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최재필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조기 대선 구도가 '1강(문재인) 2중(안희정·황교안)' 체제로 굳어지는 추세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속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2위 자리를 놓고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일 발표한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전 대표는 33.2%로 선두를 유지했다. 이 기관의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6주 연속 선두를 달렸다. 황 대행은 15.9%로 2위, 안 지사는 15.7%로 3위를 차지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9.1%로 4위, 이재명 성남시장은 8.2%로 5위에 올랐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3.5%,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3.1%를 각각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는 <MBN·매일경제>의 의뢰로 6~8일까지 전국 성인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5% 포인트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참조)
◆문재인·안희정, '3자 구도'서 황교안·안철수에 두 배가량 앞서
재미있는 것은 리얼미터가 이날 공개한 양자·3자 가상대결 조사 결과 중 3자 대결 결과다. <CBS> 의뢰로 6~7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조사에서 민주당 소속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중 누가 대선후보로 나서든 '3자 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 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참조)
'문재인-황교안-안철수' 대결에선 문 전 대표가 50.2%, 황 대행 24.4%, 안 전 대표 19.1%를 각각 기록했고, '안희정-황교안-안철수' 구도에선 안 지사가 49.7%로, 황 대행 23.2%, 안 전 대표 18.2%보다 우위를 보였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사실상 본선'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선택을 받는 예비후보는 누가 될까. <더팩트>는 14일 최근 각광을 받는 '여론 풍향계' 구글 트렌드를 활용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검색량을 비교 분석해보기로 했다.
구글 트렌드는 구글에서 특정 키워드나 이슈를 검색한 빈도의 추이를 보여준다. 일정 조사 기간 동안 특정 키워드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검색 빈도가 높은 키워드가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정기간 동안 A와 B의 검색량을 비교했을 때 A의 구글 트렌드 지수가 100이고, B가 10이라면, A가 B보다 검색량이 10배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구글 트렌드는 미국 대선에서 현지 언론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할 때 '키워드 검색량'을 통해 트럼프의 당선을 맞춰 화제가 된 바 있다.
<더팩트>는 구글 트렌드에서 기간을 '최근 30일'(2017년 1월 14일~2월 12일)로 정했다. 안희정 지사가 본격 대선주자로 거론된 게 올해 1월 초부터라는 점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게 1월 22일이어서 그 이전 검색량 데이터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상은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3인으로 한정했다. 2월 14일 현재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4인(최성 고양시장 포함)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후보는 위 3명이기 때문이다.
◆안희정, 潘 사퇴 후 구글 트렌드서 문재인보다 우위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2월 12일 기준 안희정 지사가 지수 86으로 가장 관심도가 높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60, 이재명 시장은 21이었다. 조사 기간 중 평균 검색량은 문재인(45), 안희정(40), 이재명(26) 순이었다.
이는 리얼미터가 13일 공개한 정당별 19대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40%를 넘는 지지율을 보이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40.1%, 안 지사는 33%, 이재명 시장은 10.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 여론조사는 <MBN·매일경제> 의뢰로 8~9일까지 전국 성인 1012명을 상대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 포인트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참조)
특히 구글 트렌드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검색량 변화 추이다. 조사 기간 초반, 줄곧 2~3위권에 머물던 안 지사가 2월 2일 이후 검색량이 급등하며 하루(2월 10일)를 제외하고는 1위를 유지했다. 2월 2일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날이다.
2월 10일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문 전 대표가 전날(2월 9일) 출연한 <JTBC> 예능프로그램 '썰전'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안희정, 서울·TK·부산·충남·전북에서 문재인보다 관심도 높아
지역별 검색량 우위 비교도 흥미롭다. 문 전 대표는 경기와 강원, 충북, 대전, 전남, 광주, 경남 등에서 우위를 보였고, 이재명 시장은 제주에서만 다른 후보에 앞섰다.
반면 안 지사는 서울과 대구·경북(TK), 부산, 충남, 전북에서 문 전 대표를 앞섰다. 충남은 안 지사의 정치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간판으로 5석을 얻으며 사실상 낙동강 벨트에서 승리를 거둔 부산과 민주당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문 전 대표를 앞선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검색량=지지율'로 보는 것을 경계했다. 뉴스 알고리즘 분야 전문가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8일 <더팩트>에 "검색량이 많다고 지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심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구글 트렌드의 검색량은 '화제성'이 중심이다"고 했다. 이어 "검색량 상위 인물이 화제성을 많이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지지한다고 볼 순 없다"며 "트럼프의 경우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너무 많이 알려진 인물은 검색도 잘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팩트>가 구글 트렌드로 미국 대선과 국내 대선을 분석한 결과, 검색량이 많은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조지 부시-존 케리' 대결에선 '조시 부시'의 검색량이 우세했고, 2008년과 2012년엔 각각 상대 후보였던 존 메케인·미트 롬니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검색량이 많았다. 국내 대선 역시 2012년 '박근혜-문재인' 대결에서 '박근혜'의 검색량이 문재인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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