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펜의 힘' 문인들의 대선후보 '지원사격'
입력: 2017.02.25 05:00 / 수정: 2017.02.25 05:00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지하기로 한 이외수 소설가가 지난 4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북콘서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참석해 활짝 웃는 모습.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지지하기로 한 이외수 소설가가 지난 4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북콘서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참석해 활짝 웃는 모습.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조기대선이 가시화한 가운데 19대 대선에서 문인들의 정치참여가 눈에 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한 축인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영향으로 자유로운 창작을 통제당한 문인들의 목소리는 이번 대선에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매년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로 꼽히는 이외수 소설가는 지난 9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를 선언하며 "아무리 군사력과 경제력이 뛰어나도 문화예술이 낙후되면 만년 후진국이다. 아직도 블랙리스트가 실존하는 대한민국은 후진국"이라면서 "이 후진국을 문 전 대표가 선진국으로 바꿔주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사실 문화예술계 유명 인사들의 대선 후보 '지원사격'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현대사에서 유명 문학인들과 정치계는 끊임없이 협력적 관계를 맺어왔다. 억압과 빈곤의 상황으로 활동을 위축받을 당시엔 작품 속에 작가의 생각을 녹였다. 1950년대 말부터 10년 동안 등단한 주요 소설가들은 시와 소설을 통해 해방과 자유를 맛보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작가들은 현실정치에 참여하거나 유력 정치인들을 도우며 정치분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2012년 10월 29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대통령 후보 당시 이외수 소설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당시.(위 사진). 조정래 소설가는 2012년 대선에서 안 전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문병희 기자, 서울신문 제공
2012년 10월 29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대통령 후보 당시 이외수 소설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당시.(위 사진). 조정래 소설가는 2012년 대선에서 안 전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문병희 기자, 서울신문 제공

때문에 후보들은 인기 문화예술계 인사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인간의 생각과 꿈을 관철시킨다는 점에서 문학과 정치는 같은 속성을 지녔기에 문인들도 '정권교체'라는 명분으로 후보 지지에 나섰다. 이렇게 고달픈 삶을 위로하던 문학은 사회를 움직이는 힘으로 부상했다.

18대 대선은 '정권 교체'의 열망을 지닌 문인들과, '보수'에 힘을 싣는 문인들의 '대결의 장'이 되면서, 문인들의 '현실 정치' 참여가 돋보였다. '감성의 시대'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행'이라는 시대적 코드가 맞아 떨어지면서다. 감성적인 젊은 유권자들에게 SNS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으로 활용됐다. 이성적인 설득보다 감성적인 매혹을 선호하는 시대,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지닌 쪽으로 몰려가는 것이다.

문 전 대표 곁에는 문인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는 지금은 배지를 단 도종환 시인이 있다. 신경림·정희성·안도현·함민복 등 시인과 윤대녕·공지영·하성란·백가흠 등 소설가가 지난 2012년 문 전 대표 '멘토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부는 문 전 대표 캠프 내 '중책'을 맡았다. 안도현 시인은 문 전 대표의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한 바 있다.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로 100만 명 이상의 트위터 팔로어를 이끄는 공지영 소설가는 이번에도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글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232만 명 이상의 트위터 팔로어를 지닌 이외수 소설가는 2012년엔 끝까지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아 각 후보 진영에서 숱한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19대 대선에선 공식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2월 13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박경리 토지문화관을 찾아 지지선언을 한 김지하 시인과 만나 대화하던 당시. /서울신문 제공
사진은 지난 2012년 12월 13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박경리 토지문화관'을 찾아 지지선언을 한 김지하 시인과 만나 대화하던 당시. /서울신문 제공

유신시대 민주화 투사였던 김지하 시인은 박근혜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혀 관심을 모았다. '보수' 성향을 가진 이문열 소설가도 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문열 소설가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하기도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조정래 소설가의 전격 지원을 받았다. 조정래 씨는 진심캠프 후원회장을 자처했고, 2012년 9월 17일 안철수 전 대표가 대권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안 전 대표의 출마 포기에 앞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문인들도 있었다. 황석영·정도상 소설가는 단일화를 촉구했다. 황석영 소설가는 "이번에 정권교체가 안되면 프로방스에 가서 가정식 백반집이나 하며 늙어 가겠다"고 말했고, 단일화 직후엔 문 전 대표 지지로 돌아섰다.

2012년 대선에선 김애란·김연수·박민규 등 젊은 문인 137명이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 젊은 시인과 소설가들은 조금이라도 삶의 고통을 덜 수 있는 세상, 그래서 조금이라도 삶의 가치가 높아지는 세상을 바란다. 그 출발이 정권교체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22일 황석영(가운데)·정도상(왼쪽) 소설가와 임옥상 화백이 국회 정론관에서 문화·예술계 등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던 당시. /서울신문 제공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22일 황석영(가운데)·정도상(왼쪽) 소설가와 임옥상 화백이 국회 정론관에서 문화·예술계 등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를 촉구하던 당시. /서울신문 제공

2007년에도 문인들의 활약은 관심을 끌었다. 황석영 소설가는 2007년 대선에서도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와 절친한 국민의당 소속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도왔다. 또한, 소설가 김진명 씨는 소설 '나비야 청산가자'에서 손 전 의장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가상으로 그려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견 소설가 심상대 씨는 손 전 의장의 상대였던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의 당시 후보 캠프에서 대선 관련 일을 도왔다. 그는 당시 정 의원에 대한 책을 쓰는 일에 관여했으며, 취지에 대해 "통일관에 공감하기 때문에 돕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인들도 유권자로 정치참여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말도 있지만, 일각에선 정치성향을 드러내면 문학성과 관계없이 자기 입맛에 맞는 문인만 편애하려는 현상이 빚어진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 예가 이번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말도 나온다. 때문에 황순원(1915~2000) 소설가는 일제강점기는 물론 광복 후에도 평생 권력과 거리를 둔 것으로 유명하다. 과연 이번 19대 대선에선 문인들은 권력을 능동적으로 창출해내는 기획자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mj7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