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증인' 우병우·김기춘, '말'은 닮고 '태도'는 달라
입력: 2016.12.23 05:00 / 수정: 2016.12.23 05:00
김기춘(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각각 7일,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했다./사진공동취재단
김기춘(왼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각각 7일,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했다./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22일 진행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를 본 국민은 매우 답답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나라가 매우 혼란스러운 지경에 이르러 '국정농단 사태'의 감춰진 사실들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어,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국민의 바람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국정농단 사태의 실타래를 풀어줄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에 무더기로 불출석한 점도 있지만, 그나마 출석한 이들이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탄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은 청문회에서 공통으로 "모릅니다" "아닙니다"라는 말을 숱하게 내뱉었습니다. 마치 판박이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입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제5차 청문회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증인으로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입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우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를 수사한 광주지검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것과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압수수색에 영향을 끼쳤다는 등의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또 우 전 수석은 "10월 17일 최순실 사건 대응 문서를 민정수석실에서 만들었다고 의혹이 있는데, 대통령이 지시한 것인가"라고 이혜훈 새누리당 의원이 묻자 "해당 문건은 만든 적이 없다. 민정수석실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실장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지난 7일 열린 2차 청문회 때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최 씨와 관계 등과 관련해 "모르는 일"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머리를 손질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 "제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했고, 대통령의 의료 진료 의혹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저에서 일어난 일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 전 수석은 시종일관 당당한 자세를 유지한 반면 김 전 실장은 낮은 자세를 보인 것입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우 전 수석은 의원들의 질문에 대부분 '단답형'으로 답변하면서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이제는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살기 어린 눈초리로 노려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마냥 무표정으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이 다그쳤을 때,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 전 수석은 거짓말을 하면 눈을 3번 넘게 깜빡거린다"고 말했을 때는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김 전 실장의 태도는 연륜이 묻어났습니다. 김 전 실장은 의원들의 집요한 추궁에도 "모른다"는 자세를 유지했을 뿐 일부 의원들의 거친 반박에는 몸을 극도로 낮췄습니다. 한 의원이 "죽어서 천당에 못 갈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을 때도 전혀 동요하지 않은 그였습니다.

앵무새식 답변을 보고 있노라면 분통이 터질 것 같다는 반응이 쏟아집니다. "청문회 말고 거짓말 대회로 이름을 바꿔라" "시간만 허비한다"고. 사실상 마무리에 접어든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증거로서 증인의 폐부를 찌르지 못한 국조특위 위원들의 무딘 칼날도 아쉬웠지만, 증인으로서의 양심고백이 더없이 아쉽습니다. 박 대통령의 '그림자' 김 전 실장과 사정을 담당했던 우 전 수석의 태도가 손가락질받는 이유일 겁니다.

우 전 수석은 김 전 실장을 "존경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훌륭하고 본받고 싶다는 의미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요?

yaho1017@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