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해준 사람 없는 '미용시술·입학특혜' 미스터리(?)
입력: 2016.12.18 05:00 / 수정: 2016.12.18 20:51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 누군가 주사를 놓았다. 그런데 주사를 놓은 사람이 없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입학 특혜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특혜를 준 사람이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박 대통령의 사진을 보는 김영재 원장. /배정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 누군가 주사를 놓았다. 그런데 주사를 놓은 사람이 없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입학 특혜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특혜를 준 사람이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박 대통령의 사진을 보는 김영재 원장. /배정한 기자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에 누군가 주사를 놓았다. 그런데 주사를 놓은 사람이 없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자대학교 입학 특혜도 사실로 드러났다. 그런데 특혜를 준 사람이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얼굴 시술을 받았다는 것이 수많은 사진에서 드러났다. 사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이다. 또, 정 씨가 입학과 학사 관리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것도 이미 사실로 드러났다. 교육부의 감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처럼 청문회장에서 박 대통령이나 정 씨의 의혹을 둘러싼 공방에서 증거를 제시해도 관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닙니다"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라는 일관된 답변을 내놓아 보는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과 국민은 '미스터리'로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증인들이 부인을 계속하면서 "박 대통령이 시술을 받았는데 주사를 놓은 사람은 없다?" "정 씨가 입학 특혜를 받았는데 특혜를 준 사람은 없다?" 등의 반응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 14일 제3차 청문회에 출석한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의 자리에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필러 수술 의혹을 제기한 자료. /배정한 기자
사진은 지난 14일 제3차 청문회'에 출석한 김영재 김영재의원 원장의 자리에 세월호 당일 대통령의 필러 수술 의혹을 제기한 자료. /배정한 기자

◆ 朴 대통령, 미용시술 유령이 했나?

국조특위는 지난 14일 박 대통령 전 주치의부터 자문의, 비선진료 의료진, 청와대 전 간호장교 등을 증인으로 불러 미용시술 등 의료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특조위원들은 하나같이 박 대통령의 사진을 꺼내 들고 입가 주위의 멍과 주사 자국 등을 보이며 필러, 리프팅 등의 미용시술 의혹을 따졌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3차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의 지난 2014년 1월 6일 신년기자회견 사진을 제시하며 필러 시술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에는 박 대통령의 얼굴에 피멍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김 의원은 "사진을 보면 여섯 군데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하다. 그해 5월 13일 세월호 유가족 면담을 앞두고 찍은 사진을 보면 대통령 얼굴에 피멍 자국이 선명하다"며 박 대통령의 비선 진료를 한 김영재 원장에게 시술 여부를 물었다.

사진을 본 김 원장은 처음에는 "이것은 필러(시술의 흔적) 같다. 피멍은 혈관을 터뜨려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가 이후 "시술을 하면 주름살이 없어져야 하는데 선명히 있는 것으로 봐선 시술한 것 같진 않다"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도 박 대통령의 다른 사진을 보여주며 미용시술 의혹을 제기했고, 다른 위원들도 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러나 김영재 원장은 물론 대통령 전 주치의, 자문의, 간호장교 등 누구도 박 대통령에게 주사를 놓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박 대통령 주치의조차도 대통령이 무슨 시술을 받았는지 전혀 알지 못하자 특조위원들을 모두 "대통령 주치의도 모르고 어떻게 아무도 모르냐"며 청와대의 의료시스템의 허술함과 대통령 신체에 관한 일급비밀의 무방비에 개탄했다.

박 대통령의 시술을 놓고 증인으로 참석한 의료인 모두 '하지 않았다'고 되풀이하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맞은 사람은 있는데, 놓은 사람이 없다. 도저히 성립이 안 된다"며 실소했다.

15일 4차 청문회에서도 전날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을 놓고 벌였던 위원들과 증인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이 드러났지만, 증인으로 참석한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왼쪽),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오른쪽 아래),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새롬 기자
15일 4차 청문회에서도 전날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을 놓고 벌였던 위원들과 증인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이 드러났지만, 증인으로 참석한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왼쪽),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오른쪽 아래),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새롬 기자

◆이대 3인, 교육부 감사까지 부정하며 정유라 특혜 '모르쇠'

15일 4차 청문회에서도 전날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을 놓고 벌였던 위원들과 증인들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이 드러났지만, 증인으로 참석한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체육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정 씨의 특혜와 관련해 최 전 총장, 김 전 학장, 남궁 처장 등에게 입학·학사관리 특혜 문제를 추궁했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도의적인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조직적으로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남궁 전 처장도 특혜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최 전 총장이 정 씨를 뽑으라고 한 게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 씨의 지원 사실을 김 전 학장에게 들었다. 그 뒤에 인터넷을 검색해 정윤회 씨의 딸 이름이 정유연(유라)이란 것을 확인했다"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특히 남궁 전 처장과 김 전 학장은 서로 엇갈린 진술을 해 '거짓말 논란'을 일으켰다. 남궁 전 처장은 "김 전 학장이 2014년 9월 입학원서접수 직후 승마특기생 정 씨에 대해 얘기했다"고 했지만, 김 전 학장은 "학장은 입학지시를 할 수 있는 처지에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김 전 학장은 다만 "2014년 9월 23일 대학원생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가 남궁 전 처장에게 '왜 (정유라) 기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말한 적은 있다"고 말하자, 남궁 전 처장은 "보직 처장이 된 지 얼마 안 됐는데 당시 잘 모르는 분(김 전 학장)이 갑자기 승마 얘기를 꺼내는 게 의아했다"고 반박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4차 청문회에서 정유라가 독일 현지에서 삼성이 사 준 것으로 알려진 30억 원짜리 말을 타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새롬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4차 청문회에서 정유라가 독일 현지에서 삼성이 사 준 것으로 알려진 30억 원짜리 말을 타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새롬 기자

이처럼 이화여대 증인들이 모두 교육부의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진술을 이어가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대 감사를 진행한 교육부 감사관 등이 이화여대 증인들의 위증이 심각하다며 청문회에 출석하겠다고 한다. 위원장에게 교육부 직원들의 참고인 참석을 요청한다"고 의사진행 발언을 했고, 김성태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청현 감사관은 "(이대 조사과정에서) 정유라 입학에 학교 측의 압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른 교수들과 학생 등의 조사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감사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학장이 정 씨의 입학과 관련해 지시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교육부까지 나서 정 씨의 이대 입학에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사실을 제시했지만, 최 전 총장 등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이런 모습에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총장과 입학처장의 변명을 들으면 치사하고 치졸하다"며 "이대를 떠나라"고 요구했지만, 최 전 총장은 "저는 지금까지 이화가 제 모든 것"이라며 사퇴를 거부했다.

과연 박 대통령의 미용시술은 누가 했으며, 정 씨의 입학과 학사 관리 특혜를 지시한 사람은 누구일까. 진실이 드러났지만,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는 이상한 증인들. 과연 특검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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