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위협적" 과격시위, '朴사저' 옆 학부모들 '더 못참아'
입력: 2017.03.15 05:00 / 수정: 2017.03.15 12:04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흘째 과격 시위를 이어가면서,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 학부모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사진은 화살표 방향으로 바라본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 사저 입구는 삼릉초등학교 후문과 맞닿아 있으며, 현재 통제 중이다.(아래 오른쪽 사진) /삼성동=문병희 기자, 네이버지도 삼성 2동 갈무리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사흘째 과격 시위를 이어가면서, 박 전 대통령 사저 인근 학부모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사진은 화살표 방향으로 바라본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 사저 입구는 삼릉초등학교 후문과 맞닿아 있으며, 현재 통제 중이다.(아래 오른쪽 사진) /삼성동=문병희 기자, 네이버지도 '삼성 2동' 갈무리

[더팩트 | 삼성동=서민지 기자] "아휴, 학교 측에서 아무리 통지문 보내고 설명한 데도 너무 험하잖아요. 위협적이라 불안하죠. 걱정돼요."

14일 오후 4시. 박근혜 전 대통령 삼성동 사저 옆 삼릉초등학교 정문에서 만난 A 씨(40대·여)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사흘째 이어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사저 앞 집회가 과격해지면서 아이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 명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일명 '박근혜 지킴이 결사대')은 언론과 경찰, 인근 주민들에게 험한 말은 물론 폭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이가 걱정돼 데리러 왔다"던 A 씨는 집으로 향하다가 다시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후문 방향으로 가면 곧장 집에 닿을 수 있는데, 집회가 한창이라 아이의 신변을 위해 하는 수 없이 대로변으로 '빙' 둘러 돌아 가야했다.

삼릉초등학교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바로 뒤다. 정문은 사저와 500m 가량 떨어져 있지만, 후문은 사저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즉,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초등학교 후문 앞에서 집회를 진행 중이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온 뒤부터 후문은 줄곧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퇴거한 지 이틀째인 14일 서울 삼성동 사저 앞에서 종편채널 JTBC 취재차량 사저 인근으로 진입하려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도로에 누워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삼성동=문병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퇴거한 지 이틀째인 14일 서울 삼성동 사저 앞에서 종편채널 JTBC 취재차량 사저 인근으로 진입하려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도로에 누워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삼성동=문병희 기자

초등학교 인근 학원 선생님들도 울상이다. 박 전 대통령 사저 근처 학원에 확인해 본 결과, 집회가 훤히 내다보이는 데다가 위치가 바로 맞닿아 있는 만큼 집회 소리도 크게 들렸다. 해당 건물 옥상에 올라가겠다고 떼를 쓰는 지지자가 있는가 하면 애국가를 틀어 크게 따라부르거나 험한 단어를 섞어 '불법탄핵 원천무효'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아까는 C 학원 선생님이 찾아와 방을 하나 봐달라고 하더라. 애들이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한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다 못한 학교 측에선 '▲당분간 등하교 시 정문만 이용하기 ▲하교 후 행선지와 안전 상황을 부모님과 연락 유지하기(곧바로 귀가하기) ▲하교 후 운동장에서 놀지 않기 ▲방과 후 또는 휴일 후문 근처에서 돌아다니거나 놀지 않기 ▲낯선 사람 따라가거나 이야기하지 않기' 등 가정통신문과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다음 달 12일까지 한 달 치 사저 앞 집회 신고를 했으며, 1개월이 지나면 또다시 신청해 총 4개월 간 이어갈 방침이다.

때문에 인내심이 한계치에 다다른 학부모들이 직접 나섰다.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15일 총회에서 총론을 모아 '집회 신고장소가 학교 주변 지역으로서 집회 또는 시위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집시법 8조에 따라 강남경찰서에 집회 신고 철회를 요청할 방침이다.

1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삼성동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옆 삼릉초등학교에는 52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중이다. 학부모들은 집회를 피해 대로변으로 돌아 자녀들을 통학시키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삼성동=문병희 기자
14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 삼성동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사저 옆 삼릉초등학교에는 52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중이다. 학부모들은 집회를 피해 대로변으로 돌아 자녀들을 통학시키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삼성동=문병희 기자

A 씨는 놀란 딸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내일(15일) 학교 총회가 있어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학교 내 여러 학부모 단체들이 힘을 모아 초등학교 100m 이내는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는 법을 근거로 경찰 측에 민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사회관계망시스템)에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 '집회 불허 요청'을 해서 받은 공문을 게시하며 "집시법에 의하면, 주변주택가 거주자나 학교관리자의 불허요청이 필요하다고 한다. 강남경찰서에 집회불허를 신청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경찰청은 "14일 현재 주택가의 거주자 또는 삼릉초 관리자(학교장)으로부터 집회 제한 요청이 접수된 바가 없다.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되는 것으로 법률에 의해 엄격한 요건에 따라 제한된다. 경찰이 임의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주변의 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요청이 있다면 법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 경계태세를 유지하며 경찰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집회 자체는 막지 않고 있다. 한 경찰관계자는 "초등학교 인근이 집회 금지 장소인지 확실하게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허가가 났으니까 집회를 하는 것"이라면서도 "사실 막무가내니까 (별 수 없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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