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버티는' 정유라, '덴마크法'도 아량 없다
입력: 2017.01.07 00:00 / 수정: 2017.11.01 20:15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정유라의 구금에 관한 심리가 열린 덴마크 올보르 법원.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정유라의 구금에 관한 심리가 열린 덴마크 올보르 법원.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올보르(덴마크)=이철영·배정한 기자]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정유라(21) 씨는 언제쯤 국내로 돌아올 수 있을까.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그의 국내 송환 여부와 시기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인권을 중요시하는 덴마크에서 정 씨가 계속 이의신청을 할 경우 수년간 국내 송환이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씨의 국내 송환 문제를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덴마크의 법체계를 알아야 한다. 현재 국내에 보도되는 내용의 경우 용어 등의 혼란이 있는 부분도 있어 이를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덴마크 북부 올보르 지역에서 체포된 정 씨는 현재 올보르 구금 시설에 있으며 구금과 국내 송환을 피하기 위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한국 특검은 5일 범죄인 인도요구서를 덴마크 법무부에 전달하며 강제 송환에 들어갔다. 송환을 위한 '샅바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정유라의 송환 시기를 알아 보기 위해서는 덴마크 법체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덴마크 법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지방법원, 고등법원, 최고법원 등 총 세 단계를 거치는 체계로 돼 있다. 정 씨의 구금을 결정한 곳은 올보르 지방법원이다. 정 씨는 현재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구금에 관한 이의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덴마크법은 덴마크인과 관련한 사건이 아닌 경우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다.

정유라가 갇혀있는 덴마크 올보르의 구금 시설./올보르=배정한 기자
정유라가 갇혀있는 덴마크 올보르의 구금 시설./올보르=배정한 기자

최근 정 씨는 오는 30일까지 구금 결정을 한 지방법원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이와 관련 덴마크 서부고등법원은 정 씨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덴마크에는 고등법원이 서부와 동부에 두 곳뿐이다. 정 씨의 이의신청을 기각한 서부고등법원은 덴마크 북부 비보로에 있다.

고등법원으로부터 기각당한 정 씨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최고법원에 이의신청하는 것이다. 국내 대법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 씨가 당장 최고법원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 씨가 덴마크 최고법원까지 가기 위해서는 최고법원에서 이의신청을 다루기 위한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덴마크 올보르 국립대학교 법과대학 나스 보 란스테 교수는 5일 <더팩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정 씨가 최고법원에서 구금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항소를 담당하는 기관에 변호인을 통해 공문을 보내야 한다. 덴마크 법 정서상 승인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보르 국립대학교 법학대학 나스 보 란스테 교수가 5일 오전 덴마크 올보르 국립대학교에서 열린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 법과 그 절차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올보르=배정한 기자
올보르 국립대학교 법학대학 나스 보 란스테 교수가 5일 오전 덴마크 올보르 국립대학교에서 열린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덴마크 법과 그 절차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올보르=배정한 기자

그러면서 "하지만 정 씨 사안의 경우는 현재 구금된 상태의 중범죄자다. 또, 한국 송환 문제가 있어 늦어도 5일이면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 최고법원은 정 씨 문제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이르게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씨는 현재 국내 법무부가 덴마크 정부에 공식적으로 범죄인인도요청을 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 씨는 최고법원이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덴마크 정부가 한국 정부의 요청을 승인하며 당장 국내로 송환될 수 있다.

다만, 정 씨가 송환 결정에 불복할 경우 시기가 좀 늦춰질 수 있다. 이 경우 정 씨는 구금 과정과 마찬가지로 지방법원, 고등법원, 최고법원을 다시 거쳐야 한다. 나스 교수는 "정 씨가 덴마크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벌려 하겠지만, 그래 봐야 최장 6개월에 불과하다. 정 씨는 결국, 한국에 송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씨의 국내 송환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덴마크 사법체계가 가지는 명확성이다. 특히 최고법원의 결정은 절대적이라는 것이 나스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덴마크 사법당국은 정 씨 사건과 관련해 일체의 발언을 하지 않는다.

실제 덴마크 사법당국은 5일 오후 정 씨 사건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예정했다가 취소했다. 정 씨 사건과 관련해 국가변호인단 미디어 담당관 시몬 고스비는 전날 <더팩트> 취재진과 통화에서 "5일 코펜하겐에서 정 씨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만약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싶다면 메일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시몬 담당관은 취재진과 통화가 끝난 지 5분 만에 전화를 걸어와 "기자회견은 취소됐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기자회견 취소를 묻자 "정유라와 관련해 새롭게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에 따라 기자회견을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씨와 관련한 것은 새로운 내용이 없는 한 법원, 경찰, 검찰 등 어떤 곳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체포한 덴마크 올보르 경찰서./올보르=배정한 기자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체포한 덴마크 올보르 경찰서./올보르=배정한 기자

덴마크 사법당국의 이런 상황과 관련해 나스 교수는 "정 씨의 구금을 지방법원에서 결정했다. 그리고 이의신청을 했지만, 고등법원에서 기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최고법원의 결정뿐이다. 덴마크는 고등법원이 결정한 사항과 관련해 검찰, 경찰 누구도 말할 수 없다. 절대적이다"라고 했다. 이미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나스 교수는 "과거 인도계 덴마크인이 인도에서 테러공모혐의를 받았다. 그러다 덴마크로 돌아와 인도 정부가 송환 요청을 했다. 하지만 덴마크는 인도의 처벌 수위가 인도주의적 측면을 상당히 훼손할 수 있다고 보고 보내지 않았다"면서 "그 결정을 최고법원이 내렸다. 이 문제로 정부간 긴장관계로까지 확대했지만, 덴마크 정부, 경찰, 검찰 등 누구도 이 결정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이 결정에 관해 누구도 언론 인터뷰 등을 할 수 없다"고 최고법원의 결정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했다.

정 씨는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 여권 무효화, 범죄인인도요청 등의 조치가 취해진 상황이다. 정 씨가 덴마크에서 구금된 상태에서 법적 절차를 이유로 버티려는 의도가 상당하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덴마크 법체계로 볼 때 정 씨의 계획은 수포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정 씨는 하급법원의 결정이 뒤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최고법원 이의신청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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