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아리송한'황교안의 '대선출마' 저울질
입력: 2017.02.03 05:47 / 수정: 2017.02.03 07:26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 선거출마여부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었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대통령 선거출마여부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헤어스타일이 한때 세간의 관심거리였습니다. 언제나 단정하게 보이는 머리 모양새가 아니라 가발 착용여부가 그랬습니다. 개인 사생활 영역이라 조심스럽지만 황 권한대행의 헤어스타일은 그의 자리 때문인지 호사가들 입방아에 오르내렸습니다.

'부분 가발을 썼다.' '지금은 모발을 이식했다.' 등 이러쿵저러쿵 온·오프라인에서 말들이 많았습니다. 대중들은 공인의 시시콜콜한 것 까지 알고싶어 합니다. 그런다고 해서 황 권한대행이 이같은 세속적 궁금증을 모두 풀어줘야 할 의무는 물론 없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십니까."

황 권한대행은 '대선출마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모호한 답변과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보수층 유력 대선주자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활동할 때도, 전격 불출마 선언을 한 뒤에도 차이가 없습니다.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참석한 그는 출마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옅은 미소만 보이고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지금은 그런 생각(대선출마여부)을 할 상황이 아니다"며 거리를 뒀습니다.

하지만 그는 특정 보수진영의 대안으로 급부상중입니다.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의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에게 '예쁜 늦둥이'라며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황 권한대행 역시 대선가도를 염두에 둔 동선을 잡고 있는 것 같다고 일각에서는 판단합니다. 어린이집, 육군훈련소, 소외계층 나눔행사장, 전통시장, 소방·경찰현장 방문등 대국민·행정 활동이 활발합니다. 하루에 네댓 개 공식일정을 거뜬히 소화하기도 합니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정국의 변수에서 서서히 상수로 자리이동하고 있습니다. 그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보수진영, 특히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캠프 직원들과 오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이덕인 기자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캠프 직원들과 오찬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이덕인 기자

'황교안 대망론'을 꿈꾸는 보수층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지지층들이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 전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발표한 뒤 보수진영에서는 지금까지는 황 권한대행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항마로 평가하는 모양새입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종합편성채널 JTBC 의뢰로 지난 1일 여론 조사를 한 결과, 황 권한대행은 대선후보 지지율 12.1%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인 문 전 대표는 26.1%였습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층중 24.7%가 황 권한대행 지지로 옮겨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홈페이지 참고)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현 시점에서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절박한 상황이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압박하고 견인할 소지가 크다고 보여집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황 권한대행이 우리당에 온다고 하면 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집권여당이 불임정당으로 전락하다시피한 처지에서 현실저으로 황 권한대행 이상의 인물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아마 청와대 입장에서도 '황교안 카드'가 최상의 카드라고 여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의를 하루라도 지연시키려는 청와대측의 갖가지 움직임 또한 황 권한대행에게 '준비할' 시간을 더 벌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후 SNS상에서는 ‘유일호 대통령 권한대행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란 장문의 유일호 장관의 직책도 나돌았습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출마를 당연히 할 것이라는 비아냥섞인 정치권 안팎의 반응중 하나입니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여전히 큽니다.

무엇보다도 국정농단 파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가 대선에 나선다는 게 국민정서적으로 받아들일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선을 관리해야할 권한대행이 대선에 직접 뛰어드는게 도의적으로 옳으냐는 지적도 공감을 얻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대선출마를 위한 교두보로 이용한다면 국정농단세력을 방조한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라는 본래 모습만 부각될 뿐이다."(김부겸 민주당 의원측) 보수층내에서도 견제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황교안 총리 출마는 적절치 않고 승리도 어렵다."(남경필 경기도지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노원구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강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선이후에도 문 전 대표는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 /이새롬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노원구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강연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선이후에도 문 전 대표는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반 전 사무총장의 이탈로 대선지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그 가운데에 '아리송한'황교안 권한대행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법적으로 대선후보로 나서지 못할 걸림돌은 없습니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선거 30일전에만 공직에서 사퇴 하면 된다는 게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입니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할 경우, 대선일자가 정해지고 그에 따라 황 권한대행의 출마여부도 공식화돨 것으로 보여집니다.

일반적인 예상처럼 대선이 4월말 5월초에 진행된다면 황 권한대행은 그 30일전인 3월말 4월초에 자신의 행보를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선거법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결심을 밝히기까지 50여 일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에 달려있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대선주자 행보를 하고 있다는 비판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대선출마여부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을 하루라도 빨리 풀어줘야할 정치적 의무를 안고 있습니다 . 대선의 심판(관리자) 역할을 할지, 선수로 뛸지를 조기에 확정하는게 국정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누구처럼 이것 저것 재면서 정치공학적 계산기를 두드릴 경우에 또 다른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파국의 출발은 '권력의 사유화'였습니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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