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문모닝~' 국민의당, 대선 전략은 '문재인 디스'
입력: 2017.02.17 05:00 / 수정: 2017.02.17 05:00

국민의당은 아침 지도부 회의나 논평에 이번 대선에서 견제 대상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주제를 자주 올린다.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주승용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국민의당은 아침 지도부 회의나 논평에 이번 대선에서 견제 대상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주제를 자주 올린다.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주승용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오늘도 문모닝(문재인 굳모닝)이군." 오전 9시마다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 원내대책회의에서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대선주자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국민의당의 견제 대상인 문 전 대표는 아침 지도부 회의 모두 발언이나, 논평의 주요 소재다.

지난 10일 오전 열린 최고위에서도 어김없이 문재인 이름 석자가 등장했다. 문병호·김영환 최고위원은 발언 시간 전부를 '5·18 민주화 운동' 발언으로 논란이 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지난 10일 안보자문 사퇴)과 그를 발탁한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일이 반복되자, 민주당과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문모닝(문재인+굳모닝=문재인으로 하루를 연다는 뜻)'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국민의당의 발언을 비꼬았다. "문 애프터눈" "문 이브닝" "문 나잇~" 등도 연달아 생겼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오전, 오후에 이어지는 국민의당의 문 전 대표 비판 발언을 '문시리즈'로 정리해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반문 전략'의 지휘자는 '정치 9단'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다. 박 대표는 틈틈이 '문재인 대 안철수'를 비교하며 당 유력 대선 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를 띄운다. 그러면서 당 소속 의원들에게 '문재인 디스령'을 주문하기도 한다.

이 모습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찬에서도 눈에 띄었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적재적소에 비판하는 방법을 코치했다.

국민의당이 오전 지도부 회의와 오후 논평에서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자주 비판하자, 문 전 대표 지지자들과 일부 민주당 세력은 문모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배정한 기자
국민의당이 오전 지도부 회의와 오후 논평에서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자주 비판하자, 문 전 대표 지지자들과 일부 민주당 세력은 '문모닝'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배정한 기자

"김 수석! 말하다가 이렇게 한 번씩 '문재인'을 넣어서 말(비판)하란 말이야."

박 대표는 정치인의 '홈베이스'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은근히 안 전 대표와 문 전 대표를 비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충청'을 중심으로, 안 전 대표는 호남에 홈베이스를 뒀다면서 부산에 적을 두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이렇다 할 홈베이스가 없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호남을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에서 1,2위를 나란히 다투는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를 의식한 말이다. 안 전 대표를 치켜세우면서도 은글슬쩍 문 전 대표를 '디스'하는 박 전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김 수석대변인과 기자들은 "매우 자연스러웠다"며 웃었다.

박 대표의 '문재인 디스령'은 안 전 대표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나의 대결이고 나는 자신 있다"를 외치던 안 전 대표는 최근 문 전 대표 측을 겨냥해 '짐승 발언'을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2년 대선에서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를 돕지 않아 졌다는 비판을 반박한 것이다.

웬만해선 상대에 대한 비방을 잘 하지 않는 안 전 대표의 발언 수위를 두고 당내에서도 "좀 심하지 않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국민의당 대변인들도 기자들을 만나면 "그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고 물었고, 본인들끼리도 "오죽했으면 그랬겠나" "당에서 센 발언 나오니까 안 전 대표는 안 나섰으면 좋겠다" 등 우려의 발언이 쏟아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안 전 대표의 발언을 반겼다. 박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지. '독철수(독한 안철수)'되면 잘했다고 본다"며 '독철수'를 응원했다.

최근 대표적인 '반문 인사'인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까지 가세하면서 국민의당의 '문재인 디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 의장은 국민의당을 처음 방문한 날 '문재인 대세론'을 "허망한 대세론"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지원(맨 왼쪽)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짐승 발언을 한 데 대해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지. 독철수되면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박지원(맨 왼쪽)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짐승' 발언을 한 데 대해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도 곱지. '독철수'되면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그러나 매일같이 반복되는 '문재인 디스'가 실제 국민의당과 당 소속 대선주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근 안 전 대표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의 원인은 지나친 '문재인 디스'로 인해 유권자들의 피로도를 양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철수 캠프 측 인사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탄핵 인용이 되고, 민주당의 후보가 정해지면 우리의 비전, 공약, 정책을 설명하는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면서 "문 전 대표의 오락가락한 측면을 지적했던 것인데 사실 선거에선 상대 후보에 대한 이야기 보다 우리 후보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국민의당으로선 잘하고 있는 것이다. 본선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각축전을 벌이는 문 전 대표를 '디스'함으로써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반작용'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만약 안 지사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지지층 상당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국민의당으로선 손해다.

안 지사 측도 "우리를 돕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아니다. 문 전 대표를 때리면 때릴 수록 문재인을 지키려는 활동이 강화, 친문 패권이 훨씬 세게 작동되는 것을 부추기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한참 흔들릴 때 10만 권리당원이 입당을 하지 않았나"면서 "국민의당으로선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되는 '시나리오1'만 가지고 있다. 그래야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거지 시나리오 2, 3이 되면 설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야권의 한 인사는 국민의당이 '문재인 디스'를 하면서 '문재인 대 국민의당 후보 대결' 프레임을 만드는 것과 관련, "문재인은 강력한 지지층도 있지만 비토층이 있으니까 '문재인-안철수-보수' 3파전이 되는 순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박 대표의 '문재인 디스령'은 효과가 있을까. 결론은 민주당 경선 결과에 달렸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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