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최순실 '모르쇠' 들통…고영태 "최순실, 권력서열 1위" 동의 (종합)
입력: 2016.12.08 00:57 / 수정: 2016.12.08 07:16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공동취재단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최순실'을 모른다고 일관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설실장이 7일 "이름을 못 들었다고 말할 순 없다"고 끝내 시인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방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과 관련한 질문에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여러 증거가 나오자 결국, 말을 바꿨다.

김 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대통령의 머리 손질 의혹 등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외부인인 박 대통령의 미용사를 언급하면서 "대통령 비서실 표준분류 계약서를 입수했는데, 임명자가 김 전 실장이다. 그런데도 모르느냐"고 되묻자, 김 전 실장은 "전혀 모른다. 알면서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90분 동안 머리를 손질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대통령 관저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생활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밝혔다. 미용사의 청와대 출입시간에 대해서도 자신은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실장은 여러 의원으로부터 "최순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고 일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2006년 독일 방문 때 김 전 실장이 동행했는데, 그때 정윤회-최순실 당시 부부가 같이 갔다"고 지적하자 "본 적도 없고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실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순실을 모른다는 제 주장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어떻게 모르냐고 해서 제가 답답하다"며 "제가 안다면 통화라도 하고 통신이라도 있지 않겠느냐. 그런 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 하고 있다./국회=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출석 하고 있다./국회=사진공동취재단

특조위원들은 이런 김 전 실장의 불성실한 태도에 난감해하거나 허탈한 듯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김 전 실장을 질타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인도 모른다고 할 사람"이라며 "왕실장이라는 별명 대신 오리발실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겠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이날 늦은 오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정윤회 문건 보고서'에 정윤회의 처로 기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7년 한나라당 후보검증 영상을 제시하자 김 전 실장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며 최 씨의 이름을 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최 씨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이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세월호 인양, 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이라고 기록된 데 대해 부인하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김 전 실장은 죽어서 천당에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의 '모르쇠' 전략을 두고 검찰과 특검 수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를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이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김 전 실장이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오전 불출석했던 최 씨의 조카 장시회 씨가 출석해 이목을 끌었다. 장 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엔 대부분 부인하면서도 신상과 괸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답했다.

장 씨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이었던 2005년 5월 최순득 씨의 집에 머물렀다는 질문에 "모른다"고 했다. 또, 어머니 최순득 씨가 박 대통령에게 김치를 담가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치장사를 한 적은 없다"고 이상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본인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망치고 있는걸 모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장 씨는 또, 항간에 알려진 개명과 관련해 "몸이 좋지 않아서"라며 '그래서 몸은 나아졌느냐'는 물음에 "몸은 나아지지 않았고 연예인을 따라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최 씨 측근 고영태 씨는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고, 김종 전 차관을 수행비서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고 씨는 "최 씨는 비타민 주사를 자주 맞았고, 공황장애는 없다" "최 씨는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 "통일 될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고 씨는 최 씨가 박 대통령보다 권력서열이 높다는 세간의 시각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국조특위는 이들을 포함해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최순실 조카 장시호, 최순실 언니 최순득,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이 가운데 장시호 씨만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동행명령장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들은 오는 19일 최 씨와 우 전 수석 등 불출석 증인을 불러 5차 청문회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그간 불출석했던 증인 전원에 대해 재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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