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피청구인 측 변호인단에게 오는 22일까지 출석 여부를 밝히라고 요청했다. /더팩트DB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헌법재판소는 2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서 피청구인 측 변호인단에게 오는 22일까지 출석 여부를 밝히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일반인이 오는 경우도 아니고 대통령께서 출석하시는 데 저희로서도 준비할 게 있다"면서 "만약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재판부에서 정한 기일에 와야 한다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이어 "변론 종결 후 대통령이 출석한다고 해서 기일을 열어달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 측이 최종변론기일을 늦춰달라고 한 것은 피청구인 출석 여부에 대한 답변과 최서원(최순실) 출석 여부 등을 보고 재판부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또, 박 대통령이 최종변론에 출석할 경우 변호인단의 주장처럼 최종진술만 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 측은 심판정에 출석할 경우 최후변론 외에 신문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헌재는 헌재법 제49조 2항 '소추위원은 헌재에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제출해 탄핵심판을 청구하며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박 대통령은 신문에 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왼쪽) 전 헌법재판관과 이중환 변호사가 20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대통령 측은 '신문'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박 대통령 측의 최종변론 출석은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 달 13일 이후로 탄핵심판을 늦추려는 의도일 것이란 해석이다. 다음 달 13일 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해 '7인 체제'가 되면 재판관 2명의 반대만으로도 탄핵이 기각될 수 있는 등 박 대통령 측에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분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권한대행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장기간 국정 공백과 탄핵을 둘러싼 사회갈등 등을 조기에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탄핵심판을 미룰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어떻게든 시간을 늦춰 7인 체제로 끌고 가려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헌재 출석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 헌재 출석과 관련 <더팩트>에 "박 대통령 측이 헌재에 출석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출석 당일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도 상당히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 최후변론에 출석할지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8일 국회 방문 당시 박 대통령. /배정한 기자

실제 박 대통령 측은 헌재 출석의 득과 실을 놓고 상당히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에 출석해 신문을 받을 경우 예상과 달리 곤욕을 치르거나 자칫 생각하지 못했던 질의에 허를 찔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해 변호인단의 의도와 달리 흘러갈 경우 탄핵심판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대통령 헌재 출석과 관련해서 한 변호사는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확신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하면 질문을 받게 되는데, 답변하든 안 하든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라며 "증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증거를 바탕으로 한 질문에 박 대통령이 답변할 능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