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청문회·박근혜·최순실·박중헌, 다 나쁜 사람들이야"
입력: 2017.01.23 05:00 / 수정: 2017.01.23 07:48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는 재판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최 씨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어린 왕 왕여의 권력을 손에 쥐고 국정을 농단하고도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박중헌과 비교된다.(왼쪽부터) /더팩트DB,  tvN 드라마 도깨비 갈무리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는 재판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최 씨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어린 왕 '왕여'의 권력을 손에 쥐고 국정을 농단하고도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박중헌과 비교된다.(왼쪽부터) /더팩트DB, tvN 드라마 '도깨비' 갈무리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청문회, 박근혜, 최순실, 박중헌은 다 나쁜 사람들이야."

최근 여섯 살 된 아들은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출장으로 약 14일 만에 만난 아들의 말이 재미있으면서도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돼 쓴웃음이 나왔다.

올해 여섯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청문회와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61)이 나쁘다고 말한 데는 박중헌이라는 이름과 연결고리가 있다. 박중헌은 필자의 아내가 빼놓지 않고 시청했던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나왔던 악역이다. 아이는 드라마를 보며 박중헌의 악한 모습을 보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가기도 했던 기억이난다.

그런데 청문회, 박 대통령, 최 씨는 어쩌다 박중헌처럼 나쁜 사람으로 비쳤을까. 아이는 부모가 청문회를 지켜보며 나누었던 대화를 들었고, '박근혜·최순실'이라는 이름도 이때 기억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증인출석 당시.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서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증인출석 당시. /사진공동취재단

또, 필자가 최순실과 정유라(21) 씨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해 10월과 최근 독일과 덴마크로 출장을 다녀온 탓도 있다. 이런 이유로 최 씨와 함께 '청문회, 박근혜'를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 같다.

아이의 말을 곱씹어가며 웃다 드라마 '도깨비'에서의 박중헌이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떠올려보았다. 박중헌은 극 중 간신으로 어린 왕 '왕여'를 이용해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다. 박중원은 왕여를 손 위에 놓고 국정을 농단하는 악인이다. 박중헌을 현실에 대비하면 비선 실세가 아닐까.

논리적 비약일 수 있지만, 박중헌과 최 씨는 같은 점이 있다. 박중헌이 왕여를 어린 시절부터 곁에 두고 신의를 얻으며 국정을 농단한 것이나, 최 씨가 박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던 시절부터 곁에서 도우며 국정을 농단한 것이 같다.

지난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등 사건 첫 공판기일에 최순실(최서원 개명), 안종범, 정호성(왼쪽부터)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지난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등 사건 첫 공판기일에 최순실(최서원 개명), 안종범, 정호성(왼쪽부터)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박중헌은 죽어서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인물이다. 그럼 최 씨는 어떤가. 최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변명과 모르쇠로 국민의 분노를 더욱더 상승시키고 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최 씨의 태도는 죄도 사람도 미워할 수밖에 없게 한다.

국민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박 대통령과 최 씨 그리고 권력을 핑계로 부역한 이들로 인한 분노로 피로감이 깊다. 벌써 넉 달째 이어지는 이번 사태는 따뜻한 봄이 올 때나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구속된 다음 날인 22일 특검에 출석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김기춘(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구속된 다음 날인 22일 특검에 출석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우리는 흔히 드라마나 영화, 구전동화 등을 통해 너무 뻔한 결과에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권선징악(勸善懲惡,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짓을 징계한다)'이다. 권선징악은 단순 미디어나 동화 속의 결론만이 아니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전제로 볼 때 세상의 이치가 그런데도 '너무도 뻔한 결말'이 나지 않고 있다.

여섯 살 아이는 "청문회, 박근혜, 최순실, 박중헌은 나쁜 사람들이야"라며 뒷말을 더 했다. "나쁜 일 하면 벌 받아"라는 말이다. 여섯 살 아이도 아는 나쁜 일의 결과를 박 대통령과 최 씨 그리고 국정 농단에 부역한 이들은 모르는 것일까. 양심의 가책이 있다면 역사 앞에 스스로 솔직하고 국민이 죄를 미워할 수 있는 모습을 이제라도 보일 때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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