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왼쪽부터)이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성평등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시청=문병희 기자 |
[더팩트 | 서울시청=서민지 기자] 야권 대선주자들이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저마다 사연과 공약을 내놓으며 '여심(女心) 저격'에 나섰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이재명 성남시장·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에 참석해 대선주자로서 각자 '성평등 정책'을 밝혔다.
특히 '성평등 마이크' 코너에선 배우이자 여성연합 홍보대사인 권해효 씨와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의 사회 아래 대선주자들은 '성평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대선주자들은 참석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로 '가족' 이야기를 꺼냈고, 여성 참가자들은 발표하는 정책에 동의를 할 때마다 환호를 보냈다.
◆ 문재인 "정숙 씨 이름 돌려줄 것"
야권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청=문병희 기자 |
문 전 대표는 '여심'을 사로잡기 위해 '필승카드'인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누나와 아내 김정숙 씨, 딸 이야기를 언급하며 여성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우선, 누나의 희생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누나는 공부를 잘했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여자상업고등학교를 나와서 작은 회사 경리직원으로 취직했다. 덕분에 누나의 희생에 기대서 제가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집집마다 누나, 여동생의 희생으로 오빠와 남동생을 교육시키던 시절이 있지 않나"라며 6070세대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어 "그런 시대는 지났지만 여성의 희생이 필요한 현실은 여전하다. 엄마, 시어머니 다른 여성의 도움이 없으면 일하기 어렵다. 그게 아니면 경력단절이다. 제 딸도 마찬가지"라면서 2030세대의 주목도를 높였다.
그는 ▲'텐투포(10to4·10시출근 4시퇴근)' 엄마아빠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 도입 ▲성평등격차 줄이기 ▲젠더폭력으로부터 여성 안전 지키기 등을 공언하며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성평등한 세상이다. 저 문재인이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선 재수생인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패인'을 '50대 여성층'의 지지를 못받은 점이라고 꼽으며 아내 정숙 씨를 거론, "내 아내에게 마누라 며느리 어머니 할머니 아닌 정숙 씨라는 이름을 돌려드리겠다"면서 "50대 여성의 걱정거리를 해결하는 게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이정도면 지지하실만 하나. 50대 여성도 이번 대선에선 잘 봐주십쇼"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 안철수 "평생 못해본 말 '밥 줘'"
야권 대권주자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서울시청=문병희 기자 |
안 전 대표 역시 아내 김미경 씨와 일화를 화두로 던졌다. 안 전 대표는 "30년 정도 맞벌이를 해서 제가 아내에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이 '밥 줘'다.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밥을 하기 때문에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안 전 대표는 크게 '▲성평등 실현 위한 국가대개혁 추진 ▲셩평등한 돌봄사회 실천 ▲여성아동청소년 인권보장' 세 가지 성평등 비전을 제시했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대개혁 추진' 방안으로는 '여성가족부→성평등인권부'로 개편하고 '국무총리 산하 양성평등위원회→대통령 직속 국가성평등위원회'로 위상 강화하겠다고 했다.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각의 여성 비율을 OECD 평균 비율인 30%부터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일·쉼·돌봄을 나누는 성평등한 돌봄사회 실천' 방안으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4차 산업혁명 주도 위한 여성전문역량강화 ▲가족돌봄 휴직확대와 돌봄가족 휴직일 도입 ▲육아휴직제도 개편 등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특히 '일가정양립'을 위한 '돌봄제도'에 대해 "육아는 남녀공동의 책임이다. 돌봄노동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거기에 맞게 인센티브를 주는게 필요하다.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돌봄노동자가 행복해야 우리아이를 행복하게 돌볼 것"이라고 밝혔다.
◆ 이재명 "靑, 女 50% 내정…무조건 지켜"
야권 대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청=문병희 기자 |
이 시장은 자신의 장점인 '실천하는 사람'을 내세워 참가자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특히 이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하며, "정치에서 정책에 대한 저작권은 없다. 근데 문제는 말만 하고 안 지키는 것이다. 말 많이 해놓고 안 지키는 대표적인 사람이 있다. '박근혜'"라며 '광장'의 민심을 불러왔다.
이 시장은 대표적으로 "청와대 내각부터 성평등을 실천하겠다. 초기엔 여성의 비율을 30%로 시작해서 임기 안에 양성평등의 내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알지 않나. 저는 말하면 지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금융기관도 성수자의 비율이 30%를 반드시 넘길 수 있도록, 한쪽 성비가 70% 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학교에서 성평등교육을 실시해 어릴 때부터 가르치도록 하겠다. 제일 중요한 건 아이를 낳고 가르치는 일이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이 될 수 있도록 국가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여성이 겪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소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2017년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고, 여성이 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심상정 "차별? 말할 수 없이 많이 겪어"
야권 대권주자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청=문병희 기자 |
심 대표는 유일한 여성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적극 활용하며 '▲슈퍼우먼 ▲아이가다섯 ▲강남역' 세 가지 키워드로 '여심'을 저격했다. 여성 참가자들은 심 대표의 등장부터 큰 환호를 보냈다.
심 대표는 "우리 여성들은 슈퍼우먼을 확실히 사양하자. 저도 젊을 땐 어디가서 슈퍼우먼이라고 하면 칭찬하는 줄 알고 우쭐했는데,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걸 여성에게 독박시키는 말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휴가정책을 담은 '슈퍼우먼(강요 방지)법'을 소개, "어떤 분은 육아휴직을 3년이나 늘린다고 하는데 3년동안 직장 떠나있다간 퇴출위기다. 급여와 휴직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육아를 남녀가 나눠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성 정치인으로서 차별 경험'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이 겪었다. 당선증을 처음 만들러 갔더니 007 가방과 '뚫는 배지'를 주더라. 이미경 전 의원과 상의해서 배지도 핀으로 만들고 가방도 싹 바꿔버렸다"고 언급하면서 "여성 비례대표를 숫자를 늘려 여성정치인 비중을 높여야 한다. 성평등내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