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잠행' 정유라의 독일·덴마크 '은신처' 공통점
입력: 2017.01.08 00:25 / 수정: 2017.11.01 20:19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해외도피 중이던 정유라가 지난 1일 저녁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체포된 가운데 정 씨가 생활했던 주택의 현관문과 창문들이 수건과 블라인드로 철저히 가려져 있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받고 해외도피 중이던 정유라가 지난 1일 저녁 덴마크 올보르 외곽의 한 주택에서 체포된 가운데 정 씨가 생활했던 주택의 현관문과 창문들이 수건과 블라인드로 철저히 가려져 있다.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더팩트 ㅣ 올보르(덴마크)=이철영·배정한 기자] 적막감이 감돈다. 누구도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나타내듯 창문마다 커튼, 그리고 수건을 이용해 이중으로 가렸다. 아무리 내부를 보려 해도 볼 수 없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덴마크 북부 올보르 지역 경찰에 체포된 정유라(21) 씨의 은신처의 현재 모습이다.

정 씨와 함께 체포된 20대 남성 두 명과 60대 보모는 지난 2일 오전 정 씨의 아이와 함께 은신처로 돌아왔다. 이들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날이 마지막이다. 이들은 이후 이중으로 창문을 가렸다. <더팩트> 취재진은 5일 동안 정 씨의 은신처였던 주택을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매일 찾았다.

정 씨가 올보르 시내 인근 구금소에 있는 가운데 조력자와 그의 아들이 있는 주택의 창문이 커튼과 수건으로 가려져 있다.
정 씨가 올보르 시내 인근 구금소에 있는 가운데 조력자와 그의 아들이 있는 주택의 창문이 커튼과 수건으로 가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습을 감추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한국 취재진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취재진은 7일 오전 정 씨의 은신처에서 소리로만 들렸던 강아지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다. 강아지 두 마리는 주택 뒤쪽 블라인드로 얼굴을 보이며 짖었다. 개의 모습은 보였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취재진은 정 씨의 덴마크 은신처와 승마장을 취재하면서 그들 생활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 씨의 덴마크 올보르 은신처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에 있던 주택의 공통점은 '철저한 외부차단'이다. 승마장도 마찬가지다.

정 씨가 키우는 반려견들이 창밖을 보고 있다.
정 씨가 키우는 반려견들이 창밖을 보고 있다.

취재진은 정 씨의 집 구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 지역에 있는 주택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 씨는 '철저한 외부차단'을 주택의 첫 번째 조건으로 한 것 같다. 취재진은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 지역에서 정 씨의 자택을 수일 동안 지켜보며 취재한 바 있다. 당시 주택 창문을 블라인드와 수건 등으로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막았다는 점도 똑같다.

덴마크와 독일 주택은 모두 1층이 반지하라는 점이다. 또, 2층이라 할 수 있는 현관과 외벽에는 큰 창문이 아닌 작은 창문이 있다. 두 지역의 주택 모두 정면에서는 내부를 확인할 수 없다. 두 주택 모두 뒤편으로 큰 창문과 마당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차량 주차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정 씨의 주택에 버려진 쓰레기에는 아이와 반려견 등을 위한 것들이 가득했다.
정 씨의 주택에 버려진 쓰레기에는 아이와 반려견 등을 위한 것들이 가득했다.

두 주택은 또, 골목 바로 옆으로 큰 도로가와 가깝다는 공통점도 있다.

정 씨와 조력자들의 생활 방식도 덴마크와 독일에서 모두같다. 정 씨와 조력자들은 덴마크 주택 이웃들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나라에서 공통점이라면 이웃들이 목격한 것은 정 씨의 아이와 강아지, 고양이를 보았다는 것이다.

정 씨가 두 나라에서 훈련했다는 승마장도 주택과 마찬가지로 '외부인 차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 씨는 덴마크 올보르에서 약 19km 떨어진 보스코 지역에 있는 헬그스트란드 승마장에서 값비싼 명마로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에 있는 정 씨의 주택은 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로 덴마크 올보르에 있는 주택과 매우 흡사하다. /이효균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미텐에 있는 정 씨의 주택은 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로 덴마크 올보르에 있는 주택과 매우 흡사하다. /이효균 기자

지난 5일 취재진과 덴마크 현지인은 정 씨가 훈련했던 헬그스트란드 승마장을 찾은 바 있다. 이 승마장은 덴마크인도 놀랐을 정도로 럭셔리한 곳으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승마장으로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다.

정 씨는 독일에서도 여러 곳의 승마장을 이용했다. 예거호프, 호프구트 승마장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의 승마장 역시 회원제로 외부인의 방문을 철저히 막았다. 취재진이 지난 10월 독일에서 방문했던 두 승마장에서도 관계자들은 '프라이빗'한 곳이라며 정 씨와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말해 줄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정 씨가 훈련했던 덴마크 올보르 보스코 지역에 있는 헬그스트란드 승마장.
정 씨가 훈련했던 덴마크 올보르 보스코 지역에 있는 헬그스트란드 승마장.

정 씨는 아무런 직업이 없다. 그런데도 정 씨는 고가의 말과 주택, 승마장을 다닌 것은 물론 일을 돕는 사람들까지 고용했다. 정 씨가 누린 모든 것들은 최순실 씨와 비덱스포츠 등에서 나온 자금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현재 올보르 지방법원의 결정에 의해 이달 30일까지 구금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 씨는 현재 한국에 자진 귀국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덴마크 현지에서 소송을 이어가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덴마크 검찰은 7일 정 씨의 국내 송환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정 씨가 독일에서 승마 훈련을 했던 프랑크푸르트 북서쪽 호프구트 승마장. /이효균 기자
정 씨가 독일에서 승마 훈련을 했던 프랑크푸르트 북서쪽 호프구트 승마장. /이효균 기자

정 씨는 현재 덴마크 올보르 시내 인근 구금소에 6일째 구금돼 있다. 애초 정 씨는 구금이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정 씨는 구금과 관련해 덴마크 최고법원 이의신청을 포기한 상황이다.

이제 정 씨에게 남은 건 여권 무효화에 따른 강제추방과 국내 송환뿐이다. 정 씨는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장기간 덴마크 구금소에서 버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씨의 생각처럼 장기간 덴마크 현지에 머무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현지 법조인들의 판단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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