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기름장어' 반기문, '귀국→대선 불출마' 논란의 20일
입력: 2017.02.01 16:30 / 수정: 2017.02.01 16:48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12일 귀국한 지 20일 만인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는 반 전 총장./문병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12일 귀국한 지 20일 만인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는 반 전 총장./문병희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 후 대권 행보는 논란의 연속이었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반기문 전 총장은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성 정치권의 이기주의에 실망했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월 12일 귀국한 후 본격 대권행보에 나선 지 20일 만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퇴임을 앞두고 "대한민국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겠다"며 사실상 대권 출마를 시사했고, 귀국 기자회견에서 "부의 양극화와 이념, 지역, 세대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며 대권 주자로서 포부와 구상을 밝혔다.

여권 진영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후보난을 겪던 상황이었기에 정치권은 '유엔 사무총장' 타이틀을 가진 반기문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했다. 때문에 귀국 당시 반 전 총장을 향한 세간의 관심과 시선은 뜨거웠다.

그러나 반기문 전 총장은 연이은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귀국 직후 공항철도 인천공항역에서 7500원짜리 표를 살 때 무인발매기에 1만 원권 2장을 동시에 집어넣는 모습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서 '서민 코스프레'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지난 16일과 17일 턱받이퇴주잔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반기문 캠프, 온라인 커뮤니티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지난 16일과 17일 '턱받이''퇴주잔'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반기문 캠프, 온라인 커뮤니티

또 지난 16일엔 '반기문 턱받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14일 반기문 전 총장은 충북 음성에 위치한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를 방문해 요양 중인 할머니에게 죽을 떠 먹여 드리며 봉사 활동을 했다. 문제는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할머니에게 음식을 떠 먹이는가 하면 할머니가 아닌 반 전 총장이 턱받이를 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7일엔 '반기문 퇴주잔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꽃동네를 방문한 당일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선친의 묘에 성묘를 하러 간 반 전 총장이 퇴주잔에 술을 받은 뒤 음복하는 장면이 담긴 짧은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통상적으로 묘소를 방문하면 술을 따라 올린 뒤 술을 묘소 인근에 뿌려 퇴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이지만 반 전 총장은 절을 한 뒤 퇴주잔의 술을 본인이 마신 데 대한 비판이 일었다.

지난달 31일엔 '촛불 발언'으로 직격타를 맞았다. 반기문 전 총장은 대권 행보와 관련해 서울 마포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반문재인 개헌연대가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청산의 해법이냐"는 질문에 "광장의 민심이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답해 논란을 자초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 촛불 민심을 두고 "광장의 민심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문병희 기자

'잇따른 구설'에 이어 '이념 정체성'과 '애매한 정치 노선' 등도 반기문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냈지만 유엔 사무총장에 오른 뒤 야권과 거리를 두며 여권과 접촉면을 넓혀왔고, 다시 대권 행보에 나서면서 '빅텐트론'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야권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도 바른정당 등 기성정당 입당 가능성 또한 여지를 두며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때문에 귀국 후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는 귀국 전까지만 해도 현재 여야를 통틀어 대권 지지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앞섰었다. 그러나 대권 행보에 나선 이후 문 전 대표에게 선두를 내줬고, 최근 2주 연속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내림세를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과 자신의 '텃밭'인 충청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반 전 총장의 지지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정황 상 별칭이 '기름 장어(노무현 정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시절 기자들의 질문을 기름장어처럼 잘 빠져나가서 생긴 별칭)'인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불출마'는 예견됐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난달 18일 반 전 총장의 행보를 두고 "온통 반반"이라면서 "설 명절이 지나면, 대선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이 많다"고 예측한 바 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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