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XO] '사시존치' 문재인·황교안 vs 안철수·이재명 '2대 2'…속내는?
입력: 2017.02.10 05:00 / 수정: 2017.02.10 08:37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차기 대권 시계도 빨라졌습니다. 여야 진영 모두 잠룡들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며 본선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정권 심판' 프레임으로 현재 대권 구도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1강 독주 체제 속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2위 후보 간 혼전 양상입니다. 그 뒤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이 역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더팩트>는 '대권XO' 코너를 마련해 정국 현안과 이슈에 대한 대권 주자들의 견해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사시존치' 이슈가 등장했습니다. 1963년부터 50여 년간 존치해온 사법시험은 올해 12월 31일 사실상 폐지를 눈앞에 뒀습니다. 법무부는 현행법상 마지막 사법시험 일정을 지난달 31일 공고했습니다.

당장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고시생모임)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시존폐 문제는 대선주자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시존폐 문제는 2005년 로스쿨 도입 결정 이후 10여년 이상 진통을 겪어온 문제로 선거때마다 도마에 올랐습니다. 고시생들은 2030세대란 점에서 후보들의 전략 타깃층입니다.

그렇다면, 2017년 대권에 도전한 후보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존치? 폐지? 'XO'로 풀어봅니다.

▶문재인(X):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사시로 돌아가자 하긴 어려운 입장입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을 찾아 사시존치론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고시생들과 대화 중인 문 전 대표./문병희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을 찾아 사시존치론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혔다. 고시생들과 대화 중인 문 전 대표./문병희 기자

문재인 전 대표는 굳이 '찬반'을 분류하자면 '반대'입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을 방문해 한 고시생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사법시험은 참여정부 때 법조인 양성제도를 사법에서 로스쿨로 전환했거든요. 점점 로스쿨을 단계적으로 확대했고, 아마 금년이 마지막 사시이죠. 내년부터는 100% 로스쿨인데. 그 부분은 여러 부분 있을 수 있지만, 로스쿨을 만든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사시로 돌아가자 하긴 어려운 입장이니 그렇게 이해해 주시기 부탁드리고. 경찰대학도 그렇고 같은 선에서 같이 공무원해서 점점 승진해서 장관까지 가면 좋을텐데, 어떤 공무원은 9급에서 시작하고 어떤 공무원은 곧바로 간부가 되고 이런 것이 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사법제도 전반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법조인 양성제도를 미국과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로스쿨제도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 2005년 최종 결정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고요. 당시 상당수의 청년들이 사시 준비를 위해 경제활동에 나서지 않고 수년간 사시공부를 하는 등 ‘고시낭인’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습니다.

▶이재명(O): "인재를 발탁하는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고 공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지난 6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사시존치를 주장했다./더팩트DB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지난 6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사시존치를 주장했다./더팩트DB

한때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 반열에 올랐지만 현재 하위권으로 뒤처진 이재명 성남시장은 가장 적극적으로 '사시존치'를 주장합니다. 이재명 시장은 문 전 대표와 같은 날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자서전인 '이재명의 굽은 팔' 출판기자간담회에서 "계층 이동의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사법시험, 행정고시, 그리고 이미 사라진 외무고시 같은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문 전 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장의 말대로 '고시낭인'의 폐혜를 막고자 도입한 로스쿨과 관련해 법조계와 고시생들은 고비용의 문제점을 지적해왔습니다. 사시는 명목상 응시료 외에 소모자금이 없지만, 로스쿨은 사립대 기준 2015년 등록금이 2000만 원에 육박합니다. 또 대학원과정으로 학사 학위 이상 소지자만 진학이 가능한 로스쿨과 달리 의무교육과정인 고등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드러난 로스쿨의 전방위적인 입시비리와 특권층과 사회적 부유계층에 쏠린 학생구성도 사시존치가 설득력을 갖게 하는 이유입니다.

▶안철수(O): "다시 한번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9일 미림여고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현 로스쿨제도의 재점검 필요성을 밝혔다./더팩트DB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9일 미림여고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현 로스쿨제도의 재점검 필요성을 밝혔다./더팩트DB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기존 제도의 '재점검'이란 표현으로 사시존치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9일 미림여고 강연 후에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표의 사시폐지 주장'에 대해 "여러 가지 제도는 이제 처음 도입이되고 그동안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 번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황교안(X): "사시를 일부라도 존치시킨다면 로스쿨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흔들리게 됩니다."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불출마로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해 7월 5일 국회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오신환 새누리당(현 바른정당) 의원이 "로스쿨에 가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사시를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한 데 대해 이같이 답했습니다.

황교안 대행은 "로스쿨이 처음 도입될 당시엔 걱정이 많았고, 저도 우려하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이미 로스쿨이 도입이 된 상황"이라며 "단 50명이나 100명이라도 사시 출신 법관을 배출한다면 로스쿨 자체가 비정상화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해 7월 국회 비경제질문에서 사시제도를 폐지하면 로스쿨 제도가 흔들린다고 강조했다./더팩트DB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해 7월 국회 비경제질문에서 "사시제도를 폐지하면 로스쿨 제도가 흔들린다"고 강조했다./더팩트DB

▶안희정(?): '친노 인사'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은 입장일까요?

황교안 대행과 함께 반 전 총장 불출마 후 '문재인 대체재'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렇다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고시생들은 성명서를 통해 "안 지사가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사법시험 존폐문제, 더 나아가 바람직한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집중 압박을 한 바 있습니다. 안 지사도 대표적인 '친노 인사' 중 한 명이란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같은 견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유승민(△):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고시학원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어 내겠습니다."

여권 후보군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좀 애매모호한데요. 유 의원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창업 활성화에 주안점을 둔 '1호 공약'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창업을 독려하기에 고시촌은 번지수가 틀린 것 아니냐"는 반발도 만만치 않게 받아야 했습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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