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피살' 김정남, 범행 '장소·목적·방법·배후' 등 미스터리
입력: 2017.02.16 10:27 / 수정: 2017.02.16 10:27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13일 오전 피살됐다. 김정남을 살해한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가운데 범행 장소, 범행 방법, 용의자들의 신원 등을 둘러싸고 의문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13일 오전 피살됐다. 김정남을 살해한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가운데 범행 장소, 범행 방법, 용의자들의 신원 등을 둘러싸고 의문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 제공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13일 오전 피살됐다. 김정남을 살해한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는 가운데 범행 장소, 범행 방법, 용의자들의 신원 등을 둘러싸고 의문이 일고 있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두 명에 의해 피살됐다. 정부 당국과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김정남은 용의자 여성 두 명으로 독극물 공격을 받았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5일 용의자 중 한 명을 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정남 독살에는 애초 알려진 것처럼 여성 두 명을 포함해 남성 네 명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현재 경찰은 이들을 추적 중이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피살한 용의자들이 CCTV 등이 많고 사람이 많은 공항을 선택한 것에 의문이 인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공개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YTN 보도화면 갈무리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피살한 용의자들이 CCTV 등이 많고 사람이 많은 공항을 선택한 것에 의문이 인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이 공개한 용의자로 추정되는 여성. /YTN 보도화면 갈무리

◆ 용의자들은 왜, 공개된 장소에서 살해했나?

김정남을 살해한 용의자 중 한 명인 여성은 공항에서 붙잡혔다. 북한 공작원의 소행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이 여성의 국적은 베트남이었다. 김정남 피살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주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김정남 피살을 둘러싼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범행 장소, 범행 방법, 범행 목적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용의자들은 왜, 김정남을 사람이 많은 공항에서 살해했을까. 용의자들은 김정남을 가장 분주한 시간대인 오전 9시를 넘긴 시각,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공항 출국 카운터에서 독살을 감행했다. 공항은 어느 곳보다 CC(폐쇄회로)TV가 많은 곳이다. 범행 장면이나 용의자의 얼굴이 고스란히 영상에 기록된다.

그러나 용의자들은 이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범행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발생한다는 점,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대범한 범행이다. 말레이시아 경찰도 공항 CCTV에 찍힌 영상을 근거로 용의자들을 쫓고 있다. 사실상 체포를 염두에 둔 범행으로 볼 수 있다. 용의자들이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김정남을 독살한 이유에 의혹이 인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이 망명을 시도하다 북한 당국에 걸려 살해했다고 본다. 김정남의 경우 김정은의 출생 등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알고 있어 망명할 경우 북한 최고 존엄에 관한 치부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추측일 뿐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이다.

중국 동방일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CCTV에 찍혔던 여성 2명은 김정남 암살을 위해 고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체포된 여성은 경찰에서 "다른 여성 한 명과 함께 여행을 왔다가 공범인 남성 4명으로부터 '승객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자'는 제의를 받고 그들이 준 스프레이를 김정남의 얼굴에 뿌렸다"고 진술했다.

김정남 피살과 관련한 또 다른 의문은 범행 수단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독극물 스프레이, 독침, 독극물이 적셔진 수건 등으로 엇갈린다. /조선미디어 유튜브 영상 갈무리
김정남 피살과 관련한 또 다른 의문은 범행 수단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독극물 스프레이, 독침, 독극물이 적셔진 수건 등으로 엇갈린다. /조선미디어 유튜브 영상 갈무리

◆ 김정남 피살 방법 두고도 의문

김정남 피살과 관련한 또 다른 의문은 범행 수단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독극물 스프레이, 독침, 독극물이 적셔진 수건 등으로 엇갈린다.

현재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범죄 조사국 부국장 파드질 아흐마트 부국장은 김정남 피살과 관련해 "그(김정남)는 출발대기장 안내 데스크 직원에게 누군가가 그를 뒤에서 잡고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고 말하면서 도움을 청했고, 즉각 공항 내 치료소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격 도구가 천이었는지 바늘이었는지는 우리는 모른다. 김정남은 두통을 느끼고 어지러움을 호소해 공항 내 치료소로 옮겨졌고, 기절하기 직전이었다"고 덧붙였다.

수사당국의 발표와 용의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김정남은 독극물 스프레이로 인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수사당국은 15일 김정남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했지만, 아직 내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였다면서 암살 시도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오랜 노력의 결과 실행된 것이지 암살의 타이밍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오랜 명령이 집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새롬 기자
이병호 국정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였다"면서 "암살 시도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오랜 노력의 결과 실행된 것이지 암살의 타이밍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오랜 명령이 집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새롬 기자

◆ 김정은, 5년간 '김정남 암살 스탠딩 오더'

김정남이 피살되면서 새로운 사실도 드러났다.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위원장의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사항)'였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가 된 이후부터 최근까지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하려 했다는 의미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김정남 암살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였다"면서 "암살 시도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오랜 노력의 결과 실행된 것이지 암살의 타이밍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오랜 명령이 집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탠딩 오더는 명령권자가 직접 명령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수행해야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남도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김정남은 동생 김정은에게 서신을 통해 자신과 가족을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이 국정원장은 "2012년 4월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달라'는 서신을 발송한 바 있다"며 "김정남은 저와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해 주길 바란다. 갈 곳도 없고 피할 곳도 없으며 (이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살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하소연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남 피살은) 계산된 행동이라기보다는 김 위원장의 편집광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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