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를 선정했다. 박근혜 정부는 4년 동안 세월호 참사, 메르스, 역사교과서 국정화, 최순실 국정농단 등 민심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팩트DB |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올해도 이제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다. 2016년을 돌아보면 국민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고, 마지막 날도 차가운 거리에서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군주민수는 중국 고전 '순자'에 나오는 성어로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현실에 있는 지금 대한민국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은 배를 뜨게 하지만, 성난 물은 배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4년 전 국민이 박근혜호를 물에 띄웠다면 이제 이 배를 가라앉히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선정된 사자성어는 단 한 번도 긍정적이었던 적이 없다. 언제는 시대를 역행하거나 국민과 싸우는 정부였으며 종국엔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만 돌아왔다.
교수신문은 지난 201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선정했다. 박근혜 정부 1년 차였지만, 잘못된 길을 고집하거나 시대착오적인 나쁜 일을 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 문건이 2014년 11월 정국을 강타했지만, 박 대통령은 '지라시'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2년 후 정 씨의 전 부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비선 실세의 실체가 드러났다. /더팩트DB |
당시 '도행역시'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 후 국민의 기대와 달리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정책과 인사가 고집되는 것을 염려하고 경계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희망의 2014년을 맞았지만,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를 꼽았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인 지록위마는 남을 속이려고 옳고 그름을 바꾸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정치적으로는 윗사람을 농락해 자신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4년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으며 또, 정윤회 문건이 터졌던 해로 비선 문제가 박근혜 정부 전면에 등장했던 한 해다. 하지만 당시 이 문제는 '지라시' 정도로 취급됐고, 2년이 지난 지금 '최순실'이라는 국정농단을 마주하게 했다.
당시 '지록위마'를 꼽은 곽복선 경성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 양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구사회 선문대 국어국문과 교수도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조사 중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특검, 검찰 등은 2014년 정윤회 문건만 제대로 수사했어도 최순실 국정농단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때 그랬다면 현실이 달라졌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도 모자라 각공 이권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구속기소 됐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사건 첫 재판장에 들어선 최 씨. /임세준 기자 |
2015년 교수신문은 역시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으며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혼용무도는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에 의해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뜻이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줬다"면서 "중반에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 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 낭비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에 의해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혼용무도 역시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한 최 씨의 국정농단을 예측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 새누리당 탈당파(왼쪽부터 시계방향)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정권 재창출, 정권탈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팩트DB |
올해의 사자성어 '군주민수'를 추천한 육영수 중앙대 교수는 "분노한 국민이 박근혜 선장이 지휘하는 배를 흔들고 침몰시키려 한다"며 "박근혜 정권의 행로와 결말은 유신정권의 역사적 성격과 한계를 계승하려는 욕심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 박 대통령에게 애민군주(愛民君主)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지 오래다. 거리에 국민은 '이게 나라냐' '아무것도 하지 마라'라고 외치고 있다. 어떤 권력도 민심이 돌아서면 성공하지 못한다. 박근혜 정부는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다. 그 결과가 바로 박 대통령의 탄핵이다.
사람들은 새해가 다가오면 늘 새 희망을 소망한다. 국민은 새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소망하고 있다. 2017년 우리는 큰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갈지 아니면 이 격랑을 빠져나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정권 재창출'이든 '정권탈환'이든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이합집산이 아닌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의 실책을 교훈으로 삼아 새로운 한국을 만들 수 있는 반면교사의 자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