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3번의 헛발질' 오세훈, 삼진아웃? 기사회생?
입력: 2017.02.07 05:00 / 수정: 2017.02.07 08:3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 여의도 안팎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새 됐어요. 오새훈이죠라는 말이 나돌았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 당시 오 전 시장. /이새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 여의도 안팎에서 "오세훈 전 시장은 '새' 됐어요. 오새훈이죠"라는 말이 나돌았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 당시 오 전 시장.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최재필 기자] "오세훈 전 시장은 '새' 됐어요. 오새훈이죠."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여의도 안팎의 평가는 이처럼 신랄했다. 지난 한 달간 오 전 시장의 행보가 '갈지자'를 그리며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은 올해 1월 초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고, 같은 달 24일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 최고위원에 뽑혔다. 당시 바른정당 입당 전, 오 전 시장은 반 전 총장 측으로부터 선거대책본부장을 제안 받은 상태였다. 그랬던 그가 반 전 총장 측의 제안을 뿌리치고 바른정당에 입당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시 반기문 캠프 선대본부장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오락가락 '철새' 정치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는 오 전 시장도 인정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백하건대 예정대로였다면 최고위원회의가 제가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가 됐을 것"이라며 "반기문 캠프에 선거 총괄 지휘하는 입장이 돼서 보수정권 재창출에 어떤 형태든 기여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입장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에 대해 "아쉽게 됐다"고 했다. 최고위원으로서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는커녕 "반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하지 못해 아쉽다"는 뉘앙스의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39세 국회의원 당선, 45세 서울시장 당선, 50세 서울시장 재선 등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하며 유력 대선 주자급으로 분류됐던 오 전 시장은 왜 이런 비아냥거림을 듣게 됐을까. 정치권 안팎에선 정치 감각이 떨어졌다고 본다. 각종 현안에 대한 정무적 판단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꼽히는 것이 세 번의 결정적 '헛발질'이다.

우선 가장 최근 사례로는 앞서 언급한 반기문 캠프 합류 불발을 비롯,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의 오판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주호영 의원을 지원했다. 오 전 시장은 앞서 20대 총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으로 종로 공천권을 따내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래도 친박계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터라 주 의원의 공개 지지 선언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9일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경선에 출마할 당시 주호영 후보./이새롬 기자
사진은 지난해 8월 9일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 경선에 출마할 당시 주호영 후보./이새롬 기자

친박계로 분류되는 여권 고위 관계자는 "오세훈 전 시장의 주호영 의원 지지는 정치적 오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친박계 지원으로, 낙선하긴 했지만 종로에 출마했고 친박계의 지지를 받는 대권 후보였다. 그런데 전당대회에서 ‘배를 갈아타는’ 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결과적으로 전당대회는 친박계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나. 종로에서 패배한 이후 정무감각이 떨어졌구나 생각했다."

오 전 시장은 이후 친박계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정치적 신의까지 잃어버린 꼴이 된 것이다.

두 번째 정치적 헛발질은 20대 총선 종로 출마와 낙선이다.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다. 서울 종로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이들은 거물로 성장했다. 윤보선·이명박·노무현 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세훈 전 시장 역시 '대권'에 꿈이 있었던 만큼 종로 출마를 고집했다. 당시 새누리당에는 종로에서 내리 3선을 한 친이계 박진 전 의원이 공천을 신청한 상태였다. 게다가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를 탐탁찮게 생각했다. 김 대표는 '험지 출마'를 당부하며 완곡하게 오 전 시장의 종로 출마를 반대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친박계의 지원으로 종로 공천권을 따냈다.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오 전 시장이 우세를 보였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선거일 직전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중앙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20건 중 18건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보다 앞섰다. 일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를 넘어 10%p 이상 앞선 결과도 있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심위 참고)

여기까진 오 전 시장의 정무적 판단이 맞는 듯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오세훈 전 시장이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12.9%p 표차로 낙선했다. 종로 선거구에서 여야 1:1 맞대결 구도에서 이처럼 큰 표차이는 거의 없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오 전 시장 선거 캠프. / 더팩트DB
사진은 지난해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오 전 시장 선거 캠프. / 더팩트DB

여권 한 관계자는 "정치 지도자가 되려는 이들은 '대한민국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 때문에 종로로 몰린다. 오 전 시장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하지만 친박계 지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 등에도 불구하고 오 전 시장의 자만심이 '낙선'으로 이어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선거의 기본 원칙도 어긴 오 전 시장의 오판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오 전 시장은 자신이 총선에 출마한 후보 신분임에도 새누리당 후보가 고전하고 있는 서울 마포 등 다른 지역 지원유세를 활발히 다녔다. 한 선거 유세 연설에서는 "앞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지혜를 모으고..."와 같은 대통령 선거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거창한 자신의 국가비전을 제시하는 '엉뚱한' 행태를 보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꼽히는 것은 오 전 시장의 대표적 헛발질인 '무상급식 주민투표'이다. 정치적으로 시장 직을 연계한 것이 패착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형준 전 국회 사무총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무상급식에 대해 오 시장과 같은 입장이었지만 정치적으로 시장 직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며 "시장 직 사퇴를 말렸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오 전 시장의 연이은 '헛발질'에도 보수 진영에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재등판'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보수 진영에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과 견줄 '인물'이 그만큼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3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세훈 전 시장의 재등판설에 대해 "결심을 번복해서 새로이 출마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본다"면서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세 번의 '헛발질'로 정치적 위기에 놓였다. 삼진아웃이 될지, 기사회생을 할지 오 전 시장의 정치 감각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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