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초조한' 안철수·이재명, '너 말고 文 나와'
입력: 2017.02.12 05:00 / 수정: 2017.02.12 05:00

안철수 이재명, 반문 전략? 안철수(왼쪽) 전 국민의당 대표와 이재명(오른쪽) 성남시장은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더팩트DB
안철수 이재명, '반문' 전략? 안철수(왼쪽) 전 국민의당 대표와 이재명(오른쪽) 성남시장은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안철수 vs 이재명.'

최근 대권 대결에서 '2부 리그'라 할만한 구도다. 흥미로운 점은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를 대결 상대로 보지 않는다. 대권 지지율 4~5위권인 두 사람은 '선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타깃으로 '라이벌 프레임'을 형성하는 데 애를 쓰는 모양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통점은 모두 한때 문재인 전 대표의 맞상대로 거론됐다는 점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했고, 이후 '새정치'를 기치로 내걸며 신당 창당에 나선 뒤 문 전 대표와 손을 잡았다(새정치민주연합으로 통합). 하지만 문 전 대표와 '지도부 혁신'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갈라섰고, 현 국민의당을 창당해 다시 대권에 도전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이전까지만해도 안 전 대표는 야권의 유력 후보 군으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과 함께 문 전 대표와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재명 성남시장이 치고 나왔다. 정권에 대한 분노로 들끓던 때, 이재명 시장은 강경한 발언과 거침없는 행보로 국민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이 시장은 야권 지자체장 중 가장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와 탄핵을 거론했고, 유일하게 서울에서 열린 첫 도심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강한 발언과 행보로 큰 지지를 얻었으나, 지난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하락세다. /남윤호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강한 발언과 행보로 큰 지지를 얻었으나, 지난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하락세다. /남윤호 기자

그 결과,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처음으로 대선후보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돼 2위에 올랐고, 12월 조사에선 호남과 TK, 수도권, 20대와 30대, 60대 이상, 정의당 지지층과 국민의당 지지층, 중도층과 보수층 등 거의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일제히 상승했다. 결국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이 시장에게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그 역시 이 시장 못지 않게 박 대통령 퇴진에 누구보다 발빠른 대처에 나섰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대에 머무르며 답보 상태였다.

'탄핵 정국' 이후 두 사람의 지지율은 또다시 출렁인다. 바로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등장이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등장으로 여권 보수층이 결집하며 '반기문 대 문재인' 구도가 형성됐고, 이재명 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가 그 뒤를 이었다. 중도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 경선을 포기했다. '최순실과 부역자들'에 대한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면서 '강한 야성'에 갈증을 느꼈던 야권 지지층의 표심은 '이길 수 있는 후보'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갔다. 이 시장의 지지율이 빠져나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돌발 변수'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였다. 여권 유력 대권 주자였던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문재인 대세론'은 굳혀졌고, 이제 대권 구도는 여 대 야 '정권교체'에서 '문재인 대항마'가 누구냐로 짜였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30%대를 돌파하며 2위 후보와 15%대의 격차를 벌려 1강 체제를 굳힌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 시장의 자리를 꿰찬 사람은 안희정 충남지사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대권 지지율 2~3위에 오르며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문병희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대권 지지율 2~3위에 오르며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문병희 기자

안희정 지사는 '친노(무현)' 인사로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은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성향으로 그간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 내지 '차차기 후보'로 불려왔다. 하지만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낙수효과'는 안 지사에게로 쏠렸다. 반 전 총장에게 향했던 중도층의 표심이 안 지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안 지사는 반 전 총장 불출마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문 전 대표에 이은 2위 자리에 올랐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만해도 4~5% 대로 6~7위권에 머물렀으나 이달 중순 15%대까지 넘어섰다.

안희정 지사가 뜨니 자연스레 같은 야권 지지층을 가진 이재명 시장은 후순위로 밀려났고,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당 지지층을 유지하며 4위 자리를 지켰다.

때문에 최근 안철수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의 행보는 초조함이 엿보인다.

안 전 대표 측은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문재인 전 대표와 '일 대 일 구도'를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 '반문(재인)'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1주년인 지난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이번 대선이 '문재인-안철수' 간 대결이 될 것"이라며 "이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 듯, 매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에서도 '반문' 발언이 빠지지 않을 정도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현재까지 지지율 중위권에 오르며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현재까지 지지율 중위권에 오르며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이재명 시장 역시 '사시존치'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전 대표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며 '반문 구도'를 형성했다. 이 시장은 지난 8일 문 전 대표가 사시폐지 견해를 밝힌 것 등에 대해 같은 날 자서전 '이재명의 굽은 팔' 출판 간담회에서 "정말 토론 좀 했으면 좋겠다"며 "대세에 의존해 이뤄진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체감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야권 내 한 인사는 "문재인 대세론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가장 위험한 변수이기 때문에 이재명 시장이나 안희정 지사인 경우 적당히 견제와 협치를 구사하는 것으로 보이나, 앞서 나가던 이 시장 측도 안 지사에게 밀리는 구도는 자신의 이미지에 있어 썩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며 "안 전 대표 같은 경우 '무조건 문재인과 반대 전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너무 문재인을 의식하는 것 아닌가란 우려도 든다. 어찌 됐든 두 사람에게서 초조함이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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