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곤의 세상토크] 리멤버 2016...'기억해야 할 그들'
입력: 2016.12.30 06:40 / 수정: 2016.12.30 10:16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탄핵 촉구 9차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탄핵 촉구 '9차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이덕인 기자

[더팩트ㅣ명재곤 기자] 병신년 세밑 지인들과 모임에서 올해 좋은 기억은 무엇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기쁘고 좋은 시간을 음미하는 게 '순실증'을 털어버리는 데에 나을 것 같아서 입니다. 허탈·무기력·분노·참담함 등을 애써 잊고 싶은 마음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심경이 마음 한 편에 은연중 있어서 그랬나 봅니다.

필자는 지난 8월 세상에 나온 조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여동생이 예쁜 새 생명을 순산했을 때, 조카를 100일이 지날 쯤 처음 안아봤을 때 특히 뭉클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후배는 고향에서 올린 결혼식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낫고 멋지다며 반려자를 '엄지 척'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40대 초반의 한 친구는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가 자기 부서에 배치됐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탄생과 출발, 만남 등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이 '우리'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올 한해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요. 아니,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까요.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의 자료가 흥미롭습니다. 올 1월1일부터 12월13일까지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에 올라온 33억4732만 여개 글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 '박근혜' 등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한 단어가 1562만4663회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하네요.

'최순실' '국정농단' '비선실세'등 최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단어가 843만1203회로 그 뒤를 따랐습니다. 박 대통령 연관어로는 '탄핵' '세월호' '퇴진' '하야' '촛불'등이 61만~87만여 번 꼬리가 달렸습니다. 감정 연관어로는 '분노' '분노하다' '잘못하다' '미치다' '망하다'등이 두드러졌네요. '세월호'언급은 총 682만1990회로 박 대통령과 최 씨에 이어 세 번째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습니다.

글쓴이 성향은 둘째 치고 누리꾼들 여론이 대체로 어느 이슈에서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전파됐는지, 왜 그랬는지 우리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 대통령 탄핵안 국회 의결이후 헌법재판소, 특별검사팀이 게이트의 진상규명과 헌정질서 바로세우기 차원의 절차적 심리와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촛불민심은 여전히 조기탄핵을 외치고 있다./더팩트DB
'박근혜·최순실게이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 대통령 탄핵안 국회 의결이후 헌법재판소, 특별검사팀이 게이트의 진상규명과 헌정질서 바로세우기 차원의 절차적 심리와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촛불민심'은 여전히 조기탄핵을 외치고 있다./더팩트DB

한 해를 마감하면서 개인적으로 사회적 현상 무엇에 시선을 더 두었는지 되돌아봤습니다. 올해 '세상토크'코너를 통해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당연히 '박·최 게이트’관련 글들이 많았습니다. '최순실 일당, 왜 반기문 총장을 거론하나' '국조특위 우병우와 22일 끝장을 봐야한다' '박근혜 버티기, 탄핵이후에도 계속될까' '대선시간표 작성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등 지난 두 달여간 10여 차례 모든 글감은 '최 씨와 그 패거리'에서 나왔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 한진해운 파산, 김영란법, 전기료 누진제, 옥시불매운동, 구의역 사고, 청년실업, 4·13총선, 롯데 왕자의 난 등 그때그때 마다의 주제도 유의미했지만 ‘광장 촛불’이 모든 걸 뒤덮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애면글면 기억과 기록을 지우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른다' '하지 않았다' '내 책임이 아니다' '내가 왜 구치소에 있어야 하느냐'며 '박·최 게이트'와 무관함을 강변하는 패거리들이 그들입니다.

단적으로 박 대통령이 시녀로 알았다는 민간인 최 씨가 문화 외교 국방 등 국정 전반에서 대통령 '윗전'같은 사설권력을 휘두른 혐의로 대한민국이 휘청거리고 있는데 비서실장 민정수석등 청와대 전 실세들은 최 씨를 전혀 모른다고 하니 소가 웃을 뿐입니다. 영혼없는 공무원·교수, 정경유착 재벌, 크고 작은 농단세력 '법꾸라지'들도 그렀습니다.

기억력이 좋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를 때 '닭대가리'라는 용어를 씁니다.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치킨헤드족(族)'입니다. 지난 4년 박근혜 정권이 품은 치킨 헤드족들이 탄핵정국에서, 국회 청문회에서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치킨헤드족도 기억의 대상입니다.

시간이 흘러가도 잊지마 잊지마/ 눈물에 젖은 꽃잎 우리의 봄/ 반성없는 그들 미안함은 우리의 몫/ 그 날 이후 코앞까지 드리운 / 시작만 있지 끝이 안 보이는 그리움. <옐로 오션(Yellow Ocean),가사中>

기억은 탄생이고 출발이고 만남입니다. 그리고 '기억(Remember)'은 새해 정유년 2017년을 열고 관통하는 열쇳말입니다.

sunmoon4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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