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독기 품은' 손학규, '독철수 맞장' 술까지 끊었다
입력: 2017.02.19 05:00 / 수정: 2017.02.19 10:46

손학규 전 국민주권회의 의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입당식에 참석해 경선 상대 주자인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와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왼쪽부터 차례대로) /손학규 페이스북
손학규 전 국민주권회의 의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입당식에 참석해 경선 상대 주자인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와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왼쪽부터 차례대로) /손학규 페이스북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독기를 품었다. 최근 손 전 대표 측근에 따르면, '애주가'인 손 전 대표가 대선까지 술을 끊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대선에 임하는 각오를 단단히 다지자는 의미에서다.

"독한 사람! 또 독기 나왔어요?"

지난 6일 통합을 확정한 후 가진 만찬 자리에서 손 전 의장이 평소와 달리 잔만 입에 대고 도통 술을 마시지 않자, 놀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그에게 물었다. 손 전 의장은 "그런 것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결국 단 한 잔도 먹지 않았다고 박 대표가 전했다.

박 대표는 지난 9일 기자들에게 손 전 대표를 '독한 사람'이라 칭하며, "우리 당에 입당하면서 독기를 품었구나 생각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 전 의장의 '독한 면모'를 드러내는 그의 정치 여정을 줄줄이 읊었다.

"지난 2006년 100일 대장정할 때다. 정치인들이 대개 2~3일 사진이랑 보도 나가면 그만하거든. 그런데 이 사람은 100일을 다 하는 거다. 손 전 의장이 민주당에서 당 대표하고 내가 원내대표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울 광장에다 텐트를 치고 농성을 했다. 한겨울이라 너무 추웠는데, 새벽 4시에 가보니 거기서 자고 있더라. 앞에 있는 호텔방 잡아 놓을테니, 잠깐 눈 좀 붙이고 샤워하고 나오라니까 절대 안 가더라. 다른 당대표들은 이틀 있다가 다 들어가 버렸는데 혼자 끝까지 했다. 허 참."

17일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학규 전 국민주권회의 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최고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손학규 페이스북
17일 국민의당에 입당한 손학규 전 국민주권회의 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최고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손학규 페이스북

박 대표가 혀를 내두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손 전 의장과 술자리를 가져 본 사람이면, 주량이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술을 끊은 그의 '각오'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17일 국민의당에 공식 입당한 손 전 의장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대선 경선을 치르게 된다. 때문에 박 대표는 손 전 의장과 회동 직후 안 전 대표에게 "손 전 의장이 보통 독기를 품은 게 아니더라. '독철수(독한 안철수)'가 되라"고 조언했다.

손 전 의장의 남다른 각오는 입당 당일도 엿볼 수 있었다. 국민의당에서 맞춰준 초록색 점퍼를 입은 손 전 의장은 "국민은 친박(친박근혜)패권에서 친문(친문재인)패권으로 바뀌는 '패권교체'가 아닌 나라의 근본을 바꾸고 나의 삶을 바꿔줄 진짜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면서 "진짜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배한 '쓰라린 경험'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손 전 의장과 함께 입당한 이찬열 의원도 '제하분주(濟河焚舟·적을 치러 가며 배를 타고 물을 건너고 그 배를 태워버림, 필사의 각오로 싸움에 임함)'를 언급하며 힘을 보탰다. 이 의원은 "제가 아침에 타고 온 쪽배를 다 불살랐다. 돌아갈 곳도 없다. 여당 한번 해보고 싶어서 손 전 의장을 쫓다 보니 여기가 종착지 같다. 정권교체를 위해 한 몸을 불사르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전 국민주권회의 의장은 17일 진짜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배정한 기자
손학규 전 국민주권회의 의장은 17일 진짜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배정한 기자

손 전 의장의 '독기'는 그가 처한 정치적 입지와 맞닿아 있다. 국민의당과 통합 카드는 손 전 의장에게 마지막 '기사회생'의 기회다.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을 떠나,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으로 온 그에겐 다시 '돌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다. '정치인생'을 걸고 국민의당으로 뛰어든 셈이다.

또한 안 전 대표가 창업주이자 대주주로 있는 당에 들어가 경선을 치르는 것도 그에게 큰 과제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안 전 대표가 우세한 데다, 당내 조직도 안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가는 건 사실이다. 여기에 2년 간 강진생활을 청산하고 올라왔기 때문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의장 세력은 안 전 대표 측과 경선을 "해 볼만한 싸움"이라고 보고 전력투구 중이다. 경선룰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나 '개헌' 등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캠프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며 각 지역에서 조직을 점검하고, '호남'과 '경기도'를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손 전 의장 측은 안 전 대표의 '차별점'을 안정감과 국정운영경험으로 꼽았다. 현재 안 전 대표가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해 말 원내대표 경선이나 전당대회를 봤을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손 전 의장 측은 1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손 전 의장은 국정운영과 관련된 경험이 있다. 즉, 겅험과 이론이 겸비된 후보다. 대한민국을 안정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안 전 대표와 대결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와 시시비비를 따지며 각을 세우기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독기'를 품은 손 전 의장과 '독철수' 안 전 대표, 승부는 시작됐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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