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 후 사저로 복귀한 12일 삼성동 사저 앞에서 지지자 등과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1476일 만에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돌아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메시지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었다.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지난 10일 탄핵 인용 결과에 불복하면서 앞으로 있을 검찰 수사 대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12일 오후 7시 37분께 삼성동 사저로 돌아왔다. 헌재에서 탄핵당한 지 이틀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70년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표정에선 아쉬움도 국민에 대한 미안함 대신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정치권은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에게 헌재 판결에 승복하는 메시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이후에도 청와대 관저에 머물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 도착해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탄핵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화해 메시지를 기대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 후 사저로 복귀한 12일 오후 삼성동 사저에서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고 탄핵에 불복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사진공동취재단 |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촛불과 태극기의 화해와 통합 메시지가 아닌 '억울'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 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은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저를 믿고 성원해준 국민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한다는 뜻을 밝혔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말씀은 없었다"고 답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서는 "지금 말씀드린 게 어려운 의미가 아니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고, '세월호 유가족에게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사실상 헌재 탄핵에 관한 불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된 것은 받아들이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며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정치권은 당장 '유감'을 드러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메시지에 관해 "지지층에 대한 인사로 국민에 대한 입장표명은 아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자신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여전히 헌재의 탄핵 인용에 불복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 충격적이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 6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수사결과 최종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을 사실상 공범으로 보았다. 사진은 지난 6일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던 박영수 특검. /문병희 기자 |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해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을 기대했으나 역시 허망한 기대였다"며 "'진실은 밝혀진다' 운운하며 끝내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은 깊은 유감이다"고 밝혔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 "헌재 판결의 존중과 통합의 메시지를 원했건만 본인 스스로의 입장 표명도 없이 대리인의 입을 통해 분열과 갈등의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끝내 대국민 메시지보다는 지지층과 헌재 판결 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수사가 종료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에게 10여 가지 넘는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적시했다.
특검팀은 ▲삼성으로부터 433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가 출전한 승마대회와 관련 좌천 인사 지시(이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최 씨 측근인 이상화 KEB하나은행 지점장을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도록 은행 측에 압력 행사 등 4가지 혐의에서 박 대통령이 최 씨와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사실관계와 너무 동떨어진 황당한 소설"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은 사저에서 변호인단과 함께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정치권은 60일 이내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재는 5월 9일이 가장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