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반기문 여의도 캠프 계약' 부동산 "중개료 입금도 안 되고...하~"
입력: 2017.02.02 14:38 / 수정: 2017.02.02 16:2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하빌딩에 대선 캠프 사무소를 차리려고 했으나, 1일 대권 포기를 선언해 임대 계약은 물거품이 됐다. /여의도=변동진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하빌딩에 대선 캠프 사무소를 차리려고 했으나, 1일 '대권 포기'를 선언해 임대 계약은 물거품이 됐다. /여의도=변동진 기자

[더팩트ㅣ여의도=변동진 기자] "황당하죠. 불과 이틀 전(지난달 31일) 대리인 와서 계약서까지 작성했는데 갑자기 사퇴라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캠프가 차려질 예정에 있었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하빌딩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반 전 총장 캠프 측은 지난달 31일 대하빌딩 5층에 2억여 원(6개월)에 달하는 임대 계약을 맺었다. 원래 지난달 초 캠프를 차릴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계속 미뤄졌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여기에 '대선 출마 철회'라는 핵폭탄 발언으로 해당 계약은 백지가 됐다.

2일 오전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대하빌딩을 찾았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3일 해당 빌딩 5층 661.2m²(약 200평) 규모의 반 전 총장 대선 캠프 사무실이 차려져야 한다.

이미 지난달 31일 6개월간 사용한다는 조건(보증금 6000만 원 포함 2억여 원)으로 계약서 작성까지 마친 상태다. 캠프 측은 현재 임시로 사용중인 마포 사무실이 협소해 본부로서 역할을 하기 어려워 여의도로 이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1일 오후 깜짝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 철회'라는 폭탄을 여의도 정가에 투하했다. 명분은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 하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 뿐만 아니라 그의 측근들도 귀를 의심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병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병희 기자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캠프 사무소 주변 새누리당 당사 시위대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일상 그대로였다.

반면 '대선 출마 철회'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었다. 캠프 사무소 계약을 맺었던 부동산 중개인들. 이들의 표정은 영하권 날씨만큼이나 싸늘했다.

부동산 중개인 A 씨는 "황당하다. 불과 이틀 전 반 전 총장 법률대리인이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고 갔다. 그런데 하루 만에 갑자기 사퇴라니"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A 씨는 "계약금은 없었고, 중개 수수료를 받으려고 했으나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받은 돈은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당초 지난달 3일 계약한다고 했었다. 근데 계속 미뤄졌다"며 "지금 사용하는 있는 사무실은 5층, 30평대 한 곳. 2개월 사용 조건으로 임대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캠프로 사용하려던 대하빌딩(붉은색) 인근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캠프(파란색)를 비롯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캠프인 산정빌딩(보라색) 등이 있다. /네이버 지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캠프로 사용하려던 대하빌딩(붉은색) 인근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캠프(파란색)를 비롯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캠프인 산정빌딩(보라색) 등이 있다. /네이버 지도

반 전 총장의 여의도 캠프 대하빌딩는 선거 1번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새누리당 당대표에 오를 당시 캠프로 사용했었고, 새누리당 당사(한양빌딩)를 마주보고 있다.

대각선에 있는 대산빌딩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캠프가 둥지를 틀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캠프가 있는 산정빌딩도 204m 떨어져 있다.

현재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캠프 사무실이 있는 마포구 도화동 트라팰리스 1층 로비엔 10여 명의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마포=변동진 기자
현재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캠프 사무실이 있는 마포구 도화동 트라팰리스 1층 로비엔 10여 명의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마포=변동진 기자

이어 취재진은 반 전 총장 측의 또다른 사무실 '마포 트라팰리스'를 찾았다. 삼엄한 경비 때문에 사무실 풍경을 볼 수 없었다. 다만 사진 및 취재 기자 10여 명만이 1층 로비에서 반 전 총장 및 캠프 관계자들을 기다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사당동 자택에 머물었으며, 자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 만나 불출마 관련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1일 오후 10시께(한국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했다.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가 다른 건 실감했겠지만, 전직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할 일이 많을 테니 다른 면에서 기여하는 게 바람직스럽다'고 말하더라"고 말했다.

아울러 캠프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과 사실상 마지막 오찬을 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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