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현상수배' 우병우 잠적, 잡범도 안 한다
입력: 2016.12.13 05:00 / 수정: 2016.12.13 16:57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종적을 감췄다. 현재 우 전 수석은 온라인을 통해 1100만 원의 현상금이 걸린 조롱거리가 됐다. 사진은 지난달 6일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과 처가 땅의 넥슨 거래 관련 의혹 등의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한 우 전 수석. /이효균 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종적을 감췄다. 현재 우 전 수석은 온라인을 통해 1100만 원의 현상금이 걸린 조롱거리가 됐다. 사진은 지난달 6일 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과 처가 땅의 넥슨 거래 관련 의혹 등의 조사를 위해 검찰에 출석한 우 전 수석. /이효균 기자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어린 시절 숨바꼭질을 할 때 술래가 부르던 노래다. 그런데 요즘 한 사람이 '꼭꼭 숨었다. 찾을 테면 찾아봐라'라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종적을 감춰버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그 주인공이다. 심지어 1100만 원이라는 현상금까지 걸렸다. 웃지 못할 촌극이다.

우 전 수석은 서울대 법대 시절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른바 '소년급제' 출신이다. 검찰에서도 승승장구했고,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라 사정 당국을 총지휘하는 정점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는 날아가는 새로 떨어뜨릴 정도의 위세를 과시한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늘 그를 감쌌다. 처가의 부동산 매각이나 '코너링이 좋았다'는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에도 박 대통령은 우 전 수석의 처지에서 생각했다.

이후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로 지난 10월 30일 자리에서 내려왔고, 지난달 6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 출석 당시에도 우 전 수석은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 꼿꼿한 자세와 국민에 사과하지 않은 채 고압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또, '조선일보'가 우 전 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는 모습을 보도해 '황제 소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언제나 당당했던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와의 여러 연관성이 불거지자 돌연 잠적해 버렸다. 그렇게 당당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젠 국민의 추적을 받으며 비난의 중심에 선 것이다.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동행명령장이 집행하기 위해 나선 국회 경위가 강남구의 한 주택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오고 있다. /남용희 인턴기자
지난 7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동행명령장이 집행하기 위해 나선 국회 경위가 강남구의 한 주택을 찾았다가 빈손으로 돌아오고 있다. /남용희 인턴기자

무엇이 두려워서 모습을 감추었을까. 현재 최 씨와 우 전 수석의 관계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보다는 의혹이 대부분이다.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을 두고 장모 김장자 씨와 최 씨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의혹이다. 이런 보은을 입은 우 전 수석이 정윤회 문건 논란 당시 최 씨의 비위 사실을 알면서도 무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압수수색에서 우 전 수석의 이런 정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직무유기로 볼 만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이 직무유기를 했다면 법에 따라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애초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우 전 수석은 법조인으로 누구보다 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국회 특별조사위원회가 증인출석요구를 보냈지만, 주민등록상 주거지에 살고 있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출석 의무가 없다는 것도 우 전 수석은 누구보다 잘 안다.

보다 못한 국회 국조특위는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한 우 전 수석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우 전 수석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니 우 전 수석이 국민을 상대로 숨바꼭질이라는 오만방자한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이 종적을 감추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현상수배 포스터와 함께 소재를 찾기 위한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우 전 수석이 종적을 감추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현상수배 포스터와 함께 소재를 찾기 위한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우 전 수석이 종적을 감추자 김성태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100만 원,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은 각각 500만 원씩 자신의 SNS에 현상금을 내걸었다. 그리고 누리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우 전 수석에게 걸린 현상금만 1100만 원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상금이 내걸리지 누리꾼들도 나섰다. 우 전 수석의 자동차 번호를 알아내 위치 추적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제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 전 수석 현상수배에는 특이점이 있다. 포상금을 노린 제보가 아니라, '최순실 부역자'에 관한 처벌이라는 국민적 분노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좁다면 좁고 넓다면 넓은 대한민국이다. 우 전 수석이 법을 알고 검찰로 활동했을 당시의 경력을 총동원해 잠적하는 뛰어난 실력을 보일지라도 결국엔 국민 앞에 설 수밖에 없다. 우 전 수석은 나라의 녹을 먹은 사람이다. 특검이 부르면 결국,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엘리트 코스만 걸어온 우 전 수석이다. 어찌 잡범들이나 하는 치졸한 수법으로 모습을 감추려 할까. 우 전 수석이 걸어온 길을 볼 때 지금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검찰 출석 당시 언론 앞에서 그렇게 당당했던 우병우는 어디로 가고, 도망자 우병우만 남은 현실이 스스로 부끄럽지도 않나.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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