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년 첫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논란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국민을 위로하기는커녕 신년 벽두부터 국민과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라고 비난했다. /더팩트DB |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년 첫날 3자 뇌물죄와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을 전면 부인하고 논란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후안무치' '국민과의 전쟁'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뜨거운 정쟁을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 기자단과 상춘재에서 간담회를 하고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의결과 대리 처방,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하거나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특검이 수사에 집중하고 있는 제3자 뇌물죄와 관련해서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박 대통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둘러싼 제3자 뇌물죄 의혹에 대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 누구를 봐 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특검은 삼성이 최순실 씨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국민연금의 합병 지원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최 씨 측에 각종 금전적 지원을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최 씨의 딸 지원도 이런 과정에 관한 대가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 7시간을 둘러싼 의혹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에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에 박 대통령은 "전혀 아니다. 어떻게 가능한가.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 방문과 관련 "머리 좀 만져주기 위해서 (미용사가) 오고 목에 필요한 약이 들고 오고, 그거 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더팩트DB |
이어 "밀회를 했다, 굿을 했다, 그래서 너무너무 어이가 없었다.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말도 못했다. 법원에서 판결할 때 소위 7시간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판결 났다. 한번 얘기가 나오면 사실 아닌 게 더 힘을 갖고, '그게 아니다'하는 얘기는 그냥 귓등으로 돼버리고 마는 상황"이라고 억울해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그날 나는 정상적으로 이 사건이 터졌다는 것을 보고받으면서 계속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날 마침 일정이 없어서 업무공간이 관저였다. 대통령 입장에서 지시하고 보고받으면서 하루 종일 보냈다. 대통령으로서는 제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고 당시 중대본 방문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중대본에 빨리 가서 현장을 어떻게 했는지 가려고 하니까 경호실에서는 어디 제가 간다 하면 적어도 경호하는 데 필수 시간이 필요하다 해서 제가 맘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미용사의 출입과 관련해 "머리 좀 만져주기 위해서 (미용사가) 오고 목에 필요한 약이 들고 오고, 그거 외엔 아무것도 없다"고 문제 될 일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했으며, '대리처방' '비선 진료' 등에 관해서도 "누구나 사적 영역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거나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사생활로 규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발끈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개혁보수신당도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탄핵으로 직무정지 중인 대통령이 기자들을 만나 신년인사회를 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탄핵으로 인한 직무정지가 무슨 뜻인지 모르거나, 탄핵한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으로서 기자들을 만난 것인지, 피의자로서 만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국민과 국회의 탄핵을 받고도 여전히 대통령 행세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는 뜻)라는 말을 들려드리겠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기동민 원내대변인도 "궤변과 후안무치로 일관한 기자단 신년인사회였다"며 "국민을 위로하기는커녕 신년 벽두부터 국민과 전쟁이라도 하자는 건가"라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새롬 기자 |
국민의당 역시 박 대통령의 해명에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연호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해명과 관련 "무한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하는 건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304명의 생명이 차가운 물 속에서 죽어가는 동안 대통령은 머리 손질에 시간을 허비했다는 증언이 나왔지 않느냐. 대통령의 막말은 또 다른 비수처럼 느껴진다. 국민 뜻을 거스르지 말고 역사에 맞서지 말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대통령의 자질은 물론 공사(公私) 구분도, 국정운영의 기본도 없는 범부(보통 사람)보다 못한 초라한 인간의 모습을 봤다"며 "이번 신년인사회는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부인하려는 피의자 대통령의 비겁한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개혁보수신당 장제원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태도에 "상처 난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제발 자중자애하라"면서 "전혀 잘못한 게 없다는 항변을 들으니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이 새해 첫날 관저 칩거를 끝내고 기자들을 상대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을 두고 정가에서는 특검과 헌법재판소 심판을 앞두고 방어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국민적 비난과 증언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자신의 변호에 나선 모습에 야권은 헌재의 탄핵 심판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특검은 박 대통령의 직접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년 시작과 함께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여야 정치권의 뜨거운 정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