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강동원의 사과와 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책무
입력: 2017.03.07 05:00 / 수정: 2017.03.07 05:00

외증조부 친일 논란에 휩싸인 배우 강동원 씨가 침묵을 깨고 6일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탄핵 심판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도 강 씨와 같이 지금이라도 사과를 한다면 작금의 사태를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용희 기자
외증조부 친일 논란에 휩싸인 배우 강동원 씨가 침묵을 깨고 6일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탄핵 심판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도 강 씨와 같이 지금이라도 사과를 한다면 작금의 사태를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과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모두 저의 잘못이라 통감합니다."

외증조부 친일 논란에 휩싸인 배우 강동원 씨가 침묵을 깨고 6일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공식사과했다. 지난 1일 외증조부 친일 논란이 불거진 이후 침묵으로 일관했던 강 씨는 뒤늦게나마 고개를 숙인 것이다.

강 씨는 "과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모두 저의 잘못이라 통감합니다"라며 "이번 일을 통해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또 반성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미약하게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사실 강 씨의 외증조부 친일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필자는 '연좌제' '지나치다' 등의 생각을 먼저 했다. 친일의 당사자가 강 씨가 아니라는 점과 미처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아쉽다면 강 씨가 외증조부 친일 논란을 좀 더 빨리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 정도였다. 국민은 늦었지만, 강 씨의 진솔한 사과에 용서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강 씨의 사과문에서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등의 문구가 가장 눈에 띈다. 왜 그럴까.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사과를 국민에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떠오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재에 제출한 최후변론에서도 최 씨와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국정농단 등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르면 10일 판단할 예정이다. /배정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헌재에 제출한 최후변론에서도 최 씨와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국정농단 등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르면 10일 판단할 예정이다. /배정한 기자

박 대통령도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관련해 좀 더 솔직하게 사실을 밝혔다면 탄핵심판이라는 작금의 상황을 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최 씨와의 관계나 국정농단 등과 관련해 무관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으니 박 대통령 입장에서야 당연히 방어적 논리를 펴는 것이 맞는다는 점에 관해서 백번 이해한다. 그래도 국민이 양쪽으로 분열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점을 볼 때 대통령보다는 본인의 거취에만 집착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최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박 대통령은 강 씨가 사과문에서 밝힌 것처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제 입장을 말씀드리지 못한 점' 등으로 국민 혼란을 가중했다.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가 바로 그 증거이다.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광화문 vs 태극기가 지킨다 덕수궁.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세대와 진영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DB
"박근혜 4년 이제는 끝내자" 광화문 vs "태극기가 지킨다" 덕수궁.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세대와 진영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더팩트DB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5일 광주에서 개최된 광주시당·전남도당 창당대회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빨리 받았어야 하고, 헌법재판소에 증인을 다 내보내 헌재 판결이 빨리 마무리됐어야 하는데 (모두) 거부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최순실에 의해 부정부패한 것도 죄를 받아야 할 것 같지만, 더 큰 죄를 저지르고 있다. 대한민국을 완전히 두 동강 내고 있다. 이것은 국정농단보다 더 큰 죄"라고 했다.

오랜만에 김 의원이 맞는 말을 했다고 본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좌파와 우파로 두 동강 났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장본인은 박 대통령 자신이다. 본인은 끝까지 솔직히 말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으니 더는 솔직하라고 요구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박 대통령은 물론 대한민국은 이르면 10일 새로운 운명을 맞이할 것 같다. 탄핵심판의 인용이든 기각이든 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두 동강 난 대한민국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배우 강동원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두 동강 난 대한민국에 더는 혼란은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통령으로 마지막 책무는 국민 통합이어야 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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