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 참석을 위해 대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숨 가쁘게 진행해온 가운데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하 대리인단)의 돌발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20일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지병을 내세우며 '밥'을 외쳤다. 이날 오후 정오께 재판부가 변론을 종결하려 하자 추가 변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어떤 내용의 변론이냐고 물었고, 김 변호사는 "내가 당뇨 때문에 어지러워 음식을 좀 먹어야겠다. 그럴 시간을 줄 수 있는지…"라며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그의 발언 취지는 오후에 재판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황당한 답변이 돌아오자 이 권한대행이 "그 부분은 다음 기일에 하자"고 권유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그럼 점심을 포기하겠다. 준비를 다 해왔는데 오늘 해야 한다"고 고성을 질렀다.
"재판 진행은 재판부가 한다"며 이 권한대행이 변론을 종결하려 하자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 변호사는 "열두 시에 변론을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느냐.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냐"며 강하게 불만을 터트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4일에는 서석구 변호사가 변론 시작 직전 방청석을 향해 태극기를 펼쳐 보여 헌재 직원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3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박 대통령측 법률대리인단인 서석구 변호사가 태극기를 꺼내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던 당시. /이새롬 기자 |
12년차 한 법조인은 "헌재를 포함한 법정에서 태극기를 펼쳐 보인 변호사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물론 증거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태극기를 두르는 일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매우 이례적이고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탄핵심판이 종반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대리인단의 돌발행동이나 강한 의사 표현은 결코 이로울 게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8인의 재판관 개개인이 매우 중대한 심판을 앞둔 시점에서 심기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의 불편한 심기는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대리인단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핵심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하면서 시간끌기를 시도했지만, 헌재는 3월 13일 이전에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대리인단이 증인을 신청해도, 그 증인들이 법정에 나오지 않고 있어 재판부가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 직권으로 채택을 취소하는 등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헌재는 대리인단이 신청한 고영태 녹음파일 2000여 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고,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듣는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기로 했다. 고 씨에 대한 증인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국정 공백 등 사안이 중대해 신속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의 태도에는 대리인단의 심판 지연과 헌재와 법정 모독 수준의 언행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당연히 헌재 재판관은 법 해석으로써 탄핵 심판에 대해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결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무리하게 탄핵 심판을 지연하려는 움직임과 신성하고 엄숙한 법정에서 합리적 공방 다툼이 아닌 도돌이표식 변론은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