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지지율 하락' 반기문, '개헌 빅텐트' 승부수도 '빨간불'
입력: 2017.02.01 05:00 / 수정: 2017.02.01 10:21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트라팰리스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야 정치지도자들에게 개헌 추진 협의체를 제안했다.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반 전 총장. /마포=문병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트라팰리스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야 정치지도자들에게 '개헌 추진 협의체'를 제안했다.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반 전 총장. /마포=문병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개헌 추진 협의체'를 지지율 반등 승부수로 띄웠지만, 이 역시 '빨간불'이 켜지면서 답보상태에 놓였다.

설날 연휴를 전후로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범여야의 정치지도자들을 만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어 돌파구로 마련한 '개헌 추진 협의체'까지 주춤하면서 '빅텐트 구축'은 힘이 빠진 모양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자신의 사무실인 서울 마포 트라팰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모든 정당 정파의 대표들로 개헌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대선 전 개헌을 본격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개헌을 매개로 한 '반문(반문재인)연대'를 구성해 반 전 총장 본인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특히 민주당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측을 정조준해 "민주당과 그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는 '개헌을 하기엔 시간이 없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정치교체 뒤에 숨은 패권 추구의 열망을 더이상 감추려 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포=문병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31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마포=문병희 기자

그러나 반 전 총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개헌 추진 협의체' 제안에 바른정당을 제외한 여야는 모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MBN 방송에 출연해 "여기저기 다니면서 텐트를 치려고 하는데 안 될 것"이라면서 "('개헌협의체' 제안은) 들어오자마자 해야 했고, 방식도 옳지 못하다. 사전에 만나서 이야기한 후에 해야지 불쑥 '내가 할 테니까 오라'는 것은 (옳지 않다). 반 전 총장이 지금 의석이라도 하나 가졌느냐. 무슨 힘을 믿고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대선주자인 김부겸 의원은 논평에서 반 전 총장의 '반문연대' 노림수를 꼬집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개헌협의체'와 '촛불 변질'을 동시에 말하는 건 모순"이라며 "개헌 논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출발해야지, 반문(반문재인)연대와 같은 정략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개헌협의체는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개헌론자'인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체 의장 역시 입장문을 통해 "협의체를 제안하면서 국정농단 세력인 새누리당을 제외하지 않는다는 것과, 권력구조만 바꾸자는 좁은 개헌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면서 "특히 제안 과정에서 '광장의 민심이 초기 순수한 측면보다 변질된 측면도 있다'고 한 발언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동안 보여준 모호한 정체성만큼이나 개헌에 대한 진정성도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대선 전 개헌'이 아닌, 2018년 지방선거와 연계한 개헌을 주장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용주 의원도 구두논평에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헌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마포=문병희 기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마포=문병희 기자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놓인 반 전 총장은 일단 반등을 위해 바른정당에 입당한 뒤 향후 전략을 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을 돕기로 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이면 (반 전 총장을) 당 내부로 모시고 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저는 거기에 힘을 쏟는 것으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반 전 총장이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일부 충청권 의원들의 '2차 탈당'을 보고, 독자세력화를 한 뒤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과 통합을 하는 등 '빅텐트'를 다시 구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반 전 총장 기자간담회 직후 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박덕흠·이종배·경대수·권석창·성일종·이명수·박찬우 의원 등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 8명은 긴급 회동해 반 전 총장을 적극적으로 돕기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반 전 총장은 1일 바른정당, 새누리당, 정의당을 잇따라 예방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의 방문을 우회적으로 거부해 따로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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