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무성·유승민, 찰떡궁합?…"루비콘 강 건넜다"
입력: 2017.02.13 15:17 / 수정: 2017.02.13 15:17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을 함께 이끌었지만, 최근 관계가 틀어지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갈등을 빚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비상시국회의 당시 김 의원과 유 의원. /배정한 기자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을 함께 이끌었지만, 최근 관계가 틀어지면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갈등을 빚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비상시국회의 당시 김 의원과 유 의원. /배정한 기자


[더팩트 | 최재필 기자]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라는 정치 명언을 잘 보여준다."

바른정당 김무성·유승민 의원의 관계에 대한 여권 관계자의 말이다. 정치권에선 김무성·유승민 의원의 관계를 순망치한(脣亡齒寒)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오월동주(吳越同舟)로 보는 관측도 있다.

순망치한이든 오월동주이든 '동지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오던 이들 두 의원의 관계에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의 투톱이자 비박(비박근혜)계 중심축으로 친박(친박근혜)계에 함께 맞섰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탈당과 바른정당 창당 과정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이들 두 의원이 불화설에 쌓인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당과 대선후보의 지지율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의뢰해 6~8일 전국 성인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 9일 발표한 2월 2주차 주중동향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5.8%로 나타났다. 지지율이 6주 연속 하락하며 정의당(6.8%)에도 뒤지면서 처음으로 5위로 주저앉았다.

탄핵정국 초반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새누리당은 13.8%로 더불어민주당(45.4%)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도 바닥권이다. 이 여론조사에서 유 의원은 3.5%를 기록해 문재인(33.2%)·황교안(15.9%)·안희정(15.7%)·안철수(9.1%)·이재명(8.2%)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남 지사는 1.6%로 손학규(3.1%)·심상정(2.6%)에 뒤진 9위였다.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리얼미터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은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출처=리얼미터

지지율에 대한 고심은 지난 12일 열린 당 워크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필승전략 집중 워크숍'에서는 "지지율 제고를 위한 당면과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의원들은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지지율을 근거로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은 대선 전략이다. 김 의원은 친박·친문(친문재인)을 제외한 모든 세력과 연대하는 이른바 '빅텐트론'을 주장하는 반면 유승민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연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새누리당과의 ‘보수후보 단일화’를 띄우고 있다.

실제 김무성 의원은 지난 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친박계와 연대하면 집권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쪽과 손잡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이 주장하는 새누리당과의 '보수후보 단일화'를 반대한 것이다.

대신 김 의원은 "패권 세력인 친문·친박을 제외한 가치 중심 민주 정당들 간의 연대"라며 "이번 대선은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닌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로 치려야 승산이 있다"며 '빅텐트론'을 강조했다. 이어 유승민 의원을 향해 "내가 보는 세상과 유승민 의원이 보는 세상이 다른 것 같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보수후보 단일화' 입장을 재확인하며 "친박·친문만 아니면 다 된다는 것은 이념이나 가치가 전혀 없는 말"이라며 "연대에도 원칙이나 이념, 가치가 맞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정 정당(새누리당)을 배제하고 국민의당과만 단일화한다는 것은 '스몰텐트' 아니냐"며 김 의원의 '빅텐트론'을 정면 비판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의 '재등판론'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도 유 의원에겐 불쾌한 부분이다. 실제 12일 워크숍에서도 김무성 의원의 '재등판 필요성'이 비중있게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지난 9일 "본인(김무성 의원)이 결정하셨다면 존중하겠다"며 짧게 답변한 뒤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 의원 측은 김 의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유 의원에 대한 견제를 넘어 당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김 의원./임영무 기자
사진은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김 의원./임영무 기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의원의 불화(?)가 지지율 등 상황에 따른 갈등이라기보다 정치 성향이나 정치적 기반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화합'을 강조하는 김 의원과 '원칙'을 고수하는 유 의원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의원을 잘 아는 바른정당 한 관계자는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정치 스타일이 다르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는 2015년 7월 유 의원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때부터 사이가 틀어졌다고 본다. 당시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이었는데 대표였던 김 의원은 '당의 큰 어른인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친박계와도 함께 가야 한다'며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친박계의 ‘집단 린치’에 의해 쫓겨났다고 봤다.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이야기다. 친박계와 함께 가자는 김 의원의 판단에 큰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정치적 기반이 불신을 만들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남권 출신 새누리당 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은 예전 야당이었던 YS의 상도동계 출신이다. 같은 야당이었던 DJ의 동교동계 출신인 박지원 대표와 '동지'라고 생각한다. 야당 출신이었던 만큼 진보진영과의 합종연횡에 대해서도 비교적 개방돼 있다. 국민의당과 '손을 잡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이회창 키즈'다. 원칙과 이념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진보라고 볼 수 있는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불가하다. 결국, 김 의원은 '진보·보수' 프레임을 버릴 수 있지만, 유 의원은 이 프레임을 버릴 수 없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이념을 갖고 있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결별하게 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당이나 대선 후보인 유승민 의원의 지지율이 반등되지 않는 한 바른정당의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보기도 한다. 양측이 결별하게 될 경우 김무성 의원 측은 국민의당과 연대에 나설 것이고 유 의원 측은 새누리당과 연대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많다"고 했다.

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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