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서울역으로 이동해 환영인파에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귀국했습니다. 지지자들의 수십차례 "반기문,반기문"연호속에서 펼쳐낸 귀국 메시지는 강력한 권력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권력 의지가 있냐고 물어봅니다"고 자문하면서 "통일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드는 의지라면 저는 제 한 몸을 불사를 의지가 있습니다"라는 자답하는 그의 모습에 내심 놀랐습니다. "패권과 기득권은 안됩니다.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가 책임이 있습니다"라는 주장또한 예전과 다른 강한 권력의지의 단면을 드러낸 대목입니다.
그는 오래전에 이미 외교관·행정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 같습니다. '기름장어'가 아닌 대권을 노리는 '잠룡'으로 면모를 분명히 달리한 게 이날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반 전 사무총장의 현실 정치 등장은 본격적인 대선 진검승부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탄핵 열차의 종착역 도착시점은 안갯속이지만 촛불민심과 함께 대선 열차는 승객을 모으고 질주하고 있습니다. 시속 100Km, 50Km로 달리는 열차도 있고, 예열상태의 출발 직전 열차도 선로 한 편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단일화와 연대를 통해 선로가 합쳐질 수 있고, 혹은 ‘신념으로’ 자기만의 선로를 고수하는 열차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정치는 생물이다’고 흔히 말합니다. 변화무쌍함을 일컫는 것입니다. 섣부른 예측과 예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 그렇습니다. 그러기에 지금 대선열차 레이스의 과정과 결말을 점치는 것은 분명 부질없는 행위입니다. 반 전 사무총창의 운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반 전 사무총장의 존재감은 귀국전후 여야 정치권 반응에서 쉽게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구애'와 '견제'의 교착점에 반 전 총장이 위치하고 있다는 자체가 그의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판에서 구애와 견제는 '내 편이 돼달라'는 이음동의어(異音同意語)입니다. ‘반기문 열차’가 어떤 선로를 선택하고 최종적으로 누구와 함께 속도를 끌어 올리고 대선 레이스를 뛸지, 나아가 완주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 탑승해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탄핵 심판으로 꽃가마는 없지만 범 여권은 그래도 그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으면서 ‘가마 대령’의 구애 눈짓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국이 낳고 기른 세계적 지도자답게 차원이 다른 정치와 안목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바른정당 대권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정치를 하고 대선에 출마하겠다면 비전이나 정책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국민이 판단하기에 좋을 것 같다”며 반 전 총장의 정체성 확인에 나섰습니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포지션을 분명히 하라는 것입니다.
야권은 당연히 견제구를 날리고 있습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을 향해 “대선출마는 이미지를 실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안타까운 선택을 하지 말라며 '직격탄’을 쐈습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치인 반기문이 아닌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의 귀국을 환영한다”며 뼈있는 논평을 냈습니다.
반 전 총장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후 사심없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합니다. 어떤 식이든지 결정이 내려지면 아군과 적군 피아구별이 되면서 양보없는 입체전이 전개될 것입니다. 정치인 반기문이 검증의 칼날을 막아낼 지, 아니면 베일지 두고볼 일입니다. 그의 권력의지와 지지세력의 윤곽 등을 볼때 검증작업에 정면으로 몸을 던져 승부를 걸 소지가 많은 것 같지만 정치는 생물인지라 만약의 일을 누가 알겠습니까.
잠룡 검증대는 피비린내가 진하게 풍길수 밖에 없습니다. '올 오아 낫씽(All or Nothing)'이기 때문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교훈도 예리한 검증의 칼날을 부르고 있습니다. 반 전 총장의 경우, 당장 친동생인 반기상 씨 부자의 뉴욕 연방법원 기소건부터 풀어나가야 합니다. 대선정국 상수로 위치한 반 전 총장에게 꽃길은 없습니다. 그의 정치는 그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귀국 메시지를 통해 "2016년 광장의 민심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민심은 구 체제의 적폐 청산을 바라고 있다. 사진은 2016년 12월 31일 열린 '제10차 촛불집회'모습/ 임세준 기자 |
여기서 일단의 국민들은 반 전 총장측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반의 열차’가 대권 종착역에 이른다면, 그것은 정권교체입니까, 정권연장입니까. 반 전 총장과 그의 사람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대선가도에 나서겠다는 겁니까, 정권연장을 위해 손을 잡으려고 하는 것입니까. 단적으로 그들은 촛불민심의 대변자입니까, 역행자입니까.
반 전 총장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6년 광장의 민심을 기억하자'고도 합니다. 정치교체와 광장의 민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반기문표 정치'가 무엇을 지향하는 지를 속 시원하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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