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이 굳어진 가운데 그 주변에서 우려와 '잡음'도 나오고 있다./문병희 기자 |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최근 여의도에선 '이대문'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대로 가면 문재인이 대통령'이란 줄임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권에 분노한 민심은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지지로 이어졌다. 올 1월 한달 만에 10%대 이상 급증하며 '마의 30%' 대권 지지율을 돌파한 문 전 대표는 여전히 독주 중이며, 지난달 20일 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은 사상 첫 50%대를 돌파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세론'의 동력은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라고 본다. 관건은 이대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느냐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얼마나 내외부 변수, 즉 '리스크'를 잘 관리해 선두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문재인 리스크'는 무엇일까. 문 전 대표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첫손에 꼽는다. 이 같은 지적은 문 전 대표가 당을 이끌던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친문의 뿌리인 '친노(친노무현)'는 당내 소수파이면서도 '기득권'에 타협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냈지만, 다수파인 '친문'은 당내 반대 세력을 포용하지 못하고 등을 지게 해 '패권주의'란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문 전 대표와 등을 돌린 인사들은 하나같이 '친문 패권주의'를 문제삼았다. 최근 대표적인 예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월 당 지도부 혁신 문제로 내홍을 겪던 시기 문 전 대표가 구원투수로 영입했으나, 비대위를 이끄는 과정에서 '비문(비문재인)'의 핵심 인사가 됐다. 평의원으로 돌아간 후에도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했고, 대선 정국에서 본인의 어젠다인 '경제민주화' 등에 소극적인 친문 지도부에 불편한 심기를 전하며 8일 공식 탈당했다.
'친문 패권주의'를 비판해온 김종인(왼쪽)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8일 공식 탈당했다./임영무 기자 |
김 전 대표뿐만 아니다. 2015년 12월, 한때 민주당에 몸담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다수의 호남 의원들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이 또한 패권주의에 대한 염증 때문으로 지적됐다. 당내 잔류한 비주류 세력들도 끊임없이 '친문 패권주의'를 말했다. 비대위 체제 종료 후 치른 지난해 8·27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비주류 인사 이종걸 의원은 "'친문 패권주의'를 타파하지 않으면 내년 정권교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의원의 경고(?)에도 전대에선 추미애 현 대표를 비롯해 친문 인사 다수가 새 지도부에 입성했다.
대선 본선도 치르기 전부터 '친문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가 요즘 더 크게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 문 전 대표가 캠프 중심의 비상경제대책단을 가동하고 첫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단장을 맡은 이용섭 전 의원은 "벌써부터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다고 곡해하실 수 있는데, 지금 우리 경제 위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탄핵 정국으로 인해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어 미리 대비책을 논의하고 준비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라도 된 것처럼"이라는 이 의원의 발언처럼 일부에선 문 전 대표 캠프를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다. 문 전 대표 자체의 행동을 지적한 게 아니라 친문 인사들을 겨냥한 비판이 물밑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한 야권 인사는 "이미 다들 청와대에 입성이라도 한듯 어깨와 목에 힘을 주고 다닌다"라며 "각 분야별 매머드급 자문단이 섀도 캐비닛(정권 교체에 대비해 야당에서 정권을 잡았을 경우를 예상하고 조직하는 내각)이란 얘기도 공공연하게들 알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뒤를 추격 중인 민주당 대선 주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3일 첫 경선 합동토론회에서 "대선캠프 조직이 화려하더라. 대통령이 되고 나면 선거 운동을 도왔던 분들이 당과 정부를 접수한다"며 "지금 이 추세로 가면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집권이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재인 대세론'의 변수는 '친문 패권주의'라고 꼽는다./이새롬 기자 |
물론 문 전 대표 측은 '친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에서는 때로 진실이 무엇인가보다 '다수가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더 중요한 게 현실이다. 때문에 '친노 패권주의'는 문 전 대표를 끝까지 괴롭힐 키워드일 수밖에 없다. 공든 탑도 주춧돌 하나가 빠지면 와르르 무너진다.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여야 진영에선 '문재인 대세론'에 맞선 '반문 연대' 조짐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한 불편한 시선을 어떻게 품고 대응해 나갈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란 얘기다.
'인간 문재인'이 '좋은 사람'이란 데는 여야가 없고, '대세'란 사실도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좋은 대통령'으로 서려면 그의 지난 대선 당시 슬로건처럼 '사람이 먼저'다. 주변에 눈과 귀를 가리는 사람은 없는지, '인의 장막'에 갇혀 있지 않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게 그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이다. 결국 '문재인 대세론'의 변수는 문재인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