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인재 영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문캠 일자리 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남윤호 기자 |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메머드급(대규모)'.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64)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의 '인재 영입'을 표현하는 키워드다. 문 후보는 조기 대선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최근 국정 운영의 로드맵을 함께 그릴 인재들을 전방위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일각에서 문 후보를 '헤드헌터'로 부르는 이유다.
문 후보의 '인재 영입' 핵심은 '외연 확대'다. 그는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 SNS 본부장에 윤영찬(53) 네이버 전 부사장을 내정했고, 경제분야에 김광두(69)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김호기(57) 연세대 교수, 김상조(54) 경제개혁연대 소장의 캠프영입 사실을 밝혔다.
이날 영입한 인사 중 눈길을 끈 사람은 김광두 원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 원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참여했고, 보수적 성향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진보적 경제학자인 김호기 교수나 '삼성 저격수' 김상조 소장의 영입과 달리 김 원장인 경우 진보 진영의 야권 지지층에서 보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약세인 중도 보수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위한 전략이란 게 문 후보 캠프 안팎의 설명이다. 또 일각에선 지난 총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자신의 어젠다로 내건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문 후보가 영입했으나, 김 대표가 최근 탈당한 데 따른 잡음을 김 원장의 영입으로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전 대표 역시 보수 진영 인사였던 만큼 당 대표 시절 문 후보가 '혁신과 통합'의 인사로 내세운 카드였다. 문 후보 본인도 김 원장을 영입하며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넘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의 인재 영입은 '외연 확대'와 '전문가 영입' 등이 특징이다./남윤호 기자 |
문 후보 인재 영입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전문가 영입'이다. 외부 전문가 영입은 운동권·인권변호사·시민단체 등에 편중된 기존 야권 인사에 변화를 줄 수 있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IT 전문가' 영입이 눈에 띈다. 윤영찬 네이버 전 부사장은 언론인 출신으로 2013년부터 네이버에서 대관 및 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문재인 캠프 측은 지난 15일 "정무감각과 포털 기업에서의 콘텐츠 서비스 감각을 잘 살려 더문캠과 국민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총괄할 적임자다"고 설명했다. 윤 전 부사장은 '문 캠프 합류 이유'에 대해 다음 날(16일) 언론 인터뷰에서 "네이버, 동아일보 같은 좋은 직장에 다녔는데 촛불을 보면서 이제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해 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소박한 마음이 있어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엔 인텔 전 수석매니저인 유웅환(46) 박사를 문 후보는 캠프로 영입했다. 만 35세에 인텔 수석매니저로 발탁된 유 박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두루 거친 반도체시스템 엔지니어다. 문 후보는 당일 영입 발표 회견에서 "실리콘밸리 혁신 현장과 국내 대기업의 현실을 모두 경험한 유 박사의 영입은 4차 산업혁명 선도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유 박사는 "10살 아들과 매주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가 많은 것을 배우고 결심했다"며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이고, 이를 이끌어 갈 대표선수인 문 후보와 함께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며 캠프 합류 이유를 밝혔다.
또 문 후보는 다른 대선주자들과 비교해 가장 많은 수의 싱크탱크와 자문단·포럼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출범한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현재 900여명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정부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주영대사를 지낸 조윤제 서강대 교수가 소장을 맡았다. 지난 1월 14일 창립한 외곽 조직인 '더불어포럼' 상임고문은 효암학원 채연국 이사장이 맡았으며, 김응용 전 프로야구 감독, 드라마 '풀하우스' 원작 만화가 원수연 웹툰협회 회장 등 23인이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장·차관으로 구성된 '10년의 힘 위원회(60여명)', 전직 외교관 출신으로 조직된 '국민 아그레망'(24명), 안보전문가그룹인 '더불어국방안보포럼(180여명)' 등에 참여하는 인원만 260여명이 넘는다.
문 후보는 많은 수의 싱크탱크와 자문단·포럼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문 후보./배정한 기자 |
이러한 문 후보의 인재영입 비결에는 탄핵정국을 거친 국민 다수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1위 주자 문재인'에게 투영된 것이란 게 정치권 일각의 분석이다. 문 후보 캠프 역시 무엇보다 인재 영입에 있어 '수권 능력'에 방점을 뒀다. 박광온 캠프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4일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는 모습을 보고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해왔다"면서 "그동안 준비해온 정책 구상을 국민들께 선보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없이 당선과 동시에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 현실성도 반영됐다.
다만 일각에선 외연 확장에 힘쓰고 있는 문 후보 캠프가 너무 비대해질 경우 원활한 의견교환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본선에 오르기도 전에 문 후보 캠프 주변에서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패권주의'에 대한 구설이 나오고 있으며, 영입 인사 중 일부는 '잡음'으로 중도 하차하거나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캠프 안보자문 위원으로 지난 2월 초 영입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당시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돼 영입 무산됐고, 지난 6일에는 문 후보가 대표 시절 영입한 삼성전자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이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모임인 '반올림'을 '전문 시위꾼'이라고 폄하해 비판을 받아 고개를 숙였다.
여러 '인사 논란'과 관련해 문 후보는 지난 17일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보도·종편방송 4개사 주최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토론회에서 "제 부족함도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민정수석 시절 가장 깐깐한 인사로 정평 났었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문 후보의 '인재 영입'은 앞으로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의 '인사검증 능력' 또한 정치권 안팎에서 계속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