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만큼 국민적 관심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쏠리고 있다. 22일 오전 검찰 조사를 마치고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한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을 향해 웃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 최재필 기자] 21일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가량의 검찰 조사를 받고 22일 오전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 만큼 국민적 관심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신중한 모습이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은 "구속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한다면 '불구속 수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정치권 "구속 가능성 높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사안의 중대성과 형평성 등 두 가지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구속을 피하기 어려운 중대사유이고,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공범'이 모두 구속된 상황에서 주범 격인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지 않는다면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검찰 1기 특별수사본부가 밝혀낸 8가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가한 5가지 등 총 13가지에 이른다. 쟁점은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원 강제모금 ▲삼성그룹에서 433억원 뇌물수수 ▲청와대 문건 유출 지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과 사실상 공모한 혐의와 함께 안종범, 정호성 등에게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 1월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준비기일에 참석한 최순실(최서원 개명·앞줄 왼쪽부터 두번째), 안종범(네 번째), 정호성(앞줄 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이 부회장의 승계를 돕는 대가로 받은 뇌물수수는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이 가장 치열하게 다퉈야 할 부분이다. 뇌물죄 혐의가 인정된다면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검찰은 21일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삼성그룹에서 받은 433억원대 뇌물수수 혐의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추궁에 뇌물수수, 대가성 등 13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의혹에 대해선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죄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사 출신 법무법인 케이파트너스 최종상 변호사는 <더팩트>에 "구속수사 사유는 증거인멸 가능성과 사안의 중대성이 일반적"이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보면 구속사유는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여러 혐의 중 뇌물죄가 중요할 듯하다"면서 "뇌물을 건넨 이 부회장이 구속된 만큼 뇌물을 받은 이에 대해 구속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가성 뇌물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박 전 대통령도 구속될지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이 부회장이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던 당시. /임세준 기자

또 다른 변호사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나 정규재TV 인터뷰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검찰이나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주변인들에 대한 조사와 증거 등을 어느 정도 확보했고, 마지막으로 박 전 대통령을 불렀을 것이다. 결국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만큼 '원칙'대로 한다면 구속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

방송인 전여옥 씨도 '구속' 가능성을 점쳤다. 전씨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검찰이 SK 최태원 회장 수사를 비롯해 가장 초점이 되는 '뇌물죄'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했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확인' 차원에서 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구속 결정 최대 변수는 검찰의 '정치적 고려'

일각에선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할 경우다. 실제 검찰은 그동안 '대형 게이트'에서 정치적 판단을 내려왔다.

경찰 출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더팩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돼야 마땅하다"면서도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한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더팩트'에 검찰의 정치적 고려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표 의원의 모습. /남용희 기자

표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정치 검찰'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검찰이 '엄정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수사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검찰이 정치적 사건이나 대형 게이트 처리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를 해온 것을 목도하지 않았나"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사안이 중대하고, 혐의 사실도 많다. 이재용·안종범·정호성 등 구속된 공범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구속돼야 한다. 구속 수사를 하는 게 추가 조사도 용이하다"면서도 "하지만 검찰이 참여하지 말아야 하는 경기, 즉 정치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정치적 고려를 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표 의원은 "'정치 검찰'의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검찰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을 적용한, 정치적 고려가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한 의원도 "검찰 입장에서는 선거에 미칠 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선거 국면에서는 구속여부를 밝히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과 기존 수사기록, 증거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jpcho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