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대선 경선 후보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3차례 열린 토론회에서 서로를 비판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는 공교롭게도 네거티브를 시작하며 이목을 끌게 됐다. /더팩트DB |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솔직히 물탕 경선 아니냐. 긴장감도 전혀 없고 이러다 계륵이 될 것."
최근 정치권 관계자에게 들은 바른정당 대선 경선 정책토론회에 대한 쓴소리다. 유승민 후보와 남경필 후보는 21일 열린 영남권 토론회에 앞서 호남(18일)과 KBS 방송(20일)에서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반응은 미비했다.
그러나 영남권 토론회 이후 '물탕'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배틀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보수후보 단일화와 연정, 지지율 등을 두고 '기웃·모욕·배신자'란 '네거티브(negative) 공격'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부산여객터미널에서 진행된 영남권 정책토론회에서 남 후보는 유 후보의 '보수후보 단일화'와 관련 "친박패권 세력이 있는 자유한국당과의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며 "당론으로도 이미 보수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결정했다. 그 안(자유한국당)에 있는 탄핵 찬성 의원들에게 나오라고 해서 같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지, 자꾸 '기웃기웃'하니까 바른정당의 정체성도 모호해지고 지지율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오히려 남 후보같은 분이 민주당에 '기웃'거리니까 당 정체성에 더 혼란을 준다"고 받아쳤다. 그러자 남 후보는 "양극단을 제외하고 합리적인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를 끌어안고 가는 것이 어떻게 기웃거리는 것이냐. 이는 연정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다.
이어 유 후보는 "(남 후보가) 그런(기웃) 표현을 쓰니까 저도 그런 것"이라며 "합리적인 진보와 건전한 보수가 같이 가는 것은 찬성이다. 다만,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정부를 나눠 가지는 연정보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협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호남·영남권 정책평가단은 유승민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배정한 기자 |
또, 남 후보는 유 후보의 별칭인 '배신자' 카드도 꺼냈다. 그는 "일각에서 유 의원의 배신자 이미지 때문에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유 후보는 "질문해줘서 감사하다. 지금까지 국민을 배신한 적 없다. 저를 배신자라고 생각하느냐"며 되물었고, 남 후보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에 유 의원은 "그러면 됐다"며 '배신자' 분쟁을 매듭졌다.
더불어 박 전 대통령 검찰 소환과 관련 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인간 박근혜에 대한 저의 마음은 참 쓰렸다"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반대로 남 후보는 "구소 여부는 사법의 영역이고 그것이 헌법질서"라며 "정치인이 나서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유 의원의 입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두 후보는 '안보는 보수', '경제·복지·교육은 개혁'이란 맥락은 같이하면서 '깊이'에 대한 온도차를 보이며 열띤 격론을 벌였다.
물론 영남권 정책평가단은 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총 1030명 중 응답자는 688명으로, 이 가운데 446명이 유 후보를, 242명이 남 후보를 선택했다. 뿐만 아니라 호남권 정책평가단도 유 후보를 선택했다.(총 446명 중 참여 290명. 유승민 183표, 남경필 107표)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 흥행과 유권자 판단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새롬 기자 |
하지만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승패를 떠나 두 후보가 펼친 '네거티브'가 흥행과 유권자 선택 등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해석했다.
그는 "근거 없는 흑색선전과 중상모략 등은 네거티브와 다르다"며 "선거 운동에는 포지티브(positive)와 네거티브(negative)가 있다. 한 후보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경쟁자이다. 따라서 네거티브는 진면목이나, 약점 등을 부각되게 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자들은 각자 '자신이 옳다'며 긍정적 부분만 강조하고 포장한다. 여기에 서로 칭찬만 하면 누가 관심을 갖겠냐"며 "소중한 한 표를 행사는 유권자들도 (어떤 후보를 뽑을지) 판단할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네거티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바른정당 경선은 더욱 진검 승부로 가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더욱 흥행과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연히 중상모략이나 인신공격으로 흘러가면 안 되고, 이는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른정당은 앞으로 23일 충청권(대전), 25일 수도권(서울)에서 두 차례 더 권역별 정책토론회를 벌인 후 28일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국민정책평가단의 전화면접투표 결과와 당원선거인투표결과 및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