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한 푼도 없다?' 정유라의 새빨간 거짓말을 확인하다 <상>
입력: 2017.01.16 05:53 / 수정: 2017.01.17 18:18

[더팩트 ㅣ 올보르(덴마크)=이철영·배정한 기자]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정유라(21) 씨의 뻔뻔한 거짓말은 진실 앞에서 여지없이 옷을 벗엇다.

정 씨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덴마크 북부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한 푼도 없다"고 했다. 정 씨의 이 말은 국내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61) 씨의 딸로 삼성으로부터 수백억 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았다는 거듭된 의혹에도 '돈이 없다'는 말을 태연하게 하는 것을 보며 과연 누가 정 씨의 말을 진실로 받아들일까. 취재진 역시 의심했다. 말도 안 되는 궤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취재를 시작했다.

정 씨는 지난 9월 28일부터 덴마크 올보르의 한 단독주택에 거주했다. 월세는 240만 원으로 알려졌다. 덴마크의 물가로 볼 때 월세 240만 원은 평균적이다. 하지만 21세에 직업도 없는 정 씨가 조력자 세 명을 고용해 살고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월세와 세 명의 조력자에게 월급을 주며 살았을까. 정 씨의 "한 푼도 없다"는 말은 거짓말로 볼 수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정 씨의 덴마크 생활부터 그의 국내 송환 문제를 취재했다.

정유라가 체포되기 전까지 훈련했던 덴마크 올보르 인근 보스코지역에 있는 초호화 헬스트란 승마장. 하얀 눈에 쌓여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정유라가 체포되기 전까지 훈련했던 덴마크 올보르 인근 보스코지역에 있는 초호화 헬스트란 승마장. 하얀 눈에 쌓여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취재진은 이 과정에서 정 씨가 다닌 헬스트란 승마장과 그가 사용했던 고가의 노르웨이 침구류 등을 통해 다시 한번 그의 거짓말을 확인했다. 사실 쉽지 않았다. 단서를 찾는 과정도 힘들었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정 씨와 조력자들의 습성이 취재진을 더욱더 힘들게 했다. 감추는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드러날 것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정 씨가 훈련했다는 승마장은 그야말로 최고급이었다. 취재진은 국내 언론의 집중 취재를 받는 헬스트란 승마장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덴마크 현지인을 통해 확인했다. 취재진과 함께한 미켈은 덴마크에서 중상류층에 속했다. 이렇게라도 정 씨가 다닌 승마장의 수준을 확인하고 싶었다.

미켈은 지난 4일 헬스트란 승마장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치심을 겪어야만 했다. 미켈은 헬스트란 승마장에 관해 "돈이 있다고 갈 수 있는 승마장이 아니다. 이곳은 최고급 럭셔리 승마장"이라며 정 씨가 이런 곳에서 훈련한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 씨가 얼마나 호화로운 삶을 살았는지는 그가 버린 침대에서도 확인됐다. 정 씨의 조력자들은 지난 10일 이른 아침 급히 집을 빠져나가 종적을 감췄다. 이들은 덴마크 당국에 한국 기자들로 프라이버시를 침해받고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당국도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은신처에 버려진 정유라 씨의 노르웨이산 브랜드 침대 3개와 매트리스 2개. 버려진 침구류 가격은 모두 수천만원에 달한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은신처에 버려진 정유라 씨의 노르웨이산 브랜드 침대 3개와 매트리스 2개. 버려진 침구류 가격은 모두 수천만원에 달한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취재진은 조력자들이 떠난 다음 날인 11일 오후 정 씨의 집을 다시 찾았다. 비가 내린 이날 정 씨의 집 주차장과 마당에는 온갖 것들이 수북하게 쌓여 버려졌다. 취재진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늦은 오후 정 씨의 조력자들이 버린 물건 중 침대에 주목했다. 멀쩡해 보이는 침대 세 개와 매트리스였다. 브랜드를 확인하고 스웨덴과 덴마크 현지 교민에게 사진을 보내 제품의 가격 등을 물었다. 난생처음 보는 브랜드였다. 과연 이 침대는 가격이 얼마나 될까.

교민에게 돌아온 대답은 "엄청 고가"로 누구나 사용할 수 없는 침대라는 것이었다. 교민은 "자기 돈이 아니라고 정말 막 썼나 보다. 이런 침대를 버리고 가다니 정말 충격적"이라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취재진이 교민과 확인한 침대는 노르웨이 고급 브랜드 '원더랜드(wonderland)'였다. 세 개의 침대 중 이들이 버린 침대에는 8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제품도 있었다.

정 씨가 버린 침대는 '원더랜드(wonderland) 콘티넨털'로 고급 라인이라는 것이 교민의 설명이다. 정 씨가 버린 '둰더랜드(wonderland)' 최고가 침대는 덴마크 가격이 6만4104 크로네(10크로네: 1660원)로 국내 가격 1087만 원에 달한다. 취재진은 엄청난 가격에 놀랐다. 고가의 침대를 버린 것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 씨와 조력자들이 사용하다 버린 침구류는 노르웨이산 최고급 브랜드로 확인됐다. 정 씨가 쓰다버린 침대류는 1000만 원이 넘는 최고급 제품으로 확인됐다. /브랜드 판매 사이트
정 씨와 조력자들이 사용하다 버린 침구류는 노르웨이산 최고급 브랜드로 확인됐다. 정 씨가 쓰다버린 침대류는 1000만 원이 넘는 최고급 제품으로 확인됐다. /브랜드 판매 사이트

최고가 침대 바로 아래인 '원더랜드(wonderland) 콘티넨털'은 덴마크 가격이 4만4798 크로네로 국내 가격으로 약 80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이다.

정 씨와 조력자들이 사용하다 버린 라텍스 역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이었다. 이들이 버린 라텍스 싱글의 최저 가격은 96만5000원이며, 싱글 최고가는 157만 원이다. 더블 사이즈 최저가는 136만8000원, 최고가는 157만 원으로 이 역시 일반인들이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제품이었다. 도대체 이들은 얼마나 돈이 많기에 이렇게 다 버릴 수 있을지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이들이 버린 침구류를 다 합하면 수천만 원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와 눈이 내리던 날 아무렇지 않게 집 앞마당에 버렸다. 일각에서는 버린 것이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비와 눈이 내리는 날씨에 아무런 조치도 없이 마당에 대충 쌓여 있는 침대를 버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취재진은 정 씨의 덴마크 생활이 어땠는지를 침구류 가격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침대를 사용했고, 그것도 모자라 그냥 버린 것에서 정 씨가 얼마나 돈에 관해 무감각한지를 알 수 있었다.

정 씨는 이런 삶은 살았음에도 한국 기자들을 향해 "한 푼도 없다"고 뻔뻔하게 거짓말했다. 들통나지 않을 것으로 착각한 것이 분명하다. 정 씨는 현재 올보르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로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든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 씨는 국내 송환될 것이 분명하다.

정 씨는 자신의 노력이 아닌 누군가의 돈으로 호가호위한 삶을 살았다. 그는 덴마크에서 버티고 싶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거짓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고 증거가 그렇다.

<중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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