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욕설 진상손님' 장시호, 페이퍼 컴퍼니 의혹(영상)
입력: 2017.01.18 10:32 / 수정: 2017.01.18 10:43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또 다른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39·개명 전 장유진·구속기소)씨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200억 원대 부동산 급매'로 논란을 낳았다. 그런데 자택과 토지를 50억 원대로 낮춰 팔려고 했으나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21일 장시호 씨가 구속된 이후에도 그의 제주도 부동산은 여전히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의혹을 더한다. 중국인들까지 가세해 투자에 열을 올리는 제주도 '금싸라기 땅'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낮은 판매가에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팩트>는 의문점을 풀기 위해 장시호 씨가 체포된 지 한 달 보름여 지난 10~11일 제주도를 직접 찾아 부동산 처리 현황과 그의 흔적을 쫓았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제주=오경희·김민지 기자] "장시호의 장자도 꺼내지 마세요."

구속된 이후 최근 '저자세'로 전략(?)을 바꾼 장시호 씨에 대한 '제주 민심'은 흉흉했다.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이 되기 전부터 그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다닌 듯하다. 제주에 머문 장 씨의 '호화 생활'과 '수상한 행적', 그리고 욕설을 포함한 좋지 못한 행동거지 등이 주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장시호 씨는 구속되기 전인 최근 2년간 중문관광단지에 인접한 제주도 서귀포시 '고급 빌라'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생활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10~11일 확인한 그의 '제주 생활'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비선 실세의 또 다른 비선답게'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장시호 씨는 서귀포시 자택 인근 한라산 중산간지역에 집중적으로 토지를 사들였다. 이 토지들을 담보로 여러 차례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간판 없는' 사무실을 임대해 은밀하게 사업을 했다가 7개월 만에 돌연 폐업했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며 제주도 사업을 추진했다.

◆ 장시호 고급 빌라의 '은밀한 CCTV'

장시호 씨는 시세 6~7억 원·62평의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 S빌라를 2012년 구입해 2014년부터 아들과 함께 거주했다./장시호 SNS, 제주=김민지 기자
장시호 씨는 시세 6~7억 원·62평의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 S빌라를 2012년 구입해 2014년부터 아들과 함께 거주했다./장시호 SNS, 제주=김민지 기자

등기부등본과 제주 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장시호 씨는 2012년 서귀포 대포동의 시세 6~7억 원의 '고급 빌라(면적 63평·전용면적 44평·145.61㎡)'를 4억 8000여 만원에 구입한 뒤 2014년부터 거주했다.

<더팩트> 현장 취재로 더 자세히 알려진 장시호 씨의 제주 고급 빌라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CCTV(폐쇄회로티브이)'다. 1~4층 빌라 세대 중 장 씨의 1층 집에만 CCTV가 설치돼 있고, 외부 유리창에 검은색 선팅 필름이 부착되어 있었다. '은밀한 CCTV'로 외부인을 철저하게 경계한 것이다.

빌라 관리인 A 씨는"장시호 씨가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단둘이 거주했으며, 빌라 자체가 '별장식 풀옵션 빌라'라 소유주들은 대개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등 계속 상주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1층(장시호 층)에만 CCTV를 붙인 것만 봐도 알지 않겠느냐. 얼굴을 직접 본적은 없다"고 말했다.

별장식 고급 빌라에 거주했던 장시호 씨는 본인 층(1층)에만 CCTV를 설치하고, 외부 유리창에 선팅 필름을 부착하는 등 외부 노출을 극도로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제주=김민지 기자
'별장식 고급 빌라'에 거주했던 장시호 씨는 본인 층(1층)에만 CCTV를 설치하고, 외부 유리창에 선팅 필름을 부착하는 등 외부 노출을 극도로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제주=김민지 기자

'고급 빌라'를 주요 매물로 취급하는 서울 소재 부동산 사이트엔 해당 빌라를 '럭셔리 하우스'로 설명하고 있다. "베네시안 스타코 등 최고급 자재를 사용한 풀옵션 별장식 고급 빌라로 전세대 모두 한라산과 제주 남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조망권을 갖췄고, 1층~4층 구조다. 방 3개 욕실수 2개 내부 일본 수입 히노끼탕, 황토방 등 실내공간 별도 마련돼 있다. 또한 5분거리에 중문관광단지가 인접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장시호 씨는 이런 한적하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외부와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채 제주도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비선 실세 파워'를 등에 업고 자신의 정체를 감추면서 '제주도 대박'을 노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 '간판 없는' 사무실, 페이퍼 컴퍼니 의혹

