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국민의 정치 관심, 이젠 또 불편하다니요?
입력: 2016.12.06 05:00 / 수정: 2016.12.06 05:00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은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 휴대전화로 탄핵과 관련한 메시지를 수십통씩 보내며 민의를 나타내고 있다. /배정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국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은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 휴대전화로 탄핵과 관련한 메시지를 수십통씩 보내며 민의를 나타내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너무 관심이 없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는데 그렇지 못하다." "정치는 국민의 삶과 매우 밀접하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삶이 바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정치인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층과 국민을 향해 제발 정치에 관심 좀 가져달라고 했다. 정치를 바꿀 수 있는 것도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정치인들의 열망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최근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정치 관심이 높다. 그런데 이제는 또 정치인들이 불만을 드러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과정 때문이다.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공범이라는 사실이 검찰 조사로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국민은 매주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고, 그 수는 매주 경신되고 있다. 국민은 광장에서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치고 있지만, 대통령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박 대통령은 촛불집회로 드러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국회가 정하면 물러나겠다며, 즉각 퇴진을 사실상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놓고 "사실상 하야"라며 탄핵을 멈추자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은 새누리당의 이런 태도 변화에 또다시 분노했다. 인터넷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전화번호가 공개됐다.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약 230만 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을 들었다. 사진은 지난 3일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당시. /이효균 기자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약 230만 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을 들었다. 사진은 지난 3일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당시. /이효균 기자

국민은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 문자 폭탄을 보냈다. 또, 지난 1일 탄핵안 발의를 반대한 국민의당 의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청탁이나 부탁의 메시지가 아닌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일부 의원들은 쏟아지는 메시지에 휴대전화 착신을 정지하기도 했고, 전화번호를 바꾸기도 했다.

그렇게 국민의 정치 관심을 요청하더니 정작 국민의 목소리가 쏟아지자 이젠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꼴이다.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정치가 바뀌고 나라가 바뀌고 국민의 삶이 바뀐다는 말을 언제 했냐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국민은 이미 광장에서 박 대통령을 탄핵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의 심판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전국 23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정치권에 요구한 것은 분명하다. 국회는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처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는 당리당략에 따라 탄핵을 놓고 고심하는 모양새다.

국민의 명령이 분명함에도 여당인 새누리당은 여전히 좌고우면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 국가다. 국회라는 대의기관을 통해 행정부를 감시하고 보다 나은 국가를 만들 것을 국민은 투표라는 주권 행사를 통해 국회의원들에게 위임했다. 누군가 한 사람의 거취를 위해 고민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할 뜻을 밝힌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당시. / 배정한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할 뜻을 밝힌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당시. / 배정한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이 직접 권한 행사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국민은 국회를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촛불은 9일 박 대통령 탄핵에 맞춰 국회로 새누리당 당사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초전으로 국민은 9일 국회를 에워싸고 정치권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9일 결과로서 보여주어야 한다.

언제 국민이 지금처럼 국회의원 개인에게 이토록 높은 관심을 보였던가. 정치인들의 말처럼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낡은 정치를 바꾸고 나라를 바꾸고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말이다. 쏟아지는 문자메시지를 '문자 폭탄'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바로 정치와 나라를 걱정하는 민심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정치인과의 인터뷰에서 들었던 말이 있다. 그는 "정치인을 귀찮게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무서워한다. 정치인을 귀찮게 하는 것은 주권자의 당연한 권리다"고 했다. 국민의 문자메시지를 귀찮아하는 정치인에게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느냐고.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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