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가 체포되기 전까지 훈련했던 덴마크 올보르 인근 보스코지역에 있는 초호화 헬그스트란드 승마장. 하얀 눈에 쌓여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 올보르(덴마크)=배정한 기자

[더팩트 | 올보르(덴마크)=이철영·배정한 기자]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그곳은 돈이 있다고 갈 수 있는 승마장이 아니었다. 이런 곳에 한국인 20세 여성이 다녔다는 게 놀랍다."

덴마크의 한 현지인은 정유라(21) 씨가 최근까지 훈련한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 보스코 지역의 한 승마장을 찾은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덴마크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홀대가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20세 한국인 여성은 얼마나 부자이기에 이런 승마장을 이용할 수 있었는지 덴마크 중산층인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딸 정 씨는 지난 1일(현지 시각) 덴마크 경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정 씨의 체포와 함께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그의 말과 승마장에 이목이 쏠렸다. <더팩트> 취재진은 5일 오후 덴마크 북부 올보르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보스코 지역의 헬그스트란드 승마장을 덴마크 현지인과 함께 찾았다. 하얀 눈에 쌓여 그림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은 정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승마 훈련을 했던 곳이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우아한 풍경을 보이는 헬그스트란드 승마장은 아름다운 외양과 달리 정 씨가 체포되며 국내 언론의 잇따른 방문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았다. 특히 한국 언론에 대해서는 상당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팩트> 취재진은 20대 덴마크 남성 미켈을 통해 헬스트란 승마장 내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미켈은 헬그스트란드 승마장으로 들어가는 한 차량과 함께 내부로 향했다. 취재진은 미켈이 승마장 내부를 확인하고 정 씨의 말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 긴장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미켈은 승마장에 들어간 지 채 5분 만에 차량을 돌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유라 씨가 최근까지 승마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 보스코 지역에 있는 헬그스트란드 승마장. 정 씨는 '땡전 한 푼 없다"는 말과 달리 초화화 승마장에서 훈련을 했다./올보르=배정한 기자

<더팩트> 취재진을 만난 미켈은 기분이 몹시 나쁘다고 했다. 미켈은 "같은 덴마크 사람에게 이런 응대를 받았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다"라며 "내가 들어가자 한 직원이 급하게 뛰어나왔다. 그는 '회원만 들어와야 하는데 왜 들어왔어'라며 화를 냈다. 회원이 아니면 들어올 수 없는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 직원은 내게 누구냐고 물어, 말을 좋아하고 여기에 좋은 말들이 있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무슨 말을 말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어떤 말인지는 모르고 스페인산이고 대회에서 우승한 말이라고 들었다고 하자 화를 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미켈은 그 직원이 화내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렇게 무례한 덴마크인은 보지 못했다고까지 했다. 그는 "직원은 내게 '지금 이 상황이 진짜 이상하다. 너 나가, 나가, 나가. 몰래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다. 예약하지 않았으면 몰래 들어올 수 없다. 사적인 곳이다.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덴마크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직원은 어떤 질문도 들으려하지 않았다. 화만 내며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했다.

정유라는 독일과 덴마크를 오가며 특별한 승마 해외전지훈련을 해왔다. 사진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출전 장면./중부일보 제공

또한, 미켈은 승마장에서 본 사람들의 옷차림 등에서 이곳이 얼마나 럭셔리한 곳인지를 알았다고 했다. 그는 덴마크 중산층이면서 덴마크에 성(城)을 보유한 대부(代父)까지 있지만, 승마장 내부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초라해질 정도였다고 한다.

미켈은 "승마장에서 본 사람들이 입은 옷을 보았다. 엄청 비싼 옷이었다. 옷차림만으로 이곳이 얼마나 럭셔리한 곳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면서 "그들의 머리나 화장한 모습은 미장원 등에서 방금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오면 안 되는 곳에 왔다는 생각에 정말 자존심이 상했다. 이 승마장은 엄청나게 돈이 많은 사람의 프라이빗한 클럽"이라고 강조했다.

이 승마장은 삼성의 지원을 받아 정 씨가 10억 원대의 그랑프리 우승마 비타나 V를 산 곳이다. 최 씨 모녀의 덴마크 은신처를 제공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비밀리에 거액이 오가는 말 거래의 특성을 이용해 거액 세탁의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비덱스포츠의 대표인 캄플라데 코치가 비타나 V등 최 씨 모녀의 말 거래를 위해 수시로 이 곳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는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후 국내 취재진들에게 "돈이 없어 덴마크 국선변호인을 쓰고 있다"고 태연하게 말했으나 이는 금방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 변호인은 국선 변호인이 아니라 덴마크 유력 로펌의 에이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의 체류 역시 일반인은 생각하지 못할 승마장을 이용하며 럭셔리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체포 소식이 실린 덴마크 중앙일간지.

덴마크 현지인도 놀란 이 승마장은 최근까지 정 씨가 마장마술을 훈련한 곳이다. 덴마크 경찰에 체포돼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심리를 받던 정 씨는 한국 언론인들에게 "돈도 땡전 한 푼 없다"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이 확인한 정 씨가 다닌 승마장은 누구나 다닐 수 없는 최고급 승마장이다.

"땡전 한 푼 없다"던 정 씨는 어디서 돈을 구해 최고급 승마장에서 훈련했는지가 의문이다. 현재 특검은 정 씨의 승마 훈련을 삼성이 도와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최 씨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왔고, 그 대가로 정 씨에게 말을 구매해주고 훈련비용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언급도 정 씨가 삼성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은 이유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 씨가 소유한 고가의 말이 헬그스트란드 승마장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덴마크 중앙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여성(정 씨)은 마장마술 종목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순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여성의 전용 말은 여성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보스코 지역의 승마장에 보관되어 있다'고 했다.

정유라가 19개월 된 아이, 조력사들과 체포되기 전까지 생활했던 덴마크 올보르의 한 주택./올보르=배정한 기자

한편 정 씨는 지난 1일 덴마크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정 씨를 기억하는 이웃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 또, 정 씨가 승마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아무런 직업도 없는 20대 여성이 보모와 일을 도와주는 남성 두 명을 고용한 것은 일반 덴마크인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분명해 보였다.

정 씨의 한 이웃은 "그 사람이 이곳에 온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하지만 그 여성은 물론,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은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면서 "언젠가 한번은 그 집의 남성이 급히 뛰어 나왔다. 키우는 강아지가 집 밖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항상 늦은 저녁에 움직였다"고 했다.

취재진이 '한국인 여성이 승마한다는 사실을 알았냐'고 묻자 이 남성은 "몰랐다"며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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