장시호 씨는 대포동 자택과 차로 5분 정도 거리 상가 사무실을 임대해 2014년 8월부터 이벤트 광고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고, 아버지인 장석칠 씨가 주로 외부 손님을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제주=김민지 기자, 더팩트DB
장시호 씨는 대포동 자택과 차로 5분 정도 거리 상가 사무실을 임대해 2014년 8월부터 이벤트 광고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고, 아버지인 장석칠 씨가 주로 외부 손님을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제주=김민지 기자, 더팩트DB

서울과 제주를 오간 것으로 추정되는 장시호 씨는 자택과 5분 정도 거리의 한 상가건물에 사무실을 임대해 그해 8월부터 2년간 사업을 했다. 자택 인근 부동산 관계자 B 씨는 "여하튼 베일에 싸인 인물들이었다. 외제차 여러 대를 번갈아 타며 상가 건물 4층 사무실 아래 1층 커피숍에서 아버지 장석칠 씨가 '외부 손님'들을 자주 만나는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B 씨의 말대로 장시호 씨는 중문동 한 상가의 4층을 2014년 8월쯤 사무실로 임대해 '더라임'이라는 이벤트·광고 회사를 운영했고, 제3자인 임 모 씨(1988)로 명의를 변경해 2015년 3월쯤 폐업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임대 7개월 만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이를 놓고 장시호 씨가 잠적한 지난 10월 중순쯤 문화사업을 염두에 둔 '페이퍼컴퍼니'란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장 씨가 사무실을 임대한 시기가 K-POP 상설 공연장이 제주에 들어선다는 소문이 돌던 시점이었고, 폐업을 한 시기 역시 공연장 설립 계획이 백지화된 때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문화 체육계' 이권 개입 의혹을 받는 장 씨가 운영한 '더라임'이란 회사는 이름을 변경한 '누림기획(서울 소재)'으로 해당 회사에 장 씨가 허위로 금전적 이익을 제공한 의혹도 불거졌다.

문화 체육계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장시호 씨는 더라임이라는 제주 사무실을 제3자인 임 모 씨(1988)로 명의를 변경한 뒤 2015년 3월쯤 폐업 신고를 했고, 현재 그 회사는 누림기획으로 사명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법인등기부등본 갈무리
'문화 체육계'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장시호 씨는 '더라임'이라는 제주 사무실을 제3자인 임 모 씨(1988)로 명의를 변경한 뒤 2015년 3월쯤 폐업 신고를 했고, 현재 그 회사는 '누림기획'으로 사명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법인등기부등본 갈무리

상가 건물 관계자 C 씨는 "사무실엔 간판도 없고, 문도 걸어 잠그고 뭐하는 곳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고, 들리는 소문엔 장 씨 아버지가 호텔인가 병원인가 사업한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때는 그분들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람들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장시호 씨가 한라산 중산간지역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적으로 땅을 사들인 점도 의혹을 더했다. 장시호 씨는 자택 구입 2년 전인 2010년엔 아버지 장석칠 씨로부터 2005년 증여받은 색달동 소재 토지 4필지 인근에 2필지를 추가로 매입해 총 6필지·2만3719㎡(7187평)를 보유했다.

◆ 실세 갑질! 제주 식당가 "장시호, 욕설하는 진상 손님"

'부동산 자산가'였던 장시호 씨는 '수상한 행적'만큼 제주 실생활에 대한 소문도 파다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상가 건물에서 만난 C 씨는 "장 씨 얘기 듣고 싶으면 집 주변 식당에 가 보라. 거기 가면 아예 손사래를 칠 거다. '욕설'에 하여튼… 기피손님으로 유명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더팩트> 취재 결과, 식당 사람들은 '장시호의 장자도 꺼내지 말라'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장시호 씨 자택 인근 횟집 식당 거리와 유명 식당 몇몇 곳에서 '장시호'라는 이름을 꺼내며 질문을 던지자, 분노와 짜증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문을 곧바로 닫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식당 방문객 리스트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연예인과 전직 장관과 정치인 등이 적힌 한 식당 관계자 D 씨는 "장시호 씨가 자주 왔었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네자 얼굴이 굳어지며 "아휴!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말한 뒤 발길을 돌렸다. 또 다른 식당의 '싸늘한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E 씨는 "장 씨가 오면 골치가 아팠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이내 취재진을 식당에서 내보냈다.

장시호 씨 자택 인근 대포동 식당가에 장 씨는 기피 손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제주=김민지 기자
장시호 씨 자택 인근 대포동 식당가에 장 씨는 '기피 손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제주=김민지 기자

이렇듯 장시호 씨는 제주도에서 베일에 가려진 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식당 방문 등 일상 생활을 하면서 '실세 갑질'로 적지않은 구설에 올랐다. 제주 생활 당시 장시호 씨의 정체를 정확히 몰랐던 사람들이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이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말을 머금는 이유다. '장시호 씨의 수상한 제주 생활'을 조금씩 파헤치자 비선 실세의 행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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