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측, '23만불 의혹' 반박…"돈 준 사람 혹평하겠나"
입력: 2017.01.23 13:33 / 수정: 2017.01.23 13:33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법률지원 역할을 하고 있는 박민식 전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이른바 박연차 23만불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며 반 전총장이 당시 상황을 적어놓은 일기장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법률지원 역할을 하고 있는 박민식 전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이른바 '박연차 23만불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하며 반 전총장이 당시 상황을 적어놓은 일기장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이 23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반 전 총장의 일기장을 공개하며 정면 반박했다.

반 전 총장 캠프에서 법률 지원을 담당하는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지회견을 열고 "100%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시사저널'은 복수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반 전 총장이 2005년 5월 3일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20만 달러를,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을 당시 3만 달러 등 모두 23만 달러를 박 전 회장에게서 받았다고 보도했다.

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의 2005년 5월 3일자 일기장을 공개했다. 반 전 총장은 일기장에 "베트남 장관이 방한해 만찬을 주최했고, 손님 가운데 베트남 명예총영사로 근무하는 사업가가 있었다. 이 분은 태도가 불손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불편해하는데도 폭탄주를 돌리라고 강권하고 큰 소리로 떠드는 등 분위기를 망쳤다"고 적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과 가깝다고 돌아다니니 대통령에게 큰 누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며 "참석자들도 상당히 불쾌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일기장에 사업가의 이름을 적지 않은 것과 관련해 "박 전 회장의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20만 달러를 준 사람을 혹평한다는 것이 일반 사람의 상식에 맞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반 전 총장이 박 전 회장을 당시 처음 봤고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박민식 전 의원이 반 전 총장의 23만 달러 수수 의혹은 허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민식 전 의원이 반 전 총장의 23만 달러 수수 의혹은 허위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반 전 총장과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은 당일 오후 7시 한·베트남 외교장관 만찬에 6시 40분쯤 도착해 칵테일 스탠딩을 했고 있었다"면서 "박 전 회장은 7시 30분이 넘어서 도착했고, 일부 참석자의 공통된 증언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이 반 전 총장에게 만찬 1시간 전 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박 전 의원은 이 밖에도 ▲공관에 별도 사무실과 집무실이 없고 은폐된 장소가 없다는 점 ▲부피가 상당한 돈을 전달하는 것을 참석자들이 보지 못했다는 점 ▲반 전 총장이 처음 본 사람에게 돈을 받는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박 전 의원은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누가 누구에게 무엇때문에 무엇을 언제 어디서 등 7가지 요소가 기본적으로 맞아야 한다"면서 "이 의혹은 이런 요소를 단 한 가지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어 한마디로 7대 불가사의이자 유령들이 등장하는 소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확실한 증거를 토대로 하는 반박이 아닌 대체로 당시 상황을 추론하는 정도의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12년 전 일이기에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재구성하지 못한다"면서도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판단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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