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파면된 뒤 이틀 뒤 저녁 청와대를 떠나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서 칩거 중이다.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에 TV 등 통신이 설치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 | 삼성동=오경희·서민지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4년여 만에 '삼성동 사저'로 복귀하면서 이를 둘러싼 '갖은 설(說)'의 실체와 궁금증도 뒤따른다. 지난 10일 헌정 사상 대통령으로서 첫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은 12일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복귀한 뒤 사실상 파면 결정에 대한 불복을 시사하며 칩거 중이다. 때문에 정치권을 비롯한 세간의 모든 시선은 '삼성동 사저'로 쏠려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해 앞서 일각에선 '탄핵 인용 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집을 팔아 경기도로 이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머물기엔 노후화된 사저와 경호 여건 등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이유로 짚었다. 파면 직후 곧바로 사저로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23년을 거주한 삼성동을 떠날까? 매입은 누가 했고, 자금은 어디서 났을까? 매각한다면 현 시세는 얼마일까? 파면된 대통령의 경호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더팩트>는 '삼성동 사저'에 대한 설과 궁금증을 '팩트체크'로 풀어본다.
√ FACT 체크 1=삼성동 사저, 규모 및 시세는? 누가 매입?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90년 삼성동 사저를 10억여 원에 구입한 뒤 2013년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23년 거주했으며, 그간 시세는 6~7배 가량 뛰었다. 삼성동 사저 위치 및 주변 환경./네이버 지도, 더팩트 |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사저에 1990년부터 2013년 2월 25일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약 23년 동안 거주했다. '동아일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9일 "헌재가 박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경우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사저를 매각하고 경기도 모처의 새 사저로 옮길 방침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어 "삼성동 사저의 거주 및 경호 여건을 검토했는데 박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저녁 삼성동 사저로 복귀했다. 이후에도 탄핵 사유 13가지 혐의와 관련한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한 이상 거처를 옮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물론 사저 매각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엔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비서관 채용이나 연금 등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어, 박 전 대통령은 남은 여생을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지난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재산 35억1924만 원 중 '삼성동 자택'이 25억3000만 원(공시지가 기준)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박 전 대통령이 1990년 7월 10억여 원에 구입한 삼성동 사저는 등기부등본 상 대지면적 487㎡(147.6평)에 건물 연면적 317.35㎡(96.17평) 규모로, 지하 1층(48.86㎡)·지상 2층(1층 160.26㎡, 2층 108.23㎡) 단독주택이다.
삼성동 사저는 등기부등본 상 대지면적 487㎡(147.6평)에 건물 연면적 317.35㎡(96.17평) 규모로, 지하 1층(48.86㎡)·지상 2층(1층 160.26㎡, 2층 108.23㎡) 단독주택이다./등기부등본 캡처 |
23년이 지난 현재 삼성동 사저의 시세는 6~70억 원이다. 자산가치가 무려 6~7배 급등했다. 인근 복수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14일 <더팩트>와 만나 "사저를 포함한 주변 (건물을 제외한) 땅값만 평당(3.3㎡) 4500만 원~5000만 원으로, 사저를 매각한다면 6~70억 원선"이라고 말했다. A 중개업자는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은 지하철 역세권인데다 초등학교가 바로 인접해 있어 교육환경이 좋아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저 매입 자금과 과정을 둘러싼 의혹도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특검은 지난 6일 박근혜·최순실(61·구소기소) 씨 일가가 경제공동체를 이뤘다는 근거 중 하나로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구입 당시(1990년) 계약과정을 임선이·최순실이 주도하고 돈도 대신 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였던 최태민 씨의 아들 최재석 씨는 최근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삼성동 집을 구입한 후 아버지(최태민)와 계모(임선이)가 '뭐 그런 집을 샀냐'며 싸웠던 것이 기억난다"며 "실제 아버지가 남긴 부동산 목록에 그 집이 들어 있어 나중에 방문해보니 초등학교 운동장 담벼락에 붙어 있어 시끄러워 좋지 않다며 핀잔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 FACT 체크 2=사저 인근 경호동 임대했나? 신축하나?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 경호를 위해 경호동 건물 매입 대신 임대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오전 박 전 대통령 삼성동 사저 전경. |
박 전 대통령은 '경호동 미비' 등을 들어 파면 결정 이후에도 사흘간 청와대에 머무르다 지난 12일 저녁에서야 사저로 이동했다. 청와대 측은 지난해 삼성동 사저 리모델링 혹은 인근 건물 매입 등 보완 방안을 논의했지만 탄핵 정국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저 주변 경호동으로 사용할 건물을 매입하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뉴스1'은 지난 13일 "청와대 경호실이 지난 10일 이후 경호동 마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고, 삼성동 사저 인근에 경호사무동(경호동)을 임대했다"고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의 모든 예우는 박탈되지만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돼 중도 퇴임했으므로 최대 10년(5년 + 5년 연장) 동안 경호를 받을 수 있고, 경호 인력은 총 20여명이다.
