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12일 귀국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의 뜻을 내비쳤지만, 반 전 총장은 20여 일 만에 대권의 꿈을 접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갈가리 찢어진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의 정치문화를 이뤄내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이것에 제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 짧은 시간이었다"며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인에 가까운 음해에 짓밟혔다. 각종 가짜뉴스로 인해 정치교체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간 몸담았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겼다"면서 대선 불출마 취지를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대선 불출마 선언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그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와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혹독한 검증'을 버틸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실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거론됐을 때부터 '혹독한 국내 검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관료 출신이면서 오랜 기간 국내를 떠나 있었던 반 전 총장이 대선이라는 큰 산을 넘기에는 이른바 '맷집'이 부족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 반 전 총장은 지난달 12일 귀국 후 지지율 반등은 없고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반 전 총장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도 하루가 멀다고 제기됐다. 반 전 총장 입장에서는 본인은 물론, 가족과 관련한 논란이 세상에 알려지고 부풀리는 상황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 전 총장이 기자회견에서 "인격살인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뉴스" 등으로 표현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란 해석이다.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런 대선 불출마 선언과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버릴 생각까지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반 전 총장은 그런 내적 역량이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즉,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검증에 부담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지금까지 제기된 것들은 검증을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지형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게 됐다. 특히 보수층에서 공을 들인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으로 무게가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충청 대망론'으로 불렸던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