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정유라 조력자들, 외부 단절 은밀한 생활(영상)
입력: 2017.01.09 06:25 / 수정: 2017.01.12 12:41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해외도피 중이던 정유라 씨가 지난 1일(현지 시각) 저녁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체포된 가운데 8일 오후 보모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를 업고 창문 밖을 보고 있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해외도피 중이던 정유라 씨가 지난 1일(현지 시각) 저녁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체포된 가운데 8일 오후 보모로 보이는 여성이 아이를 업고 창문 밖을 보고 있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올보르(덴마크)=이철영·배정한 기자] 정유라(21) 씨와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덴마크 북부 올보르에서 체포됐다가 이튿날 풀려난 조력자들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 씨의 은신처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인적을 찾기 힘들다.

8일 오후 2시 30분 정 씨를 덴마크 현지에서 돕는 조력자들이 은신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투명 유리문 뒤로 그들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3일 늦은 밤부터 이날까지 정 씨의 은신처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지켜봤다.

정 씨의 조력자들이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일 오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모습도 정 씨의 은신처 맞은편 이웃 주민이 본 게 전부다. 이후 한국 취재진이 줄기차게 정 씨의 집을 찾았지만, 조력자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집 안팎으로 정적만 흘렀다.

취재진은 집 안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그들은 지켜본 지 6일 만인 이날 오후 집 지붕 보일러 배관으로 연기가 나왔다. 사람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약 30여 분 뒤 정 씨 아이의 보모로 보이는 여성의 모습이 유리문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정 씨의 아이를 업고 있는 모습이었다. 보모는 아이를 안고 한동안 집안을 계속 서성였다. 취재진은 유리문을 통해 보모가 아이를 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유라 씨가 구금된 가운데 조력자들과 함께 은신했던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8일 저녁 창문으로 불빛이 보이고 있다./올보르=배정한 기자
정유라 씨가 구금된 가운데 조력자들과 함께 은신했던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8일 저녁 창문으로 불빛이 보이고 있다./올보르=배정한 기자

덴마크의 겨울은 오후 3시가 넘으면 초저녁에 가까울 정도로 어둠이 깔린다. 그렇게 약 두 시간 동안 집안의 인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약 두 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5시 30분께 집안에 불이 켜졌다. 보모를 보았던 그 유리문으로 집안 불빛이 새 나왔다.

불빛 뒤로 정 씨와 함께 체포됐다 풀려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번갈아가며 움직임을 이어갔다. 그러다 다시 커튼으로 문을 가리며 불빛을 차단했다. 혹시나 외부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드러날 것을 염려한 탓으로 보인다.

이들이 잠시 몸은 숨긴 후 국내 취재진 여러 팀이 은신처를 찾았다. 취재진은 여전히 인기척이 없는 집을 잠시 지켜보다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정 씨의 조력자들이 집안에서 숨죽인 채 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혹시나 취재진에게 모습이 들킬까 싶어서이다.

취재진은 혹시나 이들이 식료품 구매를 위해 인근 마트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후 몇 시간 동안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집안에서는 커튼을 걷었다 치기를 반복했다. 이들이 집안에 약 6일 동안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식료품 등을 살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은신처를 두고 약 1km 사이에는 대형 마트가 총 네 개 가까이 있다. 이 마트 중 라면 등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단 한 곳이다.

정 씨가 키우는 반려견들이 창밖을 보고 있다./올보르=배정한 기자
정 씨가 키우는 반려견들이 창밖을 보고 있다./올보르=배정한 기자

취재진은 지난 3일 한국 제품을 파는 대형 마트 직원으로부터 정 씨 등 일행을 보았다는 말을 확인한 바 있다. 또, 마트 인근 주민도 정 씨와 아이를 보았다고 했다. 이들이 갈 수 있는 마트는 사실상 이곳뿐이다. 만약 이들이 한국 제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올보르 시내로 나가야 한다. 올보르 시내에는 아시아마켓이 단 한 곳뿐이다. 그러나 거리상 이들이 찾을만한 곳은 은신처 인근 마트가 제일 유력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이들은 끝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집 밖으로 더는 불빛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은신처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사는 이들은 정 씨처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처벌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3일 "같이 체포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범죄인 인도청구를 할 수 있는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귀국하지 않으면 범죄인 인도청구를 할 수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 씨의 조력자들은 여전히 올보르에서 정 씨가 언제 국내로 송환될지 모른 채 은밀한 삶은 이어가고 있다. 정 씨가 체포된 가운데 은신처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을 돕는 제3의 인물이 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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