이와 관련해 B 중개업자는 "여기는 양도소득세가 더 비싸서 파느니 보유하는 게 낫고, 시세가 워낙 비싸서 매물 자체도 업고, 임대로 나온 물건도 없다"면서 "개인 대 개인 간 임대로 한다 한들 사저 주변 경호동으로 쓸만한 3층 이상 건물들은 다 상가 건물이라 기존 세입자를 내쫓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어 이 중개업자는 '신축' 가능성에 대해 "파면돼서 국가 예산 지원도 못받고, 매입할 수 있는 건물도 없는데 가능하겠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편 지난해 10월 5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기재부는 "2018년 2월 퇴임 이후 대통령이 머물 사저의 경호를 위해 2016년 예산에 토지매입비 49억5000만 원, 2017년 예산에 시설건축비 18억 1700만 원을 이미 편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이 중 토지매입비 49억5000만 원이 지난 연말 전액 불용(不用) 처리(예산을 쓰지 않아 국고로 환수)됐고, 가용(可用) 예산으로 남아 있는 시설건축비 18억1700만 원 역시 아직 미집행 중이다.
√ FACT 체크 3=사저 관리, 최순실이 직접 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퇴거한지 이틀째인 14일 서울 삼성동 사저로 각종 집기들이 들어가고 있다./문병희 기자 |
박 전 대통령은 뒤늦은 사저 복귀의 또 다른 이유로 '지난 4년 동안 비워둔 사저의 난방·배관 같은 시설 관리 문제'를 들었다. 박 전 대통령 복귀 이후 통신·가스 설비업체 등의 방문이 이어졌고,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삼성동 자택에 들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일보'는 지난 1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최순실 씨는 2015년 10월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침대와 서랍장, 가구 등 모든 집기를 빼 냈고, 최 씨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머물던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로 옮겨졌다. 당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업무 처리를 위해 제주도에 살던 장씨의 서울 임시 거처에 가구 등 집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삼성동 이웃 주민들은 14일 <더팩트>와 만나"'모든 집기를' 빼낼 정도의 움직임이라면 주민들도 알아챘을 정도일텐데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C 씨는 "최순실이나 장시호나 다들 잘 사는 사람인데 아무리 대통령이 쓰던 물건이 좋다 한들 굳이 쓰던 걸 쓰겠냐"고 반문했다.
2005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고맙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내부에 비치된 낡은 가전제품들./온라인 커뮤니티 |
또 해당매체가 "장 씨는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것임을 금방 알아챘다. 박 전 대통령이 젊은 층과 소통한다며 2004년 2월21일 개통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사저 사진에서 본 것들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한 점에 비춰 볼때, 시점상 '11년 이상 사용한 중고 물건'을 장 씨에게 최 씨가 넘겼다는 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2005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고맙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내부에 비치된 가구와 가전제품들을 보면, 출시 20년이 넘은 럭키 금성의 에어컨과 낡은 전축과 TV 등은 1970~80년대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낡았다.
한편 검찰은 오는 21일 오전 9시30분에 박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