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77세 노장' 김종인이 '안희정' 띄우는 이유
입력: 2017.02.18 05:00 / 수정: 2017.02.18 07:24
김종인과 안희정. 김종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야권 유력 대권 후보군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더팩트DB
김종인과 안희정. 김종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야권 유력 대권 후보군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더팩트DB

[더팩트 | 오경희·서민지 기자] "안희정은 초기 노무현, 문재인은 말기 노무현이라는 얘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돈다고 하더라."

김종인(77)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4일 저녁 '비문재인 진영' 인사 20여명과 가진 회동에서 이 같은 말을 했고, 안 지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또 '문재인 대세론'에 경도된 친문(친문재인)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도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의 발언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그는 총선 직후 당내 친문재인 진영의 배타적인 정치문화, 즉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비문 진영'의 핵심이 됐다. 이번 대선 국면에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과 '반문과 대선 전 개헌'을 키워드로 연대를 모색하고, '제3지대 빅텐트론'의 중심축으로 섰다.

주목할 점은 김 전 대표의 '대권 시나리오'다. 그동안 김 전 대표의 거취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거론됐다. '탈당 후 대권 도전'과 '잔류 후 안희정 지원'이다. 현 시점에선 '킹메이커'로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안 지사를 지원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종인(오른쪽) 전 대표는 이번 대선 국면에선 박지원(왼쪽)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과 반문과 대선 전 개헌을 키워드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임세준 기자
김종인(오른쪽) 전 대표는 이번 대선 국면에선 박지원(왼쪽)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과 '반문과 대선 전 개헌'을 키워드로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임세준 기자

최근 야권 내 일각에선 김 전 대표와 안 지사 간 물밑 접촉과 교감설이 돌고 있다. 14일 민주당 한 인사는 "김종인 전 대표가 안 지사를 문재인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안 지사 역시 비문 세력인 '김종인 사단'의 지원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내 비문 진영에서도 '안희정 바람'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이후 중도 보수층과 충청권의 지지를 얻으며 '문재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과 대연정 등 '전통적 야권'의 입장과 거리가 있는 행보에도 안 지사의 대권 지지율은 지난해 5%대에서 1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결과 22%를 기록하며 선두 문재인 전 대표(33%)와 격차를 11%P대로 좁혔다.

안 지사 측도 비문계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안 지사는 문 전 대표한테 치이고, '친노'도 차차기에 나오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압박하고. 안 지사도 설 곳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안 지사와 비문 측 접촉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와 관련해 안 지사 측 관계자는 16일 "(김 전 대표가) 그 자리에 가만히 계신 것만으로 충분히 (안 지사를) 돕고 있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가) 절대적 비호감, 절대적 적대층이 많아서 확장성이 없다고 하지 않나. 적이 없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16일부터 21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해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예정이다./더팩트DB
김종인 전 대표는 16일부터 21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해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예정이다./더팩트DB

때문에 김 전 대표의 선택에 따라 대선판이 '친문 대 비문'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당 내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절대 탈당을 할 사람이 아니"라며 "우리는 문재인 대 국민의당 새누리당 바른정당 대선 후보 프레임으로 가면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비례대표 의원인 김 전 대표가 의원직 상실을 감수하고 민주당을 탈당해 직접 대선주자로 뛸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야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14일 "김 전 대표는 본인이 킹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3년짜리 대통령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며 "대권 욕심이 없는 게 아니"라고 귀띔했다.

'70대 노장' 김 전 대표는 '정치 고단수'에 가깝다. 지난해 1월 민주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뒤 '셀프 공천 논란'을 빚으면서도 당선, '비례로만 5선'이란 신기록을 달성했다. '정치력'으로 상대 후보와 경쟁 없이 다섯 번의 금배지를 단 셈이다. 한편 김 전 대표는 16일부터 21일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귀국해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킹이냐', '킹메이커냐'. 김종인의 결단은 임박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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