 인양작업을 시작해 지난해 7월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9개월 가량 지연됐다. 또 인양 방식도 중간에 변경되기도 했다.

세월호가 선체 인양 시작 7시간 만에 일부 모습을 드러내자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보였던 태도와 관련한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18일 세월호 수색 당시. /임영무 기자
세월호가 선체 인양 시작 7시간 만에 일부 모습을 드러내자 박근혜 정부가 그동안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보였던 태도와 관련한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18일 세월호 수색 당시. /임영무 기자

오랜 기다림 끝에 모습을 보인 세월호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시험 인양을 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유족과 국민은 간절함과 함께 혹시나 또 연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떨쳐버리지 못했다. 필자 또한 그랬다. 그러나 이번엔 혹시나 했던 생각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해수부는 22일 오후 8시 50분께 전남 진도 사고해역에서 세월호 본 인양 작업에 착수했고, 6시간 55분께인 23일 오전 3시 45분께 수면 위에서 세월호 일부를 관측했다.

인양에 나선 지 7시간 만이다. 세월호 인양을 3년 동안 요구했던 유족들은 7시간 만에 선체가 드러나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3년 동안 인양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이런저런 이유를 들으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도 분명 존재했다고 본다. 세월호의 무게만도 8000톤이 넘는다. 그러나 국민은 그동안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취해왔던 미적지근한 처리를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가 참사 1072일 만에 인양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분양소에 익명의 시민이 미수습된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가 담긴 종이를 붙여놓았다. /임세준 기자
세월호가 참사 1072일 만에 인양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월호분양소에 익명의 시민이 미수습된 희생자를 기리는 문구가 담긴 종이를 붙여놓았다. /임세준 기자

해수부가 세월호 본 인양을 시작한 지 7시간 만에 성공하자 많은 국민이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하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관저에 머물며 합당한 조치를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의문을 풀지 못한 대목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검찰 조사과정에서 조서검토를 무려 7시간 동안 꼼꼼하게 한 점도 세월호 당일 의혹의 7시간과 맞물려 회자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국가 최고 지도자가 조서를 검토하는 것처럼 꼼꼼하게 구조 활동을 챙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3일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이날도 정송주 자매를 자택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 방문 당시. /문병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3일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이날도 정송주 자매를 자택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 방문 당시. /문병희 기자

SNS에 나타난 여론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 행적에 의문을 남겼으면서 자신과 관련한 것은 7시간 동안 꼼꼼히도 챙긴다고 비판한다. 어찌 보면 누리꾼이나 국민이 박 전 대통령을 이렇게까지 공교로운 시간 일치를 내세워 비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박 전 대통령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겪는 고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낸 이날 박 전 대통령은 3년 전 그날과 마찬가지로 정송주 자매를 불러 머리를 올렸다. 박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통령은 사고 이후부터 파면된 이후까지 세월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문제 해결에 왠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탓이다.

세월호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됨과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풀겠다는 듯 세월호는 공교롭게도 7시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는 세월호를 지겹다고 한다. 또, 누구는 세월호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일로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한다.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광화문광장 한쪽에 익명의 시민이 적었다는 글이 다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얘들아 조금만 기다려, 정말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기다